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77)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공화당 경선에서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니키 헤일리(51) 전 유엔대사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하는 방안에 대해 측근과 상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앞서 이날 공개된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 헤일리는 트럼프를 오차 범위 내까지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23일(현지시간) 가디언엔 "헤일리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는 건 가능성은 낮지만 불가능하진 않다"는 칼럼이 실렸다.
22일 폴리티코·CBS 등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자신의 캠프 외부 인사들에게 "니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의견을 구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반응은 최근 헤일리의 지지율 상승세가 가파른 가운데 나왔다. 여론조사 기관 아메리칸 리서치 그룹이 지난 14~20일 뉴햄프셔주 공화당 예비 경선 참여가 예상되는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2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33%)와 헤일리(29%)의 지지율 격차는 4%포인트였다. 이 여론조사의 오차 범위는 ±4%포인트다. 두 사람의 여론조사 결과 차이가 오차 범위 내로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사에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13%,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6%, 비벡 라마스와미 후보는 5%의 지지를 각각 받았다.
뉴햄프셔주는 미국 50개 주(州) 중 초기에 대선 경선이 진행돼 '민심 풍향계'로 불린다. 뉴햄프셔주 경선은 다음달 23일 열린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 여론조사에 대해 "가짜 뉴스", "사기"라고 주장했다. 반면 헤일리 측은 "이제 두 사람 간 경쟁임이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고 더힐이 전했다.
'헤일리 부통령 영입설'과 관련 아직까지 트럼프 캠프와 헤일리 측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측근들은 헤일리가 캠프의 방향성과 맞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트럼프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아버지가 헤일리를 (부통령으로) 선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헤일리의 입장도 단호하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나는 누구의 부통령이 되는 데 관심이 없다. 난 2인자가 아니다"고 밝혔다.
남편은 입양아, 사위는 흑인..."가장 확장성"
미 보수 진영 내에서도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헤일리는 '트럼프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는 여러 면에서 가장 확장성이 있는 공화당 후보로 꼽힌다. 헤일리는 51세로 젊고 공화당 후보들 중 유일한 여성이다. 인도계로 결혼 전 시크교도였지만, 결혼 후 기독교로 개종했다. 군인인 그의 남편은 입양아 출신으로 알려졌으며 올봄 맞은 사위는 흑인이다.
이번 대선 최대 이슈 중 하나인 낙태 등 여성 인권 문제에서도 공화당 후보 중 가장 전향적이란 평가다. 또 유엔대사를 지내 글로벌 정세에 비교적 밝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시절 기업 유치에 힘쓰는 등 친기업적 성향이다.
최근 미 월가 거물들은 잇따라 헤일리를 공개 지지하며 거액의 기부금이 헤일리에게 몰리고 있다. 지금까지 보수 성향 억만장자 찰스 코크가 이끄는 정치후원단체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헤지펀드의 전설' 스탠리 드러켄밀러, 부동산 업계 거물 배리 스턴리히트 등이 헤일리 지지를 선언했다.
"전 세계적으로 보수 여성 정치인 부상"
그 이유에 대해선 "헤일리의 정치 성향은 우파적이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온건해 보인다"고 짚었다. 보수·온건파·무당파 등에게 두루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조르자 멜로니가 총리가 되고, 프랑스 대선에서 마린 르펜이 선전하는 등 보수 여성 정치인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는 건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