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전셋값, 대책 없는 정부
[이태경의 고공비행] "MB정부, 능력도 의지도 없다"
서울 지역 전세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1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134만8521가구의 가구당 평균 전세금은 2억5048만 원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 2억4000만 원대를 돌파한 이후 4개월만에 평균 1000만 원이 오른 것인데, 서울지역 전세금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에는 2억 원에 미치지 못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서울시 전셋값이 얼마나 가파르게 상승했는지를 알 수 있다.
▲http://kmomnews.hankyung.com/news/apps/news.sub_view?popup=0&nid=02&c1=02&c2=02&c3=00&nkey=201107221002281 |
전세가격 상승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
전세금은 왜 이렇게 오르기만 하는 걸까? 본디 임대시장은 매매시장과는 달라서 투기적 가수요가 끼어들 여지가 적다. 즉 임대시장에서 전세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한다는 것은 전세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는 시장의 신호다. 한 마디로 수급(需給)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전세수요가 이전에 비해 늘어난 원인 가운데 으뜸은 시장참여자들이 주택 매수를 기피하고 전세를 선호하는 것이다. 서울 및 수도권의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높고 상승할 여지가 적다는 컨센서스가 시장참여자들 가운데 넓게 형성된 데다가 구매력도 위축된 상태이기 때문에 주택 구매수요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주택 구매가 가능한 사람들도 시장을 관망하며 임대시장에서 집을 구하고 있다. 게다가 서울 등 수도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뉴타운 사업도 인위적인 전세수요 증가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문제는 전세수요가 이처럼 증가하는데 비해 공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계획적인 뉴타운 사업 추진으로 인해 동시에 멸실된 주택이 폭증했는데, 이는 임대시장에서 민간임대주택의 공급 감소로 나타난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건설마저 줄이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급감했음을 알 수 있다.
그간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전월세 대책을 살펴보면, 이 정부가 그릇된 정책들을 처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내놓은 전월세 대책은 총 4개다. 2009년 8월 20일에 발표한 '전월세 부담 완화를 위해 전세자금 대출을 확대하고 도시형 생활주택 등 서민 주거공간을 적극 확충', 2010년 8월 30일에 발표한 '8.29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ㆍ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에 부속된 '주거비 경감 등 서민 주거지원 확대' 대책, 올해 1월 13일에 발표한 '1.13 전월세시장 안정방안', 2월 11일에 발표한 '2.11 전월세시장 안정 보완대책'이 그것이다.
위의 대책들을 관통하는 코드는 '공공임대물량 축소', '민간임대 시장 활성화', '대출에 대한 편의 확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임대물량을 시장에 충분히 공급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임대시장을 안정시키는 대신, 민간임대시장에 기대고 치솟을 대로 치솟은 전,월세금을 대출을 통해 충당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데 이렇게 해서는 중산층과 서민들이 전,월세난을 벗을 길이 없다.
이명박 정부에 전세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는 난망
수 없이 많은 임차인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전세난을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택 가격 떠받히기를 중단하고 보유세 등을 정상화시켜 주택가격을 하향안정화시키면 임대시장에 머물던 대기수요 중 상당수가 매수시장으로 이동해 전세수요를 줄일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인 공급도 무척 중요하다. 정부가 일정량의 공공임대주택을 보유한다는 건 주택 가격이 상승할 때 투입할 예비군을 확보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정책들은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근본적이며 효과가 큰 대책들이다.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당장 고통을 경감시킬 방법들도 필요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한 임대차 계약 기간 연장, 직전 임대차 계약 대비 임대료(전월세) 인상률 제한, 저소득층에 대한 임대료 보조제도 도입, 장기저리의 전세자금 지원 획기적 확대 등과 같은 대책들이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긴급하게 사용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전,월세난을 근본적으로 혹은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주택 가격을 하락시키거나 다주택자들 및 임대인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책수단들을 동원해 전,월세 난을 제압할 의지를 보인 적이 없다. 심지어 최근에는 정부가 보금자리 인근 뉴타운·재개발 사업단지 내 임대주택 건립의무비율을 최대 50% 줄일 방침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의 잔여임기 동안 전,월세 난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접는 것이 좋겠다.
▲ ⓒ프레시안(손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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