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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January 26, 2015

검찰공화국과 추락하는 부정선거 내란범죄정권

박정희 시절 ‘고문·조작 피해자들’의 대리인을 겁박하는 검찰
진실과 거짓을 뒤집는 검찰…그런 검찰에 의존하는 이 정부
김기춘·우병우 있는데 이명재까지 ‘청와대 곁불’로 불러들여
검찰 전면에 나서면 정권의 추락은 빨라지는 게 헌정사의 교훈

곽병찬 대기자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92
“주변에선 <한겨레>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고 하더라. 오랫동안 나라는 인간을 지켜봤고 일도 함께 해온 신문인데, 어떻게 검찰 말만 믿고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보도를 할 수 있는가?” 한 변호사 친구의 항의입니다. 인권과 정의를 지키는 길을 함께 걸어왔다고 자부해왔는데, 자신보다는 검찰의 말을 더 신뢰하는 데 대한 절망감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는 요즘 과거사 배상·보상 사건 수임과 관련해 최근 지면에 자주 오르내렸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에 앞장섰고, 민변이 추구하는 가치를 앞장서 실천해왔고, 나름 그 분야에서 존경과 신망을 받아온 터였습니다. 그런 그가 인권과 정의를 앞세워 돈벌이나 해온 파렴치한쯤으로 매도됐습니다. 정부의 과거사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수천억원대 소송을 수임했고, 실비나 받아야 할 사건에서 수십억원대 성공보수까지 받아 챙겼다는 것입니다. <한겨레>도 그런 의혹에 군불을 때는 형국이었으니, 그로서는 착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고 그런 검찰을 나보다 더 믿는가?’
고소하겠다는 말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것만은 염두에 두자. 너나 <한겨레>가 검찰에 불려들어가, 그렇고 그런 검사 앞에서 조사받게 될 텐데, 그러면 누가 쾌재를 부를까.’
검찰은 참으로 유용합니다. 특히 정권에 검찰은 온갖 용도로 쓰이는 도구가 됩니다. 간단한 일에는 회초리가 되고, 사람을 겁박하는 칼이 되고 때론 사람을 죽이는 살인도가 되기도 합니다. 쓰레기 청소부로서 구질구질한 것들을 처리해주고, 적들로부터 조직을 지키는 개가 되기도 하고, 사건의 성격까지 뒤집는 역사의 도굴꾼이 되기도 합니다.
청와대 민정비서실 감찰 문건 파동 때 한 일은 쓰레기 청소부 구실의 전형이었습니다. 청와대의 어설픈 지침에 따라 증권가 ‘찌라시’보다 더 허접스러운 각본을 만들어, 청와대의 냄새 풀풀 나는 수챗구멍을 덮어버렸으니 그렇게 신통한 청소부는 없었습니다. 최근 과거사 사건 수임 문제에서는 역사를 도굴하여 멋대로 재구성하려는 도굴꾼 구실을 자임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김기춘 비서실장(왼쪽)과 우병우 민정수석. 한겨레 자료사진
저들이 문제 삼은 과거사 소송이란, 국가가 체포·고문·구금 등을 통해 인권을 유린하고, 국민을 죽이기까지 한 사건의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국가가 저지른 잘못이 국가기관에 의해 확정됐다면 국가는 당연히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죄하고, 물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합니다. 물론 규모를 놓고 다툴 수는 있겠지만, 국가는 배상 자체를 회피하려 했습니다. 피해자들이 법적인 구제를 신청한 것은 그런 까닭입니다.
그런 뻔뻔한 국가에 맞서자면 누구를 법적 대리인으로 세워야 하겠습니까. 그동안 이 눈치 저 눈치 보던 자들이겠습니까 아니면 그동안 진실 규명에 제 일처럼 나선 이들이겠습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변호사여야 하겠습니까, 아니면 함께 진상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그 진실을 알고 있는 변호사여야겠습니까. 그가 진상조사위원회에 참여했든 하지 않았든 그건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검찰은 국가가 시민의 인권, 심지어는 생명까지 유린할 때 중요한 가해자 중 하나였습니다. 최소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국민에게 피해를 입힌 점에서는 부작위에 의한 공범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건 때 선원들에게 적용한 바로 그 ‘부작위 살인’ 혐의 말입니다. 나아가 검찰은 부당하게 체포하고 구금하고 고문해 꾸민 사건을 기소하고 공판을 진행하던 인권 유린의 최종 처리자였습니다.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하수인이었다고 주장해도, 저의 죄를 피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런 검찰이 국가의 대리인이기도 합니다.
이번 소란의 본질은 국가가 저지른 범죄에서 가해자 혹은 공범이기도 했고, 지금은 그런 국가의 대리인이기도 한 검찰이, 피해자의 대리인들을 겁박하고 나아가 파렴치범으로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나 편리합니까. 그리고 저열합니까. 정권으로서야 신통방통하겠죠. 국가의 잘못이란 게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시절 저질러졌던 반인륜 범죄가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검찰은 겨우 들이댄다는 것이 변호사법상 수임 제한 규정입니다. 하지만 국가가 가해를 인정하지 않고, 인정했다 해도 피해 구제를 거부하는데, 누가 피해자를 대리해 국가의 잘못을 밝히고, 피해 구제에 나서야겠습니까. 그건 오히려 조사위원회의 활동 연장에서 조사위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조사위원이라면 법정에 나가 피해자와 함께 그들의 피해를 구제받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조사 결과의 정당성이 사법적으로 입증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상대가 범죄를 저지른 국가이고, 또 그 대리인인 검찰과 맞서는 것인데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흑과 백, 진실과 거짓을 뒤집는 재주는 검찰밖에 없을 겁니다. 과거사 소송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란을 길게 언급한 까닭은 그런 검찰에 대한 이 정부의 끝없는 애정과 더욱 깊어지는 의존도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새로 임명한 이명재 민정특보와 인사하고 있다. 2015.1.26 청와대사진기자단
오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는 신임 특보들이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명재 민정특보를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대검 중수부장, 서울고검장, 검찰총장 등을 지낸 정통 검사 출신으로서 재직 시 당대 최고의 검사로 평가받는 분입니다.” 검사 이명재는 검찰총장 취임사에서 했다는 “진정한 무사는 얼어 죽을지언정 곁불을 쬐지 않는다”는 말로 유명합니다.
하나만 묻겠습니다. “그런 사람을 그냥 놔두지 왜 청와대 곁불로 불렀습니까. 청와대는 권력에 빌붙는 곳이 아니라, 권력 자체이기 때문입니까?” 이미 ‘곁불 선생’으로 지목받는 우병우 민정수석도 있고, 김기춘 비서실장도 있는데 그것으로도 마음이 안 놓입니까? 이명재 전 총장은 이 정부가 출범할 때 지면을 통해 당신에게 이런 충고를 했습니다. “검찰의 독립성을 존중해 ‘사상 가장 위대한 검찰총장’을 탄생시키기 바란다.” 그런데 이 정부는 검찰 독립성을 걸레 조각으로 만들었습니다. 무슨 염치로 불러들였습니까.
이 전 총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왜 청와대 곁불이나 쬐기로 한 것인지. 늙다 보니 등이 참을 수 없이 시렸던 것인지, 아니면 위태로운 티케이 정권의 늙은 파수꾼이 되기로 자처한 것인지….
역대 독재 정권은 검찰 출신을 지독하게 중용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전두환 정권의 민정당은 육법당(육사+법조)이라고 불렸겠습니까. 직선으로 선출된 민간 정권도 마찬가지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기를 제외하고, 임기 말만 되면 검찰 공화국이 되었습니다. 임기 중반부터 레임덕에 걸렸던 노태우 정부는 아예 검찰공화국이었습니다.
곽병찬 대기자
검사와 군인은 비슷한 게 많습니다. 진급에 목숨을 걸고, 인사권자에게 맹종하고, 설득보다는 처벌에 의지하고, 포용보다는 배제, 통합보다는 분열, 더하기보다는 빼기에 능합니다. 단 정치군인은 권력을 잡는 데 목숨이라도 걸지만, 검찰은 그런 권력의 곁불이나 쬐려 합니다. 검사 이명재는 그런 ‘곁불 검사’를 가장 경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그 자신이 늘그막에 곁불 근처로 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참으로 불행한 검찰이고, 불행한 정권입니다. 검찰이 정권의 전면에 나서면 나설수록 정권의 추락은 더욱 빨라지는 게 우리 헌정사의 교훈이기 때문입니다.
곽병찬 대기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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