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겨냥 수사 차질 가능성…'김여사 특검론' 등 압박 커질 듯
檢 "실체 규명은 수사팀 책무"…김여사 소환 질문엔 "필요하면 진행"공수처도 이종섭 등 수사 속도 낼 듯…처장 공백 해소 관건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이도흔 기자 = 22대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다루는 검찰 수사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을 겨냥한 수사에는 차질이 빚어지고 반대로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 수사에는 속도를 내라는 안팎의 압박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총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로우키'(low-key)를 유지해 온 각종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 가운데 야권 인사들이 수사선상에 오른 사건으로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수수 의혹,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의혹 등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지난 2월 말 민주당 허종식 의원과 임종성 전 의원을 전당대회 돈 봉투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긴 이후 나머지 수수 의심 의원 최대 17명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공공수사2부(정원두 부장검사)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송철호 전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한 공천과 '하명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재수사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7일부터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이들 사건은 총선이 끝난 이후 본격적인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범야권의 압승으로 검찰 수사가 힘을 얻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돈 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민주당 의원들은 이전부터 '정치 검찰이 명확한 증거 없이 야당 인사들을 무리하게 수사한다'고 반발해 왔는데, 앞으로 검찰 수사에 협조적으로 나오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울산 사건의 주요 피의자인 조 대표 역시 이번 총선에서 '검찰 개혁'을 기치로 돌풍을 일으키며 원내 입성에 성공한 만큼 검찰 수사에 한층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 대표는 올해 1월 서울고검이 재기수사를 명령하자 "명백한 정치탄압"이라면서도 "검찰이 부르면 언제든지 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의 윤 대통령 명예훼손 의혹 수사도 변수가 커졌다는 분석이 법조계에서는 나온다.
검찰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후보가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때 대장동 대출 브로커인 조우형 씨의 혐의를 무마해줬다는 취지의 '허위 보도'가 잇따른 배후에 이재명 대표 캠프 관계자 등 민주당 인사들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반부패수사3부(김용식 부장검사)가 수사 중인 권순일 전 대법관의 '50억 클럽' 의혹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본적으로는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고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고문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다루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환송과 관련한 '재판 거래' 의혹과도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인 한 변호사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이란 가치를 추구하려면 어떤 상황이든 수사를 주저하지 않고 해야 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전투적인 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확보한 정치 지형이 검찰 수사에 상당히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증거가 비교적 명백히 확보되지 않고 조금이라도 부족한 경우에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추가 증거 수집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신속하게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 수사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필요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의 돈봉투 수수 혐의 수사에 대해서는 "수사가 지연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소환 조사는) 수사팀이 의원들과 일정을 조율해서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저희 수사가 야권에만 집중돼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어떤 의도를 갖고 한쪽만 수사한다는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여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정치권의 압박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사건 가담자의 범위 등과 관련한 법률적 쟁점을 정리하기 위해 권오수 전 회장 등의 항소심 상황을 지켜보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4∼5월 권 전 회장 등을 소환조사한 이후 가시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압승을 거둔 야권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한 차례 무산된 김 여사 특검 재추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검찰이 특검 명분 등을 차단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김 여사 소환조사 등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국 대표는 이날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여사의 즉각 소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여사 소환에 관한 질문에 "(주가 조작의) 인적 책임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필요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말씀드려왔다"며 "대상이나 방식의 제한 없이 실체 규명에 필요하다 판단되면 그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가 조작 관련자들의 항소심 재판 내용을 살피고 있다면서도 '재판이 끝나야 김 여사 소환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검찰과 별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감사원의 국민권익위 표적 감사 의혹 등 정치적 파급력이 큰 주요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총선 전 '도피 논란'이 일었던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는 국방부 장관 시절 해병대 수사단이 채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해 경찰에 이첩한 기록을 위법하게 회수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런 지시의 배경에 윤 대통령의 '격노', 대통령실 관계자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이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채상병 특검법'에 이 전 대사의 출국 과정을 밝히는 '이종섭 특검법'을 병합한 수정안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점도 공수처 수사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공수처가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려면 석 달 가까이 공석인 처·차장 자리가 채워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기 공수처장은 대통령이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공수처장 최종 후보로는 판사 출신인 오동운 변호사와 검사 출신인 이명순 변호사가 지난 2월 29일 추천됐으나 지명이 미뤄지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여권 위원들이 추천한 인사다.
momen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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