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부터 시작해 6개월째 불타고 있던 호주 전역의 대규모 산불이 최근 집중 폭우로 소강 국면을 맞았다. 현재 불타고 있는 60여개 가운데 20여개가 진화됐으며 40여개 역시 ‘위험’ 단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지난 6일부터 시작된 폭우가 5일째 계속되면서 일부 지역에서 침수와 산사태 등 홍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BC 방송 등 호주 언론에 따르면 퀸즈랜드 주부터 뉴사우스웨일스 주, 빅토리아 주 등 산불이 휩쓸었던 호주 동부 지역에 폭우가 내리고 있다. 이번 비는 이번주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시드니의 경우 지난 주말 이틀 동안 400㎜의 비가 쏟아졌다. 이는 보통 2달 동안 내리는 비의 양으로 1998년 이후 22년 만에 내린 최악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앞으로도 최고 200㎜가 더 쏟아질 전망이다.
호주에선 그동안 산불로 한국 면적보다 넓은 1100만 헥타르(11만㎢) 이상의 산림이 소실됐다. 그리고 10억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죽고 34명이 사망했으며 6500여채의 가옥이 소실됐다. 따라서 그동안 산불과의 전쟁을 치러온 소방당국으로서는 이번 폭우가 반가운 상황이다. 셰인 피츠시몬스 뉴사우스웨일스 주 소방청장은 9일 채널7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환상적이다. 이번 비로 70일 넘게 쿠로완에서 타고 있던 초대형 산불을 포함해 여러 산불이 완전히 꺼졌다”면서 “아직도 남동부 해안 지역에 산불이 남아 있지만 그곳에도 곧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진화에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고 예측했다.
산불만이 아니라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문제도 상당히 회복했다. 시드니의 식수원 역할을 하는 와라감바댐의 저수율이 가뭄으로 40% 초반으로 떨어졌다가 이번 호우로 단숨에 62%를 회복했다. 이외에 바닥을 보이던 댐과 저수지의 저수율이 높아지면서 물 부족 문제가 대폭 완화됐다.
하지만 집중 호우로 인한 홍수 피해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곳곳에서 도로가 유실되고 가옥이 침수되는가 하면 산사태 우려까지 발생하고 있다. 12만 가구가 정전 사태를 겪었으며, 일부 지역에는 아예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바다와 가까운 시드니의 해안가 석호에는 높은 파도 때문에 상어가 유입되기도 했다.
그동안 산불 진압을 하느라 목숨까지 잃었던 소방관들은 이번에는 홍수 피해 현장에 투입되어 시민과 동물들을 구조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호주 기상청은 “이번주에도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지역 시민들은 주의하길 당부한다”라고 발표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222554&code=61132211&cp=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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