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한국경제, 논란의 수능 한국사 문제 사실확인 없이 '오보'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사 지문에 등장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남북관계 관련 연설을 '문재인 대통령 연설'이라고 보도했던 조선일보가 기사를 수정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쓴 오보다.
수능 한국사 20번 문제는 주어진 연설이 행해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을 선지에서 선택하라는 내용이다. 연설은 “지난해 남과 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한 후 대결과 단절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와 공영의 새 시대를 열기로 합의했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자주적으로 실현하려는 우리의 노력도 북의 호응으로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통일은 소망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연설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1992년 1월 연두 기자회견 담화문이다. 즉, 노태우 정부 정책을 선택하는 문제. 선지는 ①당백전을 발행하였다 ②도병마사를 설치하였다 ③노비안검법을 시행하였다 ④대마도(쓰시마섬)를 정벌하였다 ⑤남북 기본 합의서를 채택하였다 등 5개다. 정답은 ⑤번으로 변별력 없이 지나치게 쉬운 문제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는 문제에서 제시한 노 전 대통령 연설을 문재인 대통령 연설이라고 보도하며 정부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4일 “너무 쉬운 한국사 20번 논란… 수능 문제로 정권 홍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사 20번 문제 관련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 문제는 '다음 연설이 행해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으로 옳은 것'을 물으며 문재인 대통령 연설의 일부를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후 “중학생도 안틀릴 한국사 20번 논란…수능 문제인지 통일교육인지”라고 제목을 수정하고 '문재인'도 '노태우'로 바로잡았다. 하지만 노태우 정부가 채택한 남북 기본 합의서는 대한민국의 남북관계 개선의 시작을 알린 사건이자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 기초가 되어왔다는 점에서 '통일교육'이라는 비아냥도 기자와 매체의 무지함을 드러낸다.
한국경제도 한국사 20번 문제 논란에 “수능으로 文정권 홍보?… '한국사 20번 문제' 어떻길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에 대한 연설 내용을 보여주며 정부의 추진 정책을 물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도 “수능으로 통일 교육?… '한국사 20번 문제' 어떻길래”라는 제목으로 바뀌었고 본문도 “문제는 남북관계에 대한 연설 내용을 보여주며 당시 정부의 추진 정책을 물었다”고 수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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