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문회 나온 추미애 후보자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019년 12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법 등 검찰개혁법안 관련 질의를 듣고 있다. | |
ⓒ 남소연 |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난 2019년 12월 30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법사위원들이 아들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추 장관의 아들은 2017년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미2사단 지역대 소속 카투사로 근무한 바 있다.
이은재 의원이 "아들의 휴가 미복귀를 군 지휘부에 직접 전화해 무마했다는 의혹이 있다"라며 포문을 열자, 김도읍 의원은 "제보를 받은 것"이라며 "고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김 의원은 "(추 후보자 아들에게) 복귀를 지시하고 전화를 종료했는데 20∼30분 뒤 상급 부대의 모 대위가 당직상황실로 찾아와 휴가 연장 건을 직접 처리하겠다고 했다고 한다"며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추 장관은 "SNS상에서 근거 없이 떠도는 얘기", "전혀 (외압을) 행사한 적 없다"며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익숙한 패턴
▲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9년 12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자료 제출 거부를 지적하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 |
ⓒ 유성호 |
공세가 이어지자 추 장관은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추 장관에 따르면 아들은 군 규정에 따라 제대로 된 병가를 얻었다. 필요한 수술 이후 후속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군과 상의 후 개인 휴가를 얻었기에 휴가 미복귀도 없었다는 것.
반면 김 의원은 "군형법상 휴가 복귀명령을 위반한 것은 2년 이하의 징역이고, 휴가 미복귀 자체만 해도 1년 이하의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등등의 중형"이라며 외압 여부를 추궁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2020년 1월 4일, 한국당은 약속(?)을 지켰다. 해당 의혹에 대해 한국당 정점식·이만희 의원은 대검찰청을 방문해 추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 '근무 기피 목적 위계죄의 공동정범', '근무이탈죄의 방조범', '근무기피 목적 위계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물론 추 장관이 고발당한 사건이, 또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사건이 이뿐만은 아니다. 지난 1월 9일 한국당은 '아들 의혹'에 이어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 "현 정권의 주요 관계자들이 연루된 중대 범죄를 수사 중인 검사들을 대거 좌천시키는 인사를 일방적으로 단행했다"며 추 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1월 22일 검찰은 이 사건을 수원지검 공공수사부에 배당했다.
보수단체의 고발도 잇따랐다. 1월 29일 '행동하는 자유시민'은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직위해제를 촉구하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추 장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직무유기죄, 최 비서관은 협박죄 혐의로 각각 고발했다. 앞서 1월 22일 추 장관이 발탁한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및 강요 등의 혐의로 고발한 이 단체는 지난 2019년 3월 이언주 무소속 의원 등이 설립했다.
다음 날인 1월 30일, 정갑윤 한국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추 장관과 이 지검장을 직권남용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직무유기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국민소통본부 산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 등이 2013년 1월 설립한 단체다.
한국당과 보수단체의 고소·고발에 이은 검찰 수사, 익숙한 풍경 아닌가. 조국 사태의 시작 말이다. 이렇듯 추 장관에 대한 한국당과 보수단체의 고발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30일 검찰이 추 장관 아들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착수를 공식화한 것이다.
청와대의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송철호 울산시장을 비롯해 무려 13명을 무더기 기소한 다음 날이었다. 한국당의 고발에 따른 현직 장관 아들 수사도 수사지만, 공교로운 것은 검찰이 이 사실을 발표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익숙하지 않은가. 조국 인사청문회 당일 밤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소환 조사 없이 전격 기소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중 조국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던 이후 계속돼 왔던 바로 그 윤석열 검찰의 타이밍 말이다.
대선후보로 떠오른 윤석열
▲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의 권력기관 개혁 보고를 받고 있다. | |
ⓒ 청와대 제공 |
"수사·기소에 있어 성역을 없애야 하고 국가 사정기관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1월 31일 오전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권력기관 개혁 후속 조치를 보고받으며 한 발언이다. 이후 정 총리는 총리실 소속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준비단'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후속추진단' 설치, 자치 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설치 등을 골자로 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검찰이 추 장관 아들 의혹 수사 착수를 언론에 알린 다음 날 나온 "수사 기소에 성역을 없애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꽤 공교로워 보인다. 검찰이 수 달째 끌어오다 일단락한 청와대 수사의 일환인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현직 장관 아들에 대한 수사는 그 의미가 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로운 상황은 또 있었다.
이날 머니투데이는 <윤석열 "총선 대비 검사장회의 앞당기라" 지시... '잠행'깨나>란 단독보도를 통해 "윤 총장은 설 연휴가 끝난 이번 주 초 4·15 총선 대비 전국 지검장 및 공공수사 담당 부장검사 회의를 개최할 것을 지시했다"고 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수사팀으로부터 주요 피의자들에 대해 일괄 기소 방침을 보고받고 처리 방향을 확정한 직후 취한 첫 번째 조치이기도 하다(중략). 윤 총장은 그러나 선거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 태세를 갖추기 위해 개최 시기를 미뤄서는 안 된다며 최대한 회의 개최를 앞당길 것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대검 공공수사 수사지휘부는 중간 간부 인사 발령 1주일 만인 다음 달 10일로 회의 시기를 잡고 이를 일선 지검과 검찰청에 공지했다. 회의 규모도 '전국 검사장급 회의'로 격상해 그 중요도를 높였다.
1월 29일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가 본인의 페이스북에 과거 검찰이 정치 개입한 '흑역사'를 열거하며 "며칠 전 조만간 전국 공안 부장검사들이 포함된 검찰 고위 간부들이 선거 관련 회의를 할 예정"이라며 "선거제도가 일부 공직자들에 의하여 활용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라고 밝힌 예측(?)이 맞아떨어진 셈이다(관련기사: 바닥 드러낸 검찰, 그 검찰의 동반자 http://omn.kr/1mexp).
"수사·기소에 있어 성역을 없애야 한다"는 문 대통령과 정부, 법무부의 권력기관 개혁 후속 조치 전날 한국당이 고발한 추 장관 아들 의혹의 수사 착수를 발표한 윤석열 검찰총장. 총선 이후까지 재판으로 이어질 윤 총장의 청와대 수사 자체가 일종의 총선 개입 아닐까.
그런 가운데 윤 총장이 천명한 "선거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 태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패스트트랙 사건 관련 한국당 의원들을 어이없는 이유로 불기소 처리한 검찰이 4.15 총선에서 그 칼을 공정하게 휘두를 수 있을까.
▲ 윤석열 검찰총장과 강남일 차장검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감찰청에서 열린 2020년도 신년다짐회에 참석하고 있다. | |
ⓒ 유성호 |
31일 세계일보는 <단숨에 차기주자 2위 떠오른 윤석열…"정권수사 靑 방해 투영된 듯">를 통해 "창간 31주년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후보군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급부상했다"며 윤 총장이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이어 지지율 2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윤 총장의 지지율은 한국당 황교안 대표(10.1%)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와 더 눈길을 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여론조사 결과는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일제히 기사화됐다.
그러자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현직 검찰총장을 어떤 이유에서든 차기 대선후보군에 포함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검찰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다. 검찰을 그야말로 '정치검찰'로 만드는 일이고 시대적 과제인 검찰개혁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칼을 쓰는 사람에게 권력까지 쥐여준다면 그 이상 위험천만한 일은 없다"라는 김 대변인의 논평을 본 윤석열 총장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총장과 검찰을 '정치검찰'로 만드는 것은 정치권과 언론인가, 아니면 윤석열 총장 본인인가.
그도 아니면 언론에 의해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윤석열 총장은 이미 '정치검찰'의 길로 접어든 걸까. 윤 총장은 추 장관에 대한 수사 역시 그 연장 선상에서 진행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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