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여권 인사가 ‘더불어민주당도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민주당과 선거법 개혁에 협치한 야당 사이에서 “정치개혁을 추구한 초심을 따르라”, “민주당은 입장을 분명히 하라”는 비판이 거세다.
미래통합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선거법을 불법이라며 인정하지 않고,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겠다는 꼼수로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상황에 이에 대응하겠다며 똑같이 위성정당 창당을 고려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21일 “민주당은 선거제 개혁에 함께한 주역으로서 정치개혁의 대의에 함께 복무하고 있다는 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래통합당의 불법 위장 사조직인 미래한국당의 창당이 실제로 단행되자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 똑같은 비례 위성정당 창당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여권에서 나름대로 영향력이 있는 인사들 사이에서 진지하게 창당 계획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민주당은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강 대변인은 “만일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하거나 또는 창당을 간접적으로라도 용인한다면 세계적 조롱거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며 “비례 위성정당을 이용해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것은 민주주의 파괴행위일 뿐이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퇴출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원칙과 명분은 지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한국당이 민주주의를 역행하고 훼손하는 위헌위장정당이라면, 비례민주당의 가시화는 민주당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민주주의 붕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도 논평에서 “여권 인사들이 앞다퉈 민주당 위성정당을 만들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나서는 것은 집권 여당이 스스로 정치개혁의 대의를 포기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천신만고 끝에 ‘4+1’ 협치로 이뤄낸 선거제 개혁을 물거품으로 만들 소지가 크다”며 “처지가 아무리 급해도 샛길로 돌아가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큰길로 가야 하는 것이 집권 여당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은 ‘위법 탈법을 해서라도 선거는 이겨놓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 문재인 대통령 뜻인가를 물을 것”이라며 “민주당 지도부는 위성정당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민주당의 비례대표 전용 정당 설립을 고려하냐’는 질문에 “모든 것을 열어놓고 판단하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전 실장은 “보수 야당의 행태는 지난 연말 연초에 있었던 선거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그런 꼼수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폐해에 대한 대응을 하자는 것”이라며 “‘원칙의 정치’가 ‘꼼수 정치’를 이긴다고 생각하지만,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민심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걱정이 있다. 만약 그런 비상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해야 된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손혜원 의원도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손혜원TV’에서 “많은 분이 제게 요청해오는 것이 우리가 진보에 비례당을 하나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나서서 지금 선거법을 개정했는데, 위험한 부분에 대해서 일체의 검토가 없었던 게 아닌가. 지금 저 무리들이 비례당을 만들었는데, 그럼 (민주당도) 만들지 않고 그냥 있을 수는 없다 싶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아닌, 민주시민을 위한 그야말로 시민이 뽑는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제가 직접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니 한 번 여기에 관련된 분들과 함께 의견을 모아 (그동안) 전혀 부정적으로 (느껴)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을 지금 이 순간부터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이 잘못 판단한 게 있다면 우리가 되돌리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 일을 우리가 보이지 않게 우리 역할로 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다만,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민주당의 비례정당 창당에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비례민주당을) 당 지도부에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라 ‘어떤 선거 결과를 가져오겠는가’ 하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여러 상황을 점검하고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당 지도부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자유한국당이 급조한 미래한국당은 독자적인 당원도, 독립적인 정강과 정책도, 자립적인 사무실도 없다”며 “종이정당이고, 창고정당이며, 위장정당이고 한 마디로 가짜정당이다. 이런 정치기획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정당정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참 나쁜 정치’이며 한국 정치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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