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가세 3일 ‘슈퍼 화요일’ 최대 분수령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초반에 돌풍을 일으켰던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시장이 중도 하차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대승과 그의 낙마가 겹치면서 경선 구도는 다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바이든 전 부통령 간 ‘양강 대결’로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이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1일(현지시간) 예정됐던 텍사스 유세를 취소한 채 사우스벤드로 돌아가 선거 캠프 관계자들과 지지자들을 만난 뒤 “오늘 선거운동을 중단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하진 않았지만 “경선 레이스를 지속했을 때의 영향을 우려했다”고 말해 선두주자인 진보성향의 샌더스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결단임을 시사했다.
실제 민주당 주류진영은 그간 중도성향 후보의 난립에 따른 샌더스 의원의 어부지리 승리를 우려해왔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줄곧 샌더스 의원과 대립각을 세웠지만 이를 두고도 되레 샌더스 의원을 부각시킨다는 비판도 나왔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이를 의식한 듯 “우리는 갈라진 나라를 더 분열시키기 보다 이를 치유할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고, 이는 사실상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됐다.
38세의 젊은 나이와 첫 동성애자 후보로 주목을 받은 부티지지 전 시장은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한 뒤 ‘백인 오바마’로 불리며 바이든 대체 카드로 떠올랐다. 하지만 3번째 경선지 네바다에서 3위로 내려앉은 데 이어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선 8.2% 득표로 4위에 그쳤다. 초반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돈과 조직을 쏟아부어 깜짝 돌풍을 일으키긴 했지만, 이후부터는 흑인 등 유색인종 내 지지기반의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흑인 표심을 업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압승, 억만장자 사업가 톰 스타이어의 사퇴 등으로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지면서 결국 사퇴 외에 다른 길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부티지지의 돌풍으로 궁지에 몰렸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다시 중도진영의 구심점으로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NBC방송 인터뷰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많은 지지자들이 모였고 500만달러가 추가로 준비됐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바바라 웩스톤 하원의원 등 워싱턴 정가의 지지선언도 잇따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곳에서 일제히 경선이 실시되는 슈퍼 화요일(3일)을 코 앞에 두고 샌더스를 견제하려는 주류의 급박한 상황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샌더스 의원의 독주에 위기감을 느낀 주류ㆍ중도진영이 다시 바이든 캠프로 급속히 모여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중도진영 후보 간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샌더스 의원이 최대 승부처인 슈퍼 화요일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부티지지 전 시장의 하차와 바이든 전 부통령의 극적인 재기가 결합되면서 워싱턴 정가에선 “이제부터 ‘샌더스 대 바이든’ 간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란 예상이 많아지고 있다.
다만 슈퍼 화요일에 합류하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파괴력은 여전히 변수일 수 있다. 그는 한때 ‘바이든 대체 카드’로 급부상했지만 TV토론에서 난타당하며 상승세가 한 풀 꺾인 상태다. 바이든 캠프는 블룸버그 전 시장도 하차하길 바라지만, 그가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으며 레이스를 지속할 경우 민주당 주류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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