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3차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학자들은 대통령이 일단 탄핵을 모면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헌법상 국회가 대통령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길은 탄핵뿐인데, 국회가 이 밖의 다른 방법으로 대통령의 진퇴 결정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정치학 전공)는 “대통령이 특검과 탄핵에 대비해 대국민담화를 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김 교수는 “국민투표에 부쳐 재신임을 묻는 방법은 헌법에 명시돼 있으나, 자신의 진퇴 결정을 국회가 합의해 정해달라고 한 것은 초헌법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다거나 국가에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추진했다는 말을 함으로써 특검 대비를 위해 대국민 담화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탄핵사건을 심판할 헌법재판소에 “퇴진 의사를 밝혔었다”고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송기호 변호사는 퇴진 발언으로도 볼 수 있으나 대통령이 당장 청와대에서 나오지 않는 한 담화 전체가 무효라는 해석을 내놨다. 송 변호사는 “헌법기관인 대통령의 사임 의사표시는 법적 성격상 불확정적 조건을 붙일 수 없다”며 “오늘 담화를 헌법학적으로 해석하면 사임에 붙은 조건은 무효이므로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이거나, 조건이 붙은 사임 의사 표시 전부를 무효로 해석해 아무런 헌법적 효과가 없는 담화 둘 중 하나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라면 대통령 궐위 상태가 되고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나와야 한다”며 “그러나 후자로 보면 대통령의 장난이다. 국정농단을 넘어 헌정 농단이다”고 비판했다.
헌법재판 실무를 오래 다룬 한 법조인은 대통령의 담화에 법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퇴진 요구를 무마시키려는 시도라고 봤다. 검찰은 대통령을 ‘피의자’라고 결론 짓고 국회는 헌법과 법률의 중대한 위반자로 보고 있는데, 탄핵을 거부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개헌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이다. 그는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헌법개정이 가능할지부터 대통령 임기 조항만 원포인트로 개헌할지 아니면 다른 내용도 담을지, 언제까지 임기를 단축할지 등 논의가 활발해져 결국 탄핵과 대통령 퇴진은 동력을 잃고 임기를 마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개헌에 최소 110일이 걸리는 데다 국회 의결 정족수도 3분의 2 이상이 필요해 탄핵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으로는 탄핵절차를 멈추게 할 정도의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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