"계엄 발동은 경고용…국회 병력 투입은 소수, 질서 유지 위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와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이를 "광란의 칼춤"이라고 주장하며 정치적, 법적 전면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자신을 향한 야당의 내란죄 주장에 거친 언사로 맞서며 "과연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냐"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 반 동안 거대 야당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끌어내리기 위해 퇴진과 탄핵 선동을 멈추지 않았다"며 "대선 결과를 승복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그는 "대선 이후부터 현재까지 무려 178회에 달하는 대통령 퇴진, 탄핵 집회가 임기 초부터 열렸다"고 시민단체들의 집회를 야당의 불복으로 간주했다.
또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마비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십 명의 정부 공직자 탄핵을 추진했다"며 "탄핵 남발로 국정을 마비시켜 온 것"이라며 "자신들의 비위를 덮기 위한 방탄 탄핵이고, 공직기강과 법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위헌적 특검 법안을 27번이나 발의하면서 정치 선동 공세를 가해왔다"면서 "급기야는 범죄자가 스스로 자기에게 면죄부를 주는 셀프 방탄 입법까지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 된 것"이라며 "이것이 국정 마비요,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고 했다.
이어 그는 "거대 야당은 국가안보와 사회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면서 지난 6월 입국한 중국인들의 미국 항공모함 촬영 사건 등을 언급하며 "현행 법률로는 외국인의 간첩행위를 간첩죄로 처벌할 길이 없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형법의 간첩죄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 거대 야당이 완강히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정권 당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박탈한 것도 모자라서, 국가보안법 폐지도 시도하고 있다"며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간첩을 잡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장 및 오물풍선 살포 등에 대해 "야당은 이에 동조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북한 편을 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부를 흠집내기만 했다"고 억측하며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이고, 어느 나라 국회인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검찰과 경찰의 특활비 예산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안 삭감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자신들을 향한 수사 방해를 넘어, 마약 수사, 조폭 수사와 같은 민생사범 수사까지 가로막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간첩 천국, 마약 소굴, 조폭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나라를 망치려는 반국가세력 아니냐"고 했다.
또 예산 삭감 내역을 일일이 지목하며 "경제도 위기 비상 상황이다. 거대 야당은 대한민국의 성장동력까지 꺼트리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인가?"
계엄 선포 사유로 야당과 국회를 향한 비난을 극우적 수위로 끌어올린 윤 대통령은 "제가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 제기로 나아갔다.
그는 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진입시킨 이유와 관련해 지난해 선관위에 대한 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었다면서 "다른 모든 기관들은 자신들의 참관 하에 국정원이 점검하는 것에 동의하여 시스템 점검이 진행됐다"며 "그러나 선관위는 헌법기관임을 내세우며 완강히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며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냐"고 강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도 문제 있는 부분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개선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며 "그래서 저는 이번에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또 "최근 거대 야당 민주당이 자신들의 비리를 수사하고 감사하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사들, 헌법기관인 감사원장을 탄핵하겠다고 하였을 때, 저는 이제 더 이상은 그냥 지켜볼 수만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아울러 "이들은 이제 곧 사법부에도 탄핵의 칼을 들이댈 것이 분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극단적이고 위헌적인 계엄을 선포한 배경을 이같이 지목하고 "뭐라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발언 수위를 높이면서도 그는 "거대 야당이 헌법상 권한을 남용하여 위헌적 조치들을 계속 반복했지만, 저는 헌법의 틀 내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계엄의 위헌성에 대해선 적극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령을 발동하되, 그 목적은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라며 '경고성 계엄' 주장을 반복했다. "그럼으로써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의 붕괴를 막고, 국가 기능을 정상화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는 계엄 사태 이후 야당이 감사원장과 검사 탄핵을 잠시 보류한 점을 언급하며 "짧은 시간의 계엄을 통한 메시지가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애당초 저는 국방장관에게 과거의 계엄과는 달리 계엄의 형식을 빌려 작금의 위기 상황을 국민들께 알리고 호소하는 비상조치를 하겠다고 했다"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사전 계엄 공모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향후 전개될 내란죄 수사를 염두에 둔 듯 "질서 유지에 필요한 소수의 병력만 투입하고, 실무장은 하지 말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있으면 바로 병력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실제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있자 국방부 청사에 있던 국방장관을 제 사무실로 오게 하여 즉각적인 병력 철수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거듭 "제가 대통령으로서 발령한 이번 비상조치는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 국헌을 망가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려드려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계엄군을 국회에 진입시킨 데 대해서도 국회 해산 목적이 아니라는 취지로 변명성 주장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소규모이지만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도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고, 계엄 선포 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하여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했다.
그는 "300명 미만의 실무장하지 않은 병력으로 그 넓디넓은 국회 공간을 상당 기간 장악할 수 없는 것"이라며 "과거와 같은 계엄을 하려면 수만 명의 병력이 필요하고, 광범위한 사전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지만, 저는 국방장관에게 계엄령 발령 담화 방송으로 국민들께 알린 이후에 병력을 이동시키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0시 30분 담화 방송을 하고 병력 투입도 11시 30분에서 12시 조금 넘어서 이루어졌으며, 1시 조금 넘어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가 있자 즉각 군 철수를 지시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병력이 투입된 시간은 한두 시간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만일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평일이 아닌 주말을 기해서 계엄을 발동했을 것"이라며 "국회 건물에 대한 단전, 단수 조치부터 취했을 것이고, 방송 송출도 제한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사고 방지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였고, 사병이 아닌 부사관 이상 정예 병력만 이동시키도록 한 것"이라며 "저는 이번 비상계엄을 준비하면서 오로지 국방장관하고만 논의했고, 대통령실과 내각 일부 인사에게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서 알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절차와 관련해서는 "각자의 담당 업무 관점에서 우려되는 반대 의견 개진도 많았다"며 "저는 국정 전반을 보는 대통령의 입장에서 현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도록 했다"면서 "그래서 국회의원과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국회 마당과 본관, 본회의장으로 들어갔고 계엄 해제 안건 심의도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데도 어떻게든 내란죄를 만들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수많은 허위 선동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도대체 2시간 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냐"고도 했다. 그는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이냐"고도 했다.
계엄 군경의 제지를 뚫고 이뤄진 국회 본회의 의결에 따라 결과적으로 실패한 계엄 사태에 대해 대통령의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고도의 통치행위인 만큼, 내란죄 처벌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거대 야당이 거짓 선동으로 탄핵을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이겠냐"며 "거대 야당 대표의 유죄 선고가 임박하자, 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이를 회피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려서라도, 자신의 범죄를 덮고 국정을 장악하려는 것"이라며 "이야말로 국헌 문란 행위 아니냐"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서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자진 사퇴 권고를 거부하고 탄핵소추로 직무에서 배제되더라도 대통령 직을 보호막 삼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의와 수사기관의 내란죄 수사에 맞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저는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개인적인 인기나 대통령 임기, 자리 보전에 연연해온 적이 없다"며 "자리 보전 생각만 있었다면, 국헌 문란 세력과 구태여 맞서 싸울 일도 없었고 이번과 같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5년 임기 자리 지키기에만 매달려 국가와 국민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다수의 힘으로 입법 폭거를 일삼고 오로지 방탄에만 혈안되어 있는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에 맞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려 했던 것"이라고 강변했다.
윤 대통령은 "그 길밖에 없다고 판단해서 내린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냐"며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만일 망국적 국헌문란 세력이 이 나라를 지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냐"며 "위헌적인 법률, 셀프 면죄부 법률, 경제 폭망 법률들이 국회를 무차별 통과해서 이 나라를 완전히 부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간첩이 활개치고, 마약이 미래세대를 망가뜨리고, 조폭이 설치는 그런 나라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법적 다툼을 의식한 듯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고 오로지 국회의 해제 요구만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것이 사법부의 판례와 헌법학계의 다수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수용했으므로 법적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또 "계엄 발령 요건에 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지만,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를 나라를 망치려는 내란 행위로 보는 것은, 여러 헌법학자와 법률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우리 헌법과 법체계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여기저기서 광란의 칼춤을 추는 사람들은 나라가 이 상태에 오기까지 어디서 도대체 무얼 했냐"며 "저는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재건하기 위해 불의와 부정, 민주주의를 가장한 폭거에 맞서 싸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며 향후 소수의 극우 여론에 기대 법적 다툼을 벌여 것을 예고했다.
[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