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효과 64조, 허황된 얘기”
평창 겨울올림픽에 대한 우려 잘 안다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내실 있는 평화·민생·환경·균형·흑자 올림픽 준비할 것”
한결같다.
처음 본 건 1990년대 후반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시절이었다. 2005년부터 3년 동안 문화방송 사장을 할 때도 봤다. 가장 자주 본 건 2008년 민주당 국회의원이 된 이후였다. 그는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열세를 뒤집고 강원도지사가 됐다. 그리고 최근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바람이 들만도 한데 여전히 언론노동자 같다. 방송 기자 출신 정치인임에도 아직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어색해한다. 서민적인 풍모, 너털웃음도 여전하다. 강원도민들도 이런 매력에 끌렸을지 모른다.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이후 가장 바빠진 인사 가운데 한 명인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지난 7월13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소감은.
“좋다.”
- 그냥 좋기만 한가.
“뛸 듯이 좋다.”
-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는 좋았겠지만 이제 걱정이 앞서지 않나.
“유치 이후 언론 보도를 보고 걱정이 많아졌다. 낙관적 전망이 대부분이다. 들뜨고 거품이 잔뜩 낀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 겨울올림픽이 도깨비방망이가 아니지 않나. 정교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 한 연구소가 직접효과만 21조 원, 간접효과가 43조 원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겨울올림픽 유치의 경제효과가 64조 원이 넘는다는 주장인데 꼼꼼히 들여다본 적 있나.
“아예 신뢰를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런 게 한두 개였나. 내 전문 분야였던 방송만 봐도 그렇다. 인터넷TV(IPTV)를 도입하면, 종합편성채널을 도입하면, 경제효과가 수십조 원, 고용유발 효과가 수십만 명이라고 얘기했다. 다 허황된 얘기로 밝혀지지 않았나. 그런 얘기는 밑도 끝도 없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마찬가지다. 근거가 있고 사실에 입각한 주장을 해야 한다.”
- 3개월 안에 조직위원회를 구성해야 하지 않나. 재임 중 올림픽 준비가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가 될 텐데.
“다섯 가지 원칙을 세웠다. 평화 올림픽, 흑자 올림픽, 환경 올림픽, 민생 올림픽, 균형 올림픽이다.”
- 겨울올림픽 유치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이라고 하지만, 실제 겨울올림픽을 치른 대부분의 나라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잘 알고 있다. 겨울올림픽을 유치한 나라들이 대부분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다. 흑자를 낸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적자를 본 1998년 일본 나가노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계획이다. 허황되게 시설을 크게 지어서 과시하는 식이 아니라 내실 있게 준비해서 우리나라에, 우리 도에 부담이 되지 않는 올림픽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라 전체를 봐라. 종합편성채널을 쭉 깔아놨지만 콘텐츠가 없다. 쓸데없는 도로도 마찬가지다. 알펜시아도 콘텐츠가 없으니 텅텅 비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나라 전체에 퍼져 있다. 바꿔야 한다. 문화·인간·민생이 강한 나라가 선진국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결국 사람이다.”
- 다섯 가지 원칙 중에 평화·흑자·환경은 비교적 개념이 분명하게 다가온다. 민생 올림픽, 균형 올림픽은 뭔가.
“국민, 도민의 삶에 기여하는 올림픽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장과 시설을 크게 짓고 화려하게 행사가 끝난 뒤에 국민과 주민들이 무거운 세금을 부담하는 식은 안 되겠다는 것이다. 균형 올림픽은 유치 지역에만 투자가 몰리도록 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올림픽 유치가 강원도 남부 지역에서 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강원도 북부 지역 주민들이 약간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 부분이 없도록 균형발전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원도 남부 지역에 주로 국비가 투입된다. 법적으로는 접경지역이라고 하지만, 나는 ‘평화지역’이라고 부르는 강원도 북부 지역에는 도비를 투입해 외국인들이 관광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려 한다.”
- 겨울올림픽을 준비하고 행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수 있나.
“과잉·중복 투자로 국민의 세금이 손실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이다. 성공적으로 잘 치른다면 얻을 게 많다. 겨울올림픽은 ‘선진국 올림픽’으로 불린다. 선진국으로 가는, 일종의 관문이다. 경제적 관점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신뢰도, 문화 등 정신적 인프라가 한 단계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총체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 경제적 효과도 세금도 결국 다 숫자로 표현된다. 평창에서 겨울올림픽을 치르는 데 대략 얼마나 드나.
“올림픽 이벤트만으로는 5천억 원 수준이다. 철도와 도로, 예를 들어 인천공항에서 강릉까지 가는 고속철, 춘천∼원주 간 고속화철도, 제2영동고속도로 등의 건설에만 25조 원이 든다. 경기장을 다목적으로 짓고, 기존 시설물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조립식 가건물로 짓는다면 경기장과 시설에 들어가는 예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
- 환경 올림픽을 표방했지만, 스키 슬로프 건설 예정지인 가리왕산의 경우만 보더라도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아닌가.
“우리나라가 산 천지이고 강원도 전체가 산인데, 대회 규격에 맞는 곳이 남한에 단 하나밖에 없어 대안을 찾을 수 없다니 나도 답답하다. 조직위원회를 구성하는 단계부터 환경단체와 같이 최대한 지혜를 모아볼 계획이다. 사실 환경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반대를 하면서도 유치에 지장을 줄까 봐 발언을 자제했다. 고맙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 겨울올림픽에 대해 진보 진영에서 우려하는 대목을 대부분 알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세 번째 도전에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세금을 과도하게 낭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루 이자만 1억 원 이상 지출하는 알펜시아의 경우를 봐도 그렇고. 그런데 세 번째 도전에 나서면서 이겨야 하는 게임이 아니라 지면 안 되는 게임이 돼버렸다. 유치에 성공한 만큼 진보적 가치를 담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과 다르게 국민 삶의 질이 향상되는 방식으로 치르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하나하나 다 어려운 게 사실이다.”
-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이 남북관계 정상화 등의 조건을 달긴 했지만, 공동 개최 가능성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평화 올림픽은 대전제다. 국내 언론은 잘 보도하지 않았지만, 더반 IOC 총회 때 IOC 위원과 외신 기자들이 이런 질문을 많이 했다. 당신들은 평화를 지킬 수 있나, 평화롭게 대회를 치를 수 있나, 평창은 북한의 사정포 사정거리 안에 들어 있지 않느냐는. 평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북이 어떤 방식으로든 동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그런데 기술적으로 복잡한 부분이 있다. IOC와 약속한 부분, 선수단 파견 등에 관한 문제 같은. 치밀하게 검토해서 방법을 찾을 것이다.”
- 평창 겨울올림픽이 이명박 정부 들어 최악으로 치달은 남북관계에 도움이 된다면 IOC에도 좋지 않겠나. 약속, 계약이라는 게 변경이 불가능한가.
“바꿀 수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점은 섣불리 접근하다 깨져버리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최대한 조율해야 한다. 이쪽에서 너무 많은 얘기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상대가 있으니 배려가 필요하다.”
- 문화방송 사장 시절 방북 경험도 있고, 북쪽 인사들과 교류해본 적도 있지 않나.
“2008년 2월 미국 뉴욕필하모닉이 동평양극장에서 공연할 때 문화방송이 방송을 했다. 그때 중계차들이 개성을 통해 평양까지 이동했다. 북에서 처음으로 미국 국기를 내걸고 미국 국가를 연주했다. 북의 국가가 전 세계로 전파를 탔다. 당시 미국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같이 결정했다. 이런 흐름은 되돌리기 힘들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포격을 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으니…. 안타깝다.”
- 지난해 천안함 침몰 사고나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인해 남북 공동 개최나 단일 팀 구성에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일부 언론은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주장도 한다.
“어려움이 많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 해볼 생각이다. 도지사에 출마하면서 세 가지를 공약했다. 겨울올림픽 유치, 남북 화해와 평화, 복지를 견인할 성장. 하나는 했고 남은 임기 동안 나머지 두 가지를 열심히 할 생각이다.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그런 주장이 더 정치적이다.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사안과 주장이 어디 있나.
- 일반적으로 강원도는 보수적 색채가 강한 지역이라고 한다. 이광재 전 지사에 이어 최문순 지사의 당선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선거 때, 그리고 취임해서 일을 하면서 도민을 직접 만나보면 많이 달라졌다. 50년간 여당 정권이었는데, 두 번 연거푸 야당이 당선됐다. 어떤 지역은 ‘보수의 아성’이라는 대구보다 더 보수적이다. 민간인보다 군인이 많은 지역도 있으니까. 그런데 철원·화천·인제·양구·고성 5개 평화지역(접경지역을 뜻함) 중 3곳에서 이겼다. 나머지 2곳에서도 과거 선거와 비교하면 표 차이가 많이 줄었다. 속초에는 실향민들이 주로 사는 ‘아바이동네’라는 곳이 있는데 ‘평화가 돈’이라는 내 주장에 공감하는 분이 많다.”
- 지난 10여 년 동안 직업이 참 많이 바뀌었다. 도지사라는 새 직업은 어떤가.
“운이 좋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내 운은 아니고 국민과 도민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죽겠다. 적잖은 나이인데 새 일에 새롭게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 국회 3년에 익숙해질 만하니 강원도에 와서 새 사람을 사귀어야 하니까.”
- 전임 지사의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되면 올림픽 준비가 한창인 2014년 임기를 마친다. 임기 중에 유치를 했으니 마무리 짓고 싶은 욕심이 생길 만도 한데.
“취임 이후에 3년 임기로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연임을 생각하면 행동이 달라진다. 제약이 생긴다. 청탁을 받아줘야 한다. 선거를 도와줬던 사람들을 계속 관리해야 한다. 아예 뒤를 차단하고 싶다. 투명하고 공정한 도정에 전념하고 싶다.”
- 그럼 임기를 마치면 낙향하는가.
“다행히 난 여기가 고향이다. 어디 따로 갈 필요도 없다. 3년 뒤면 58살인데 언론사의 정년퇴직 연령이다. 바쁘게 살아왔으니 좀 놀아야지. 허허.”
-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 다르게 큰 물줄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3년 안에 가능할까. 앞에서 천명한 평창 겨울올림픽의 5대 원칙이 훼손될 수도 있지 않은가.
“‘진보가 부자다’를 보여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여전히 진보는 무능하다, 주체가 아닌 비판하고 대항하는 세력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진보가 스스로 능력 있고 보수보다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일을 더 잘한다, 올림픽도 유치할 수 있고 남북관계도 더 잘하고 경제 분야에도 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3년이면 짧지 않다. 짧은 시간 안에 해야 효과도 최대치가 되지 않겠나.”
출처 :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30067.html
평창 겨울올림픽에 대한 우려 잘 안다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내실 있는 평화·민생·환경·균형·흑자 올림픽 준비할 것”
(한겨레21 / 김보협 / 2011-07-24)
▲ 최문순 강원도지사 ⓒ한겨레21 정용일 |
한결같다.
처음 본 건 1990년대 후반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시절이었다. 2005년부터 3년 동안 문화방송 사장을 할 때도 봤다. 가장 자주 본 건 2008년 민주당 국회의원이 된 이후였다. 그는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열세를 뒤집고 강원도지사가 됐다. 그리고 최근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바람이 들만도 한데 여전히 언론노동자 같다. 방송 기자 출신 정치인임에도 아직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어색해한다. 서민적인 풍모, 너털웃음도 여전하다. 강원도민들도 이런 매력에 끌렸을지 모른다.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이후 가장 바빠진 인사 가운데 한 명인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지난 7월13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소감은.
“좋다.”
- 그냥 좋기만 한가.
“뛸 듯이 좋다.”
-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는 좋았겠지만 이제 걱정이 앞서지 않나.
“유치 이후 언론 보도를 보고 걱정이 많아졌다. 낙관적 전망이 대부분이다. 들뜨고 거품이 잔뜩 낀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 겨울올림픽이 도깨비방망이가 아니지 않나. 정교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 한 연구소가 직접효과만 21조 원, 간접효과가 43조 원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겨울올림픽 유치의 경제효과가 64조 원이 넘는다는 주장인데 꼼꼼히 들여다본 적 있나.
“아예 신뢰를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런 게 한두 개였나. 내 전문 분야였던 방송만 봐도 그렇다. 인터넷TV(IPTV)를 도입하면, 종합편성채널을 도입하면, 경제효과가 수십조 원, 고용유발 효과가 수십만 명이라고 얘기했다. 다 허황된 얘기로 밝혀지지 않았나. 그런 얘기는 밑도 끝도 없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마찬가지다. 근거가 있고 사실에 입각한 주장을 해야 한다.”
- 3개월 안에 조직위원회를 구성해야 하지 않나. 재임 중 올림픽 준비가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가 될 텐데.
“다섯 가지 원칙을 세웠다. 평화 올림픽, 흑자 올림픽, 환경 올림픽, 민생 올림픽, 균형 올림픽이다.”
- 겨울올림픽 유치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이라고 하지만, 실제 겨울올림픽을 치른 대부분의 나라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잘 알고 있다. 겨울올림픽을 유치한 나라들이 대부분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다. 흑자를 낸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적자를 본 1998년 일본 나가노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계획이다. 허황되게 시설을 크게 지어서 과시하는 식이 아니라 내실 있게 준비해서 우리나라에, 우리 도에 부담이 되지 않는 올림픽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라 전체를 봐라. 종합편성채널을 쭉 깔아놨지만 콘텐츠가 없다. 쓸데없는 도로도 마찬가지다. 알펜시아도 콘텐츠가 없으니 텅텅 비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나라 전체에 퍼져 있다. 바꿔야 한다. 문화·인간·민생이 강한 나라가 선진국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결국 사람이다.”
- 다섯 가지 원칙 중에 평화·흑자·환경은 비교적 개념이 분명하게 다가온다. 민생 올림픽, 균형 올림픽은 뭔가.
“국민, 도민의 삶에 기여하는 올림픽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장과 시설을 크게 짓고 화려하게 행사가 끝난 뒤에 국민과 주민들이 무거운 세금을 부담하는 식은 안 되겠다는 것이다. 균형 올림픽은 유치 지역에만 투자가 몰리도록 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올림픽 유치가 강원도 남부 지역에서 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강원도 북부 지역 주민들이 약간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 부분이 없도록 균형발전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원도 남부 지역에 주로 국비가 투입된다. 법적으로는 접경지역이라고 하지만, 나는 ‘평화지역’이라고 부르는 강원도 북부 지역에는 도비를 투입해 외국인들이 관광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려 한다.”
▲ 최문순 강원도지사 ⓒ한겨레21 정용일 |
- 겨울올림픽을 준비하고 행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수 있나.
“과잉·중복 투자로 국민의 세금이 손실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이다. 성공적으로 잘 치른다면 얻을 게 많다. 겨울올림픽은 ‘선진국 올림픽’으로 불린다. 선진국으로 가는, 일종의 관문이다. 경제적 관점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신뢰도, 문화 등 정신적 인프라가 한 단계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총체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 경제적 효과도 세금도 결국 다 숫자로 표현된다. 평창에서 겨울올림픽을 치르는 데 대략 얼마나 드나.
“올림픽 이벤트만으로는 5천억 원 수준이다. 철도와 도로, 예를 들어 인천공항에서 강릉까지 가는 고속철, 춘천∼원주 간 고속화철도, 제2영동고속도로 등의 건설에만 25조 원이 든다. 경기장을 다목적으로 짓고, 기존 시설물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조립식 가건물로 짓는다면 경기장과 시설에 들어가는 예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
- 환경 올림픽을 표방했지만, 스키 슬로프 건설 예정지인 가리왕산의 경우만 보더라도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아닌가.
“우리나라가 산 천지이고 강원도 전체가 산인데, 대회 규격에 맞는 곳이 남한에 단 하나밖에 없어 대안을 찾을 수 없다니 나도 답답하다. 조직위원회를 구성하는 단계부터 환경단체와 같이 최대한 지혜를 모아볼 계획이다. 사실 환경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반대를 하면서도 유치에 지장을 줄까 봐 발언을 자제했다. 고맙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 겨울올림픽에 대해 진보 진영에서 우려하는 대목을 대부분 알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세 번째 도전에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세금을 과도하게 낭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루 이자만 1억 원 이상 지출하는 알펜시아의 경우를 봐도 그렇고. 그런데 세 번째 도전에 나서면서 이겨야 하는 게임이 아니라 지면 안 되는 게임이 돼버렸다. 유치에 성공한 만큼 진보적 가치를 담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과 다르게 국민 삶의 질이 향상되는 방식으로 치르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하나하나 다 어려운 게 사실이다.”
-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이 남북관계 정상화 등의 조건을 달긴 했지만, 공동 개최 가능성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평화 올림픽은 대전제다. 국내 언론은 잘 보도하지 않았지만, 더반 IOC 총회 때 IOC 위원과 외신 기자들이 이런 질문을 많이 했다. 당신들은 평화를 지킬 수 있나, 평화롭게 대회를 치를 수 있나, 평창은 북한의 사정포 사정거리 안에 들어 있지 않느냐는. 평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북이 어떤 방식으로든 동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그런데 기술적으로 복잡한 부분이 있다. IOC와 약속한 부분, 선수단 파견 등에 관한 문제 같은. 치밀하게 검토해서 방법을 찾을 것이다.”
- 평창 겨울올림픽이 이명박 정부 들어 최악으로 치달은 남북관계에 도움이 된다면 IOC에도 좋지 않겠나. 약속, 계약이라는 게 변경이 불가능한가.
“바꿀 수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점은 섣불리 접근하다 깨져버리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최대한 조율해야 한다. 이쪽에서 너무 많은 얘기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상대가 있으니 배려가 필요하다.”
▲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한겨레21 김보협 기자 ⓒ한겨레21 정용일 |
- 문화방송 사장 시절 방북 경험도 있고, 북쪽 인사들과 교류해본 적도 있지 않나.
“2008년 2월 미국 뉴욕필하모닉이 동평양극장에서 공연할 때 문화방송이 방송을 했다. 그때 중계차들이 개성을 통해 평양까지 이동했다. 북에서 처음으로 미국 국기를 내걸고 미국 국가를 연주했다. 북의 국가가 전 세계로 전파를 탔다. 당시 미국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같이 결정했다. 이런 흐름은 되돌리기 힘들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포격을 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으니…. 안타깝다.”
- 지난해 천안함 침몰 사고나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인해 남북 공동 개최나 단일 팀 구성에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일부 언론은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주장도 한다.
“어려움이 많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 해볼 생각이다. 도지사에 출마하면서 세 가지를 공약했다. 겨울올림픽 유치, 남북 화해와 평화, 복지를 견인할 성장. 하나는 했고 남은 임기 동안 나머지 두 가지를 열심히 할 생각이다.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그런 주장이 더 정치적이다.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사안과 주장이 어디 있나.
- 일반적으로 강원도는 보수적 색채가 강한 지역이라고 한다. 이광재 전 지사에 이어 최문순 지사의 당선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선거 때, 그리고 취임해서 일을 하면서 도민을 직접 만나보면 많이 달라졌다. 50년간 여당 정권이었는데, 두 번 연거푸 야당이 당선됐다. 어떤 지역은 ‘보수의 아성’이라는 대구보다 더 보수적이다. 민간인보다 군인이 많은 지역도 있으니까. 그런데 철원·화천·인제·양구·고성 5개 평화지역(접경지역을 뜻함) 중 3곳에서 이겼다. 나머지 2곳에서도 과거 선거와 비교하면 표 차이가 많이 줄었다. 속초에는 실향민들이 주로 사는 ‘아바이동네’라는 곳이 있는데 ‘평화가 돈’이라는 내 주장에 공감하는 분이 많다.”
- 지난 10여 년 동안 직업이 참 많이 바뀌었다. 도지사라는 새 직업은 어떤가.
“운이 좋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내 운은 아니고 국민과 도민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죽겠다. 적잖은 나이인데 새 일에 새롭게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 국회 3년에 익숙해질 만하니 강원도에 와서 새 사람을 사귀어야 하니까.”
- 전임 지사의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되면 올림픽 준비가 한창인 2014년 임기를 마친다. 임기 중에 유치를 했으니 마무리 짓고 싶은 욕심이 생길 만도 한데.
“취임 이후에 3년 임기로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연임을 생각하면 행동이 달라진다. 제약이 생긴다. 청탁을 받아줘야 한다. 선거를 도와줬던 사람들을 계속 관리해야 한다. 아예 뒤를 차단하고 싶다. 투명하고 공정한 도정에 전념하고 싶다.”
- 그럼 임기를 마치면 낙향하는가.
“다행히 난 여기가 고향이다. 어디 따로 갈 필요도 없다. 3년 뒤면 58살인데 언론사의 정년퇴직 연령이다. 바쁘게 살아왔으니 좀 놀아야지. 허허.”
-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 다르게 큰 물줄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3년 안에 가능할까. 앞에서 천명한 평창 겨울올림픽의 5대 원칙이 훼손될 수도 있지 않은가.
“‘진보가 부자다’를 보여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여전히 진보는 무능하다, 주체가 아닌 비판하고 대항하는 세력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진보가 스스로 능력 있고 보수보다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일을 더 잘한다, 올림픽도 유치할 수 있고 남북관계도 더 잘하고 경제 분야에도 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3년이면 짧지 않다. 짧은 시간 안에 해야 효과도 최대치가 되지 않겠나.”
출처 :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300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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