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참가자들 대부분 마스크 착용
"하나님이 감염 막아준다" 황당 주장도
싸늘한 시민 반응.."이 와중에 대규모 집회라니, 감염 불안 키워"
"하나님이 감염 막아준다" 황당 주장도
싸늘한 시민 반응.."이 와중에 대규모 집회라니, 감염 불안 키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되는 가운데서도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보수단체가 서울 도심에서 주말 대규모 집회를 열자 시민들은 "감염 위험이 걱정된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3차 감염자까지 나온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행사를 진행하는 건 불안을 키우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참가자들은 "전염병보다 문재인 대통령 퇴진이 더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매주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는 1일 낮 12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미국 대사관저 앞 도로를 가득 메운 집회 참가자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한 집회 참가자는 '각막 감염' 루머를 의식한 듯 고글을 끼고 나오기도 했다. 지난 집회와 달리 '우한 폐렴 예방 마스크'라는 글귀를 써 붙이고 마스크를 파는 노점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감염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한 폐렴보다 애국하는 마음으로 문재인 정권 퇴진을 외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용인에서 아내와 함께 왔다는 박모(71)씨는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폐렴 전염이 걱정되지만 그럴수록 (집회에) 나와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 메르스 때 모든 것을 박근혜 대통령 책임으로 몰아갔던 더불어민주당이 지금은 입을 꼭 닫고 있다"며 "여당이나 문재인 대통령은 위선자"라고 비판했다.
다른 참가자는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마스크를 쓰지 않고 현장을 누볐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겁쟁이처럼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지도자 자질이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윤태봉(80)씨는 "하나님 나라 일을 하면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다. 성경에 다 나오는 이야기"라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시민들 반응은 '냉담'…"다른 시민들까지 위험 노출"
이들을 바라보는 시민들 시선은 곱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회사원 전모(31)씨는 "대규모 집회를 굳이 강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집회에 나온 사람들뿐 아니라, 이곳 광화문을 방문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위험을 줄 수 있는 행위"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사는 김모(77)씨도 "복지관이나 동사무소 교육이나 행사도 다 취소되는 마당에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몇몇 친구들이 오늘 (집회에) 간다고 연락이 왔는데, 나는 절대 안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감염 우려 속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는 인식과 맞물려 각종 행사들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교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입학식이 연달아 취소했고, 각종 박람회나 공연, 기업 행사도 유보됐다. 진보 성향의 '광화문촛불시민연대'도 이날 예정됐던 집회를 감염 우려를 이유로 잠정 연기했다.
[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 sia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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