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구의 뉴욕 직설] 결국, 문제는 경제다!
[강명구 기자]
▲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발표된 새로운 인플레이션 지표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자 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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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판단하는 핵심 이유는 경제 문제 때문이다. 미국은 올해 들어 지속적인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 초·중반대를 유지하며 오히려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6월부터 연방준비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은 사라졌다. 물가 수준이 2% 이하로 확실히 떨어질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준금리 인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고물가로 인해 가구당 실질 가처분소득은 감소했다.
하지만 경제 지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인식이다. 대선까지 7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 지표가 아무리 개선되더라도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조 바이든 정부 들어 본인들의 경제 사정이 악화되었다고 느끼는 미국인이 10명 중 7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의 4명 중 3명 이상이 물가 상승이 가계 소득 증가를 초과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주거비, 식료품비, 유류비 등 생활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저소득층이 크게 늘었다.
이들 저소득층의 절대다수는 저학력 백인, 흑인, 히스패닉계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트럼프 시절이 더 살기 좋았고, 현재의 경제 문제도 트럼프가 더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계 남성층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세 증가가 두드러진다. 2020년 대선에서 흑인의 90%, 히스패닉의 65%가 바이든을 지지한 것으로 조사되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흑인 남성의 30% 이상, 히스패닉계의 절반 정도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유세장에 몰린 지지자들이 '바이든을 해고하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호응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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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240만 명 이상이 미국 전역으로 흩어지면서 저소득 흑인 및 히스패닉계는 일자리와 정부 지원을 놓고 이들과 경쟁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따라 불법 이민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트럼프를 지지하게 되면서, 트럼프의 백인 인종주의 문제가 희석되는 정치적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결국 인종, 계급, 이민 등 미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가 경제 문제를 중심으로 수렴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편, 20~30대 젊은 세대에서도 바이든 지지도가 하락하는 추세이다. 특히 악화하는 소득 및 자산 양극화로 인해 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없다고 느끼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아닌 제3지대 후보를 선호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합리적 보수층들이 제3 후보에게서 대안을 찾거나 아예 기권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바이든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특히 바이든의 고령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국민 중 바이든의 나이가 대통령직 수행에 문제가 된다고 느끼는 비율이 10명 중 7명이 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권자 표심의 변화는 주요 경합 주들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지난 수개월 동안 트럼프에 대한 높은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남은 대선 기간 동안 많은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이 주요 경합 주에서 1~2% 내의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던 점을 고려하면, 제3의 후보 출현이나 고물가,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바이든이 트럼프의 우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가 다수의 죄목으로 기소되어 있지만, 이러한 사법 리스크는 양날의 검과 같다. 트럼프를 싫어하는 쪽에서는 그를 더욱 싫어하게 되겠지만, 이들의 반감은 이미 극에 달해 있어 추가적인 지지율 하락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사법 리스크가 오히려 지지 강도를 더욱 높이는 역설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형사재판의 경우 대선 이전에 판결이 날 가능성이 없어, 트럼프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2대 총선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마이크 앞으로 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비서실장을 통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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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반전의 계기나 정책적 수단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정보 통제 탓인지 총선 과정 중에도 경제 위기 상황이 제대로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못했다. 여기에 미국발 고금리 기조 지속으로 인한 원화 환율 급등까지 더해져, 한국 경제는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져들 수 있는 복합 위기의 한복판에 들어가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향후 은행의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판단해 이미 지난 3월 초 국내 은행 시스템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빚 폭탄이 곧 터질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한편, 윤석열 정부가 총선 다음 날 공개한 작년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수와 소득세수가 각각 23조 원, 13조 원 감소했음에도 재정지출이 늘어 87조 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재정통계에 잡히지 않는 외국환평형기금 사용과 지방교부세 삭감 꼼수까지 포함하면 실제 적자액은 138조 원에 달한다. 경제위기의 와중에 대기업, 부자 감세로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잘못된 경제정책의 결과다. 이는 향후 재정 악화로 국가신용등급마저 하향 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총선의 민심은 무엇보다도 경제에 무능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이다. 전임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유효기간도 끝났다.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정 기조를 전환해 서민 및 중산층의 경제적 어려움 해소에 진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야당과 협치해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비상 거국내각 구성 등 획기적인 국정 기조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 정부가 여전히 오만하고 무능하다면 야권이라도 적극 나서서 민생경제 문제 해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것이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이자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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