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미래통합당에서 최근 찾아볼 수 없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신천지’이다.
지난 주말 사이 신천지 교단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나 심재철 원내대표 모두 이 종교를 언급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신천지 교단을 향해 “강도높은 대응”을 거론한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통합당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곧 ‘문재인 정부의 중국 눈치’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현재 가장 시급한 조치는 중국발 입국 금지”라며 “외부에서 밀려들어오는 감염원을 차단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내에서만 감염병을 극복해 낼 수 있느냐”고 밝혔다. 황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 직후 ‘신천지 교단 안팎의 감염 방지 대책’에 대한 질문에도 “어떤 특정 집단에 대한 대책이라기보다는, 우한 코로나 사태는 전국적인 사태가 되고 있다”라며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밀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감염원(중국)에 입구를 열어 놓고 방역 대책을 해 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중국’만 거론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신천지 교단을 문제삼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정·청 협의회에서 “감염 확산 근원이 되는 교단에 대해 강도 높은 대응을 신속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지난 24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신천지가 계속 협조 요청에 불응한다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신천지 교단이 신도 명단을 공개하지 않거나 역학조사를 기피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한 비판이다.
통합당이 ‘신천지’를 거론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희경 통합당 대변인은 통화에서 “신천지가 문제가 없진 않지만 중국으로부터 오는 감염원을 전면 차단하지 않으면서 이 사태가 되니까 특정 종교 집단을 타겟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보인다”면서 “굵직한 것부터 해야 하는데 정부가 그걸 안 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방역 실책이라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 ‘신천지’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당이 특정 종교 집단인 ‘신천지’를 거론하면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공격하기가 힘들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천지 책임론’에 힘이 실릴수록 문재인 정부의 방역 실책을 강조해야 하는 야당의 입지가 좁아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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