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10만인] 명진 스님(사단법인 '평화의길' 전 이사장)
[김병기 기자]
▲ 명진 스님이 지난 2월 29일 사단법인 ‘평화의길’ 이사회를 앞두고 <오마이TV> ‘이 사람, 10만인’과 인터뷰했다. |
ⓒ 명진 |
"이렇게 무식하고 용맹한 정권은 처음 봤어요.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바탕으로 집권했던 전두환 정권도 이 정도로 무식하지 않았어요.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 시절) 기차 안에서 앞좌석에 구둣발을 올려놓는 꼴을 보면서 쓰레기 같은 인성을 가졌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 인성대로 쓰레기 같은 짓을 하고 있어요. 윤석열 정권을 하루빨리 정리해야 합니다."
명진 스님(전 평화의길 이사장)은 오는 4월 총선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거침없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죽비소리부터 날렸다. 명진 스님은 이어 "무식한데 술을 잘 먹고 보스 기질은 있는 것 같은데, 조폭 두목 정도 하면 딱 맞을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 게 비극"이라고 일갈했다.
명진 스님은 지난 2월 29일 사단법인 '평화의길' 이사회를 앞두고 <오마이TV> '이 사람, 10만인'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1등 공신으로 불렸던 자승 전 원장의 미스터리한 자살의 원인과 윤석열 정부와 조계종단의 관계 전망, 오는 4월 총선의 의미 등에 대해 밝혔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명진 스님은 향후 수행에 정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사장직을 사임했다.
▲ [이 사람, 10만인] “전두환보다 무식하고 용맹한 정권”... 명진 스님(사단법인 ‘평화의길’ 전 이사장) 인터뷰 #명진스님 #윤석열 #총선 ⓒ 김병기 |
이날 명진 스님은 지난해 11월 29일,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의 자살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 어떤 죽음 앞에서도 우리는 경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자살이라는 죽음 앞에서는... 지난 100일 동안, 나는 부끄럽지 않게 살았는가? 그런 회한 같은 게 많이 있었습니다."
그간 조계종단 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윤석열 정권과 밀월관계를 가져왔던 자승 전 원장의 대척점에 있던 명진 스님이 100여 일간의 침묵 끝에 처음으로 내비친 소회다.
명진 스님은 "권력을 갖고 있었던 자승의 죽음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자승의 죽음, 생명 소멸, 생과 사... 이런 것들이 저의 삶과 죽음을 반조(反照)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면서도 자승 전 원장의 자살을 '이유 없는 죽음' '미스터리한 죽음'으로 규정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자승 전 원장이 "선원에서 공부하는 스님들까지 다 장악해서 자기 마음대로 종단 권력을 휘둘렀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붙잡아서 두드려 패고, 저항하면 실제로 똥물을 끼얹었으며, 당동벌이라고 해서 자기 측근들은 아무리 죄가 있어도 고위직에 앉혔다"는 것이다. 죽기 직전까지 그 권력의 정점에 서 있었던 자승 전 원장의 갑작스런 죽음이 믿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 명진 스님이 지난 2월 29일 사단법인 ‘평화의길’ 이사회를 앞두고 <오마이TV> ‘이 사람, 10만인’과 인터뷰했다. |
ⓒ 명진TV |
자승 전 원장은 그 자리에서 "지금의 정치는 역대 독재정권 때보다도 더 치졸해졌어, 그리고 더 저질스러워졌어. 옳고 그름이 없이 여야를 막론하고 니편 내편 갈라서 내편이 파렴치한 행위를 했어도 두둔하고 보호하는데 앞장서, 그러면서 부끄러워하지를 않아"라고 말하면서 사실상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조계종 중앙신도회도 일주일 전인 11월 22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정부의 인사 차별, 불교 차별을 성토했다.
명진 스님은 "(자승 전 원장이) 죽기 이틀 전만 해도 윤석열 정권이 역대 정권 독재 정권보다 더 치졸하고 저질스러워졌다고 공격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겸상을 하는 사이면서 전혀 생뚱맞은 이야기를 한 것이다"라면서 정권에 대한 태도가 사납게 돌변한 이유는 무리한 인사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기인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자승 전 원장을 위시한 조계종단의 이런 도발에 어떻게 대응을 했을까? 명진 스님은 "윤석열 정권이 가만히 있었겠어요?"라고 반문한 뒤 이같이 말했다.
"어떤 식으로든지 한 번쯤은 서로 의사소통을 했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자승 정도 되면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약점 같은 것들을 갖고 있었지 않겠는가? 그걸 다시 내놨을 것이고, (윤석열 정권은) 자승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들로 (자승 전 원장을) 겁박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상황 속에서 절에 불까지 지르면서 '나는 억울해서 죽는 거야'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건 아닐까요? 자승의 방화 자살은 일종의 메시지로 봅니다."
자승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 조계종단이 '소신공양'이라고 서둘러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명진 스님은 "이건 절에 불을 지르고 죽은 방화자살일 뿐"이라면서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자승 전 원장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주어 그의 죽음을 거룩한 것으로 포장해 버렸다, 너무 냄새나는 죽음을 그냥 묻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명진 스님은 자승 전 원장의 사망 이후 조계종단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완전히 무너지고 이제 쑥대밭이 되고 더 이상 국민들이 바랄 것도 없는 그런 집단이 되면 거기서 새로운 싹이 안 올라오겠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이제 썩을 만큼 썩었으니까 앞으로 조금 좀 지켜보자"고 말했다.
▲ 명진 스님이 지난 2월 29일 사단법인 ‘평화의길’ 이사회를 앞두고 <오마이TV> ‘이 사람, 10만인’과 인터뷰했다. |
ⓒ 명진 |
명진 스님은 그간 종교와 사회원로로서 조계종단 개혁의 문제뿐만 아니라 10·29 이태원참사와 '채 상병 순직' 사건 등을 비롯한 각종 사회 현안과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등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해왔다. 명진 스님은 4월 총선의 의미를 묻는 말에 긴 한숨부터 내쉰 뒤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에 이재명 대표의 부인에 대한 법인카드 사적 유용 문제를 검찰이 기소했습니다. 10만 원입니다. 한 푼이라도 잘못 쓰면 벌을 받아야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는 어떤가요? 디올백, 대통령 부인이 사람들 뒤에서도 아니고 그 앞에서 그런거나 받고 있는 게 말이 되나요? 양평고속도로는 또 어떻습니까? '채 상병' 사건도 해병대 1사단장과의 관계 때문에 덮으려 했던 게 아닌가요? 대통령이 돼서는 절대로 안 될 사람이 대통령이 됐습니다."
명진 스님은 또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을 선제 타격한다고 주장했을 때 '그 입을 꿰매 버려야 한다'고 했는데... 미국의 허락이 떨어지기 전에는 그렇게 할 수도 없고,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을 한다면 우리도 몰살을 당한다"면서 "국내 정치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 술은 잘 먹고 보스 기질이 있는 것 같은데...조폭 두목 정도 하면 딱 맞을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 게 비극"이라고 일갈했다.
한동훈의 운동권 청산? "그런 당신은 무엇을 했나"
명진 스님은 이명박 정권 때 '좌파, 종북 운동권 스님'으로 몰려 강남의 봉은사 주지에서 쫓겨났다. 조계종단으로부터 승적도 박탈당했다. 당시 명진 스님을 불법 미행하고, 자승 전 원장과 사실상 공모해서 불교계 퇴출을 위해 공작했던 국정원의 불법 문건들이 지난 2020년 국정원을 상대로 한 행정 소송 등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명진 스님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운동권 청산론'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명진 스님은 한 비대위원장을 향해 "뚫린 입으로 무슨 말을 못하겠냐"고 이같이 말했다.
"한국 사회가 변혁 운동을 통해 인권과 평등, 자유를 쟁취해 왔고, 그 과정에서 희생된 분들이 많습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자기 몸을 불태웠던 전태일 열사 같은 경우는 소신공양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도 외세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는데, 부당한 지배를 벗어나기 위해 자민투니, 민민투,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들을 운동권으로 통칭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희생으로 한국 사회가 조금씩 개선돼 왔습니다."
명진 스님은 "운동권 인사 중에 정치권력에 취해서 자기의 안위와 권력 욕심을 채우려고 일신의 영달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운동권'이라는 말을 쓰면서 심판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그렇다면 한동훈 당신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데? 어떻게 살았는데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명진 스님이 지난 2월 29일 사단법인 ‘평화의길’ 이사회를 앞두고 <오마이TV> ‘이 사람, 10만인’과 인터뷰했다. |
ⓒ 명진TV |
명진 스님은 마지막으로 이번 총선에 임하는 유권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최소한 주식을 가지고 장난을 쳐서 돈을 버는 거, 미국에서는 몇십 년 형을 받습니다. 김건희 일가는 어떤가요?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거짓말했어요. 지난 선거 때 장모가 이익 본 거 없다고 이야기 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요. 또 무도한 정권이잖아요. 김건희와 함께 해외 순방을 다니면서 벌이는 천박한 행태를 두 눈 뜨고 볼 수가 없습니다. 미국, 일본과 딱 붙어서 외교적으로 무시를 당하면서 중국 수출 시장 막히고..."
명진 스님은 "이런 무도한 정권을 빨리 끌어내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망하기 일보 직전으로 갈 것"이라면서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는 총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명진 스님은 이날 열린 '평화의길' 이사회에서 이사장직을 사임했다. 이에 대해 명진 스님은 "남북관계가 파탄이 난 상황에서 민간 차원의 통일운동을 더 이상 길이 막혔고, 내 나이 75세면, 죽음의 문제를 바라보면서 노후 대책이 아니라 '사후 대책'을 준비해야 할 때"라면서 "이후에는 선원 생활을 하면서 수행에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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