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와 인터뷰서 새 제안
"당정합의안 순리 맞지만 미래통합당 반대해 문제 못풀어..
금액 낮춰 보편지급 뒤 새 국회에서 추가 추경으로 풀자"
대선 관련엔 "결국 실적·성과로 평가받아..도정에 전념"
"당정합의안 순리 맞지만 미래통합당 반대해 문제 못풀어..
금액 낮춰 보편지급 뒤 새 국회에서 추가 추경으로 풀자"
대선 관련엔 "결국 실적·성과로 평가받아..도정에 전념"
전 국민 재난소득 지급을 두고 여야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재난소득 지급의 시급성을 고려해 “일단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소득 하위 70%에 최대 100만원’(4인가구 기준)을 지급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7조원 규모 추경안을 일단 통과시킨 뒤 1인당 지급액을 낮춰 모든 국민에게 나눠주고, “5월 말 새 국회 출범 뒤 추가 추경을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22일 수원시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이 지사는 “정부·여당이 합의한 ‘100%에 지급하되 고소득층의 자발적 반납 유도’는 큰 틀에서 순리에 맞는 방안이지만 통합당이 여전히 반대하는 만큼 문제는 여전하다”며 “‘적자 국채 추가 발행은 안되니 기존 정부안(소득 하위 70% 지급)대로 하자’는 통합당 주장과 ‘총선에서 공언한 대로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민주당 주장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현 추경안 통과 뒤 보편 지급’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발군의 존재감을 발휘한 정치인이다.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재난기본소득 아이디어를 내놨고, 실제 모든 경기도민에게 10만원씩 지급하는 중이다. “경기도정을 맡기 전부터 기본소득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피할 수 없는 경제정책이라고 생각했다”는 이 지사는 “황교안 전 대표가 ‘전 국민 50만원 지급’을 얘기해 반신반의하긴 했지만 ‘정신 좀 차렸나, 드디어 국민 목소리를 현장에서 귀 기울이게 됐나’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빈말이었다”며 “국민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거짓말로 속여서 자기들이 필요한 건 취득하고, 지나고 나면 약 올리고 조롱”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래는 이 지사와 일문일답.
―전 국민 재난소득 지급과 관련해 보편지급에서 선별지급으로 다시 말을 바꾼 미래통합당을 두고 페이스북에서 “주권자 기망보다 더 나쁜 주권자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주권자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서 대리인으로 일하는 것이다. 주권을 위임받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신뢰다. 약속을 했으니 그걸 믿고 권한을 맡기는데, 거짓말을 하면 신뢰관계를 깨버리는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황교안 대표가 전 국민에게 50만원 지급하겠다고 얘기해 반신반의하면서도 ‘드디어 국민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귀 기울이게 됐나’ 생각했지만 역시나 빈말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거짓말을 했더라도 지키려는 시늉을 하지만, 이들은 ‘내가 전에 말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고 얘기하고 있다. 국민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거짓말로 속여서 자기들이 필요한 걸 취하는 것이다. 아직도 자신들이 왜 심판받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집단지성을 가진 대중이 정치인보다 수준이 높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앞으로 이 상태를 유지한다면 대책 없는 정치집단이 될 것 같다.
―미래통합당 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도 70% 지급을 고집하며 ‘나중에 중요한 때 쓰기 위해’라며 힘 비축을 주장했었다.
“미래를 위해 힘을 비축해야 한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그런데 7조원, 11조원 정도 쓰는 게 우리의 힘을 다 써버릴 정도인가?”
―그렇게 큰 돈은 아니다?
“전혀 아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추경안과 이전에 집행한 것을 합쳐도 20조원에 불과한데, 국민총생산의 1% 정도다. 지금 미국, 일본, 영국, 독일, 중국 등 보면 적어도 국민총생산의 3% 이상 재정지출을 하고 있다. 20조원 썼다고 우리가 가용 가능한 재정을 다 써버린 게 아니다. 핑계일 뿐이다. 두번째로 재정건전성을 얘기하는데 지금은 위기 상황이다. 사람으로 예를 들면 일하다 사고를 당해서 허리가 부러진 상황이다. 생활비로는 수술비를 낼 돈이 부족하다며 민간요법으로 견뎌야 하는가? 돈을 빌려서라도 수술한 다음에 회복해서 갚으면 된다. 또 증세를 하거나 영구적인 국채를 발행하자는 것도 아니다. 국민 1인당 50만원을 주려면 25조원이 필요한데, 이미 7조원은 마련돼 있으니 18조만 추가로 마련하면 된다. 국회에서 2년 내 갚는 조건으로 국채를 발행하도록 하면, 내년과 내후년 9조원씩 갚으면 된다. 한해 예산 500조원이 넘는데 9조원을 마련하지 못하겠나. 마지막으로 일부 경제전문가들이란 사람들은 과거에 배운 이론, 과거의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도성장기에는 투자할 곳은 많고 투자할 돈은 부족해 공급 영역에 투입하면 수요가 창출되며 경제가 선순환하고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급부족 시대에서 수요부족 시대로 전환됐다. 위기의 핵심은 소비 위축이기 때문에 국민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서 경제가 선순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기재부 관료나 기득권에 편중된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옛날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한가지만 더, 오늘도 일부 보수지와 경제지는 ‘가난한 사람만 골라서 주자’고 하던데, 우리 사회의 기득권과 경제단체 이익을 대표하는 보수언론, 경제지들이 정말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그들만 지원하자는 것일까? 정말로 선의에서 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다고 보나?
“일부를 선별해 지급하면, 세금을 내는 사람과 (세금의) 혜택을 보는 사람이 분리된다. 그러면 조세 저항이 발생한다. 좋은 정책이라도 세금이 들어가는 정책은 세금 내는 사람들이 반대하게 된다. 결국 모두가 혜택을 보지만, 기득권자는 손해를 보는 정책은 하기 어려워진다.”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분분하던 상황에서 경기도가 모두에게 1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1인당 10만원인 이유는?
“어떻게든 지역화폐 사용을 확대하고 도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알려야 하는 책임감, 의무감 같은 게 있었다. 그런데 가장 큰 고민은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자체는 증세를 할 수도 없고, 사용처도 거의 다 정해져 집행되고 있으니. 쓸 수 있는 재원을 다 긁어모아도 1인당 4만원(약 5천억원) 정도밖에 안 됐고 무리하면 5만원까지 해보겠는데, 1인당 5만원은 쇼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싶어 참모진들과 상당 기간 논의했다. 그런 도중에 정부에서 ‘지금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먼저 하면 추경으로 보전해주겠다’고 발표해, 보전해준단 얘기는 믿지 않았지만 ‘그러면 정부 정책에 맞춰서 우리가 갖고 있는 기금 중에서 급하지 않은 것을 쓰자’고 얘기가 됐다. 기금에서 7천억원 정도를 조달해, 1인당 10만원(약 1조3천억원)을 맞출 수 있었다.”
-지역화폐로 지급했고 사용기한이 3개월이다. 좀 이른 얘기지만 반향이 있나?
“현금 지급이 소비촉진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검증된 것이다. 미래가 불확실하니 전부 저축해버린다. 그래서 무조건 소비하도록 3개월로 제한했는데, 골목상권, 특히 전통시장 쪽에서는 상당히 좋아하고 있다. 기초단체 몫까지 포함하면 2조원 넘게 경기도에 풀렸는데 ‘세금을 내긴 냈지만 정부로부터 처음 받아봤다’는 반응도 꽤 있다. 지역화페로 지급돼 추후에 추적이 가능한 만큼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다 알 수 있다. 그 방대한 빅데이터가 추후 경제정책 수립에 사용될 것이다.”
―교황도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얘기했는데, 혹시 사전에 논의라도?
“(하하) 그럴 리는 없고. 그런데 이게 조금 깊이 사유하면, (기본소득은) 누구나 도달할 수밖에 없는 결론이다.”
―여당과 기재부가 계속 엇박자를 내다 오늘(22일) ‘100%에게 지급하되 고소득층의 자발적 반납을 유도’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전 국민 지급이라는 점에서 순리에 맞는 방안이다. 하지만 추가 적자 국채 발행은 안 된다는 미래통합당은 또 반대할 수밖에 없는 만큼 문제는 여전하다.”
―논의를 풀 돌파구는 없을까?
“세상 모든 문제는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풀 수 있다. 미래통합당은 ‘100%에게 주려면 국채 발행해야 되니까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니 정부안대로 해라’는 것이고, 우리 민주당은 “선거 과정에 공언한 대로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약속은 현재 국회의원들하고는 관계가 없다. 결국 현재 추경안을 통과시킨 뒤 1인당 지급액을 낮춰 100%에게 지급하고, 5월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그때 또 추경을 하는 게 간단한 해법이다.”(이날 오전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은 기자들과 만나 “어제 오후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적자 국채 발행은 안 된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다. 이를 제외한다면 지급 범위와 액수에 대해서는 정부와 여당이 합의해 오는 대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여당이 180석을 석권한 총선 결과는 어떻게 보나.
“나야 민주당 소속이니까 흐뭇하고 즐겁지만 걱정도 된다. 민주당에 동의돼서 뽑았다기보다는 통합당 심판을 한 결과인 것 같다. 이해찬 대표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교만하면 안되고, 정말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19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훌륭한 대응도 있지만, 통합당의 오만한, 국민을 경시하는 태도가 선거에 가장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막말하고, 후보들 지역구를 일방적으로 바꿔 내려보내고…. 국민 열명 가운데 여섯명 가량이 투표하는데, 이들은 다 판단하고, 바쁜 시간 쪼개서 줄서서 힘들게 투표한다. 자기 판단을 관철하기 위해서인데, 통합당은 이런 사람들을 투표도 하지 않고, 아무 관심도 없고, 뉴스 몇 개로 판단을 바꾸는 사람들로 착각했다. 투표하는 10명 중 6명이 얼마나 주체적이고 시민의식이 높은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계속 이러면 야당이 정말로 사라질 수도 있다고 본다. 이제 바람직한 상황은 민주당이 중도보수 영역을 차지하고, 또 새롭게 중도진보 영역을 차지하는 정당이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민주당이 중도진보가 아니라 중도보수로 간다? 그럼 지금의 미래통합당은?
“보수가 아니다. 안타깝지만, 개개 구성원은 따로 봐야 하지만, 집단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미래통합당은 이번에 또 탄핵당한 것이다. 대안을 제시하는 합리적 보수정당으로 태어난 게 아니라 도로 뭉쳐 과거 행태를 똑같이 반복하는. 합리적 보수세력으로 재탄생하기 어려울 것 같다.”
―곧 출범할 슈퍼여당이 가장 우선해야 할 정책은 뭘까?
“온 국민이 동의하는 것처럼 경제정책이다. 현재 위기는 매우 구조적이어서,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도 다르다. 과거 위기의 대응책 확장판으로 해결이 안 된다. 수요 부족 시대에 맞는 체계적 대책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도 그런 취지였다.
“맞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만 너무 부각됐고, 야당의 프레임 공격도 너무 강했다. (총선에 압승해) 이제는 뭐든 다 할 수 있다. 해답은 다 있고, 결국 선택의 문제이고, 용기와 결단의 문제다.”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는데.
“우리 사회·경제 문제의 핵심은 불공정이다. 결국 부당이득, 불로소득을 막아야 하는데, 그 핵심이 바로 부동산이다. 모든 국민이 건물주가 되는 게 꿈이고, 모든 사람이 집 사서 집값 뻥튀기되길 기대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현재 부동산 보유세가 선진국의 4분의1 수준인데, 2분의 1로만 올려도 15조~16조원이 생긴다. 국민 1인당 30만원씩 줄 수 있는 돈이다. 중앙정부는 급격한 변화가 부담스럽겠지만 (법을 바꿔) 지방자치단체에서 실험적으로 해보면 어떨까. 우리에게 맡겨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돌파 전문이잖나.(웃음)”
―정치인은 늘 선거를 염두에 두는데, 2년 뒤 대선 관련 복안은?
“2년 뒤에는 대선뿐 아니라 지방선거도 있다.(웃음) 정치인은 국민이라는 물 위에 뜬 배라고 하잖나. 소규모 선거는 (당사자가 젓는) 노가 의미가 있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흐름이 중요하다. 격류가 흐르는 큰 강에서 노를 잘못 저으면 뒤집힐 수도 있다. 결국은 성과, 실력과 실적으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믿으며, 도정에 전념할 뿐이다.”
―마지막 질문. 포퓰리스트라는 평가가 있다. 동의하나?
“엘리트주의 반대해 대중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라면 맞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비합리적 욕구를 좇아서 해선 안 될 일을 하는 걸 포퓰리즘이라고 하는데, 내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게 뭐 있나? 없다고 자부한다. 주권자 다수의 의견을 따라 그들이 원하는 걸 하는 대리인일 뿐이다. 나는 실용주의자, 철저한 실용주의자다.”
이순혁 서혜미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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