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첫 재판에서 검찰이 “공범 사건을 아직 수사하고 있다”며 재판을 3개월 뒤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피고인 측은 “관련 사건이 수사 중이면 기소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23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울산부시장,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등 13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피고인들은 공판준비기일에 출석의무가 없어 나오지 않았다.
이날 재판은 10분 만에 종료됐다. 검찰이 아직 피고인 측에 사건기록 열람·등사(복사)를 해주지 않아 공판준비절차를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월 29일 기소한 이후 공범 관련 사건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최근에서야 본격적인 소환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종결이나 공소제기로 장애 사유가 없어지는 즉시 방어권에 차질 없도록 열람·등사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다음 공판준비기일을 3개월 뒤로 연기해 달라고 했다. 남은 수사에 2개월이 더 걸리고 피고인들의 사건기록 검토에 1개월이 걸린다고 계산한 것이다. 검찰이 밝힌 이번 사건의 기록은 총 97권 4만7000여쪽에 달한다. 이 중 증거제출을 위해 분류해 놓은 기록만 3만쪽 분량이다.
피고인 측은 방어권에 심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항변했다. 송 시장 측 변호인은 “관련 사건이 수사 중이면 기소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기소를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증거목록에 대해선 열람·등사를 거부할 수 없다”며 “안 해주면 위법하게 되고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증거목록은) 적극 열람·등사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준비기일을 다음 달 29일로 정했다. 이날 재판 종료가 선언되자 방청석에 있던 한 남성은 “현명한 법의 판단 바라겠습니다. 재판장님”이라고 외쳐 법정 경위의 제지를 받았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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