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1차 감찰권 행사 가능성 낮아 / 법무부도 직접감찰 사례 적어 고심 / 기소 진행한 3차장·반부패 2부장만 / 감찰 대상 될 땐 '공정성' 시비 일 듯 / 패싱 논란 부른 이성윤 중앙지검장 / 수사 과정서 윤과 '대립' 여부 변수 / 유재수 감찰 무마 수사도 충돌 요소
현 정부와 검찰 간 정면충돌이 설 연휴 후 ‘2라운드’에 돌입한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기소 과정을 둘러싸고 불거진 문제를 두고 법무부가 이번주 감찰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내달 3일 자로 발표된 인사발령이 시행되기 전인 이번 주에 주요 사건 관련자의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와 검찰 간 충돌 양상이 다시 격화할 조짐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가 지난 23일 최 비서관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활동 증명서 발급 혐의(업무방해)로 불구속기소한 사안에 대해 감찰 착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23일 이후 감찰과 관련해 진전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휴 이후에는 ‘확전’ 양상을 띨 것이 분명하다. 법무부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결재 없이 최 비서관 기소를 진행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고형곤 반부패2부장에 대해 “검찰청법 및 위임전결규정 등의 위반 소지가 있다”며 감찰을 예고한 상태다. 이르면 28일 감찰 관련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청와대와 법무부는 인사권 행사 및 직접수사 축소를 골자로 하는 직제개편안 통과 등을 무기로 검찰을 압박해왔다. 사실상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공세였다. 윤 총장은 정권 실세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며 맞섰다.
양측은 연휴 직전 최 비서관 기소 과정을 둘러싸고 갈등하며 한 차례 충돌했다. ‘이성윤 패싱’을 했다는 법무부와 윤 총장이 직접 지시를 내리는 등 적법한 권한을 사용했다는 대검찰청 간 대립이었다. 양측 모두 검찰청법 내 조항을 무기로 삼아 자신들의 조치가 정당했다고 했다. 법무부는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검찰청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한 검찰청법 제21조를, 대검은 ‘검찰총장은 검찰 사무를 총괄해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제12조를 들었다. 이번주 진행될 감찰 경과가 양측 갈등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양상이다.
법무부와 검찰 가운데 서 있는 이성윤 지검장이 향후 수사과정에서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와 현 정권 핵심 수사 중 하나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에서의 관련자로 지목되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기소 여부도 양측 갈등이 어디로 흘러갈지를 가늠할 변수다.
법무부가 설 연휴(1월 24∼27일) 종료 직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권과 검찰 간 정면충돌이 ‘2라운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감찰과 수사 문제를 놓고 추미애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와 윤 총장의 검찰 사이에 파열음이 또다시 터져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관전 포인트는 법무부의 직접 감찰 여부와 감찰 수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선택’이 될 전망이다.
◆‘윤석열 검찰’ 감찰 예고한 법무부… 시행 가능할까?
법무부가 직접 감찰에 나설 수 있을지, 감찰한다면 어느 수위까지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법무부 훈령인 법무부 감찰규정에 따르면 검찰청 소속 공무원에 대한 비위 조사와 수사사무에 대한 감사는 검찰이 자체 감찰을 한 후 법무부가 2차적으로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차 감찰 권한은 대검에 있는 셈이다. 대검은 송경호 3차장과 고형곤 반부패2부장의 행동이 윤 총장 권한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따라서 대검이 스스로 감찰에 나설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규정에서 법무부가 대검을 제치고 1차 감찰에 나설 수 있는 경우는 검찰이 자체 감찰을 하지 않거나, 대상자가 감찰부 소속 직원이거나 업무 지휘·감독 지위에 있는 경우, 아울러 언론 등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항의 경우에 한한다.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 기소를 둘러싸고 법무부가 직접 감찰에 나선다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항’ 조항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법무부는 23일 중간간부 인사에서 2012년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의 ‘청탁 의혹’을 폭로한 박은정 서울남부지검 부부장을 감찰담당관에 임명하는 등 감찰관실을 개편했다. 법무부는 아울러 대검찰청의 감찰 1·2과장도 교체했다.
법무부가 직접 감찰에 나선 경우가 드물었던 점을 고려하면 실제 직접 감찰에 나서기까지 추 장관이 상당한 고심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혼외자 의혹’이 제기된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직접 감찰 뜻을 밝히자 채 총장이 즉각 사퇴한 정도다. 윤 총장이 감찰 대상자로 올라가면 법무부의 부담은 그만큼 커진다. 실제로 법무부는 감찰 필요성은 확인했다면서도 “감찰 시기나 주체, 방식 등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감찰 대상자가 누가 될지도 변수다. 일단 송 3차장과 고 반부패2부장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만 감찰 대상자가 될 경우 공정성 시비가 일 가능성이 있다. 이 서울지검장도 법무부에 사무 보고를 했을 때 대검찰청과 서울고검 보고를 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송 3차장과 고 반부패2부장만 대상이 된다면 균형 있는 판단이 아니라는 지적이 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檢 No. 2 이성윤의 판단은?… 백원우 기소 이뤄지나
추 장관으로 대표되는 법무부와 윤 총장으로 대표되는 검찰 중간에 있는 이 지검장의 ‘선택’도 주목해볼 만한 요소다. 이 지검장은 13일 취임 당시 ‘절제된 검찰권’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또 최 비서관 기소과정에서 여러 차례 일선 수사팀의 기소 의견에 결재하지 않아 윤 총장이 직접 지시를 하게 해 양측의 정면충돌을 일으키게 했다. 지금까지는 이 지검장이 윤 총장과 반대 지점에 서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의 ‘넘버 2’인 이 지검장이 계속해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지검장은 자신이 윤 총장을 ‘패싱’했다는 주장에 “중요 보고를 상황실에 두고 오기보다는 대검 간부를 통해 보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새로 임명된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 이근수 2차장이 모두 이 지검장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 지검장이 수사상황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지 않음을 시사한다. 당분간은 이 지검장이 수사 진행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외로 살펴보면 서울동부지검에서 진행 중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관련 수사도 향후 법무부와 검찰 간 충돌의 한 요소로 거론될 수 있다. 수사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당시 조 전 장관과 박형철 당시 민정비서관 등에게 유 전 부시장 구명을 전달했던 것으로 적시했다. 백 전 비서관에 대한 기소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최 비서관 기소를 놓고 수사팀과 검찰 지휘부가 한 차례 진통을 겪은 상황에서 백 전 비서관 기소를 놓고 다시 양측 간 이견이 돌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검찰 내홍은 물론 현 정부와 검찰 간 갈등이 위험 수위로까지 치달을 수도 있다.
◆與 “野 검찰 편들기 정치 끝내야”… 野 “검찰학살 TF 설치·특검 추진”
검찰 인사와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 등 검찰을 둘러싼 여진이 설 연휴를 마무리하는 날까지 이어졌다. 여당은 “민심은 민생에 집중하라는 것이었다”며 검찰인사와 관련한 논란을 서둘러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야당은 ‘검찰학살 TF’를 설치하고 특별검사를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설 명절 관련 민심보고’를 통해 “이제는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위해 검찰과 법무부가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도록 정치권도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야당도 검찰 편들기 정치는 여기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검찰 문제를 둘러싼 자유한국당의 공세가 쉬지 않고 이어졌다”며 “검찰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시시콜콜 정치권이 개입해 논란을 부추기는 건 시대착오적 검찰정치의 연장선이며 비정상의 정치”라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민생’을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하나의 민심은 검찰의 일은 정부에 맡기고 국회는 민생에 집중하라는 것이었다”며 “만나는 분마다 국회가 힘 모아 국민 삶의 개선에 발 빠르게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연휴 기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고 있다”며 정부의 관련 대책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검역관리 등을 철저화한 검역법 개정안을 2월 안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당내에 검찰의 좌천인사와 관련한 논란을 파헤칠 ‘검찰학살 TF’를 꾸리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성윤 지검장에게 최강욱을 기소하라고 지시했는데도 이 지검장은 묵살했다. 법무부에는 보고하면서 상급기관인 고검장과 검찰총장에겐 보고하지 않았다. 이거야말로 명백한 항명”이라며 지적했다. 심 원내대표는 “왜 이 정권이 그토록 공수처법을 밀어붙였는지 그 속내가 제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자신들을 수사하려는 검사들을 공수처를 통해 잡아넣고, 모든 비리와 범죄를 은폐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원내대표는 법무부가 설 연휴 직전 검찰 중간간부급들에 대해 무더기 교체인사를 낸 데 대해서도 ‘윤 총장이 전원을 유임시켜 달라고 의견을 냈지만 철저하게 묵살당했다. 검찰청법에는 ‘총장의 의견을 들어 인사한다’라고 돼 있지만, 이 조항 역시 묵살됐다.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고 수사방해”라고 비난했다.
한국당이 꾸리는 검찰학살 TF는 권성동 의원이 TF 위원장을 맡고,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채울 방침이다. 한국당은 또한 관련한 특별검사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심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우리가 현재 숫자가 부족해 저쪽(여당)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텐데, 4월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 특검을 제대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도형·박현준 기자 scope@segye.com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