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끄는 조국혁신당이 3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초대 당 대표는 조 전 장관이 맡는다. 조국혁신당은 ‘검찰독재정권 조기종식’을 목표로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민주당 지역구 당선자가 많아야 우리도 잘된다”며 충돌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협력 관계로 규정한 셈이다. 야권에선 조국혁신당 출범으로 정권심판론이 커질 것이란 기대와 함께 중도층이 이탈하거나, 검찰 개혁에 발목이 붙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개최했다. 당원들은 조 전 장관을 당대표로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조 대표는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저는 지난 5년간 무간지옥에 갇혀 있었다. 온 가족이 도륙되는 상황을 견뎌야 했다”며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파괴하는 윤석열 정부의 역주행을 더는 지켜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의 책임자로서 정치검사들의 준동을 막지 못하고 검찰공화국의 탄생을 막아내지 못한 과오에 대해 국민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그래서 저 조국은,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을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하는 소명이 운명적으로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저는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조국혁신당의 당면 목표를 분명하다”며 “검찰독재의 조기종식과 민주공화국의 가치 회복”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검찰독재를 끝낸 후 민생과 복지가 보장되는 ‘제 7공화국’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과 보수 언론에서 ‘조국의 강’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가 건너야 할 강은 ‘검찰독재의 강’, ‘윤석열의 강’”이라며 “조국혁신당은 오물로 뒤덮인 ‘윤석열 강’을 건너 검찰 독재를 조기에 종식하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갈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자신도 비례대표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대표는 지난달 26일 MBC 라디오에서 “저도 확실하게 출마를 할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로 국회의원직을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저의 동지들이 대신할 것”이라고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에서 활동한 배우 문성근씨와 원로 작가 조정래씨가 조국혁신당 공동 후원회장을 맡았다. 영입인재 1호로는 정의당 사무총장 출신인 신장식 변호사가 영입됐다. 4일 2호 영입인재를 발표할 계획이다.
민주당과는 협력 관계로 설정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 지역구 후보 경쟁을 피하고 비례대표 후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전국에서 1:1 심판 구도를 만들어내고, 생각에 차이가 있더라도 연대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조국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 참석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해석된다.
조국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묻자 “그건 (민주당과) 전쟁하자는 얘기가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 지역구 당선자가 많아야 우리 득표율도 올라간다. 그게 역사적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내홍이 빠르게 정리되고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50석 이상을 하는 것이 조국혁신당으로서도 성공하는 길”이라며 “저희들은 지역구 출마자가 많지 않다.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1대 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신당 중에서는 가장 높은 지지율 추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달 25~27일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해 진행한 전화면접조사에서 ‘이번 총선 때 비례대표 선거에 투표할 정당’을 묻자 ‘조국신당’을 선택한 응답자는 9%로 나타났다.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3.0%)보다 높았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 대표는 지난달 28일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구교형의 정치비상구>에 출연해 “우리는 총선에서 10석을 획득해 원내 3당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중앙당 창당대회에는 3000여명이 참석했고, 이날 기준 6개 시도당에서 5만여명의 당원을 확보한 상태다.
조국혁신당은 정권심판론을 부각하는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이날도 “작지만 강력한 야당, 선명한 야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남은 기간 동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공격수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내부에선 조국혁신당에 대한 상반된 목소리가 들린다. 민주당 주류는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총선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조국 신당’은 당연히 (민주당과) 같이 가야 한다”며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권 심판 선거다. 정권심판론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에 조국 신당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적극 반대층이 조국 신당으로 가고, (민주당이)우리가 중도층을 흡수하는 그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민생과 경제로 의제를 전환해야 하는데 조국혁신당으로 인해 검찰과 언론 문제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조국 신당’이 가져가는 의석수는 어차피 민주당 의석을 나눠가지는 것”이라며 “중도층 확장에서 도움이 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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