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는 나라가 증가하는 가운데, 일본은 전면 금지 실시를 망설이고 있다. 역시 입국금지를 두고 정치적·사회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과 유사한 면이다.
일본은 여태껏 중국 후베이성과 저장성으로 입국 금지를 한정하다 26일 한국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 체류자의 입국을 거부하기로 했다.
이날 일본 주간 경제지 도요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국인 입국 금지에 주저하는 3가지 이유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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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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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방일 중국인 관광객수는 2015년 기준 한국과 대만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후 계속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총 959만명의 중국이 일본을 찾았다.
방일 외국인 관광객의 30%이며, 2위인 한국(18%), 3위 대만(15%)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중국인들은 일본에서 돈도 많이 썼다. 2018년에만 1조500억엔(약 16조4900억원)을 소비,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게다가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소비세를 8%에서 10%로 인상했다가 경제 역풍을 맞고 있다.
이로인해 지난해 4분기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전분기 대비 1.6% 감소하며 5분기만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일본인들이 지갑을 닫는 상황에서 내수소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국인마저 입국을 아예 금지시킬 결우 내수산업이 완전히 침체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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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4월 시진핑 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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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오는 4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국빈 방일을 준비 중이다.
오는 28~20일 중국 외교 담당 최고책임자인 양제츠 공산당 정치국원이 최종 조율을 위해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중국측의 방문을 앞두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 않은 분위기가 역력하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방문을 예정에 둔 시 주석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현재 감염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이탈리아 모두 중국과 관계가 양호했던 나라들인데, 이들 국가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어서다.
닛케이는 "중국 내부에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개최를 최소한 베이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제로(0)'가 돼야할 때까지 연기한다는 심정"이라면서 "시 주석의 방일 조건은 확진자가 일정 기간 나오지 않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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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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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도 중국인 입국 금지를 막는 장애물이다.
도쿄올림픽 개최를 통해 올해 40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밝힌 아베 총리는 중국인 입국 금지에 따른 타격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
도요게이자이신문은 2017년 한국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을 목격한 것도 아베 총리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라고 봤다.
당시 중국 정부는 한국 여행을 규제한 데다가 불매운동까지 일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해 7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도 중국은 자국민의 대만 개인여행을 금지시키며 관광산업에 큰 피해를 줬다.
중국 의존도가 큰 일본 입장에선 이같은 사례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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