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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uly 24, 2011

"공중화장실 3남매 찾는다던 MB정부, 실제로는…"

"10년 간 기초생활보호 수급을 받고 있다. 매달 20일께 통장으로 돈이 입금된다. 6월 20일께 확인하니 수급비가 상당히 깎여서 나왔더라. 동사무소를 찾아갔더니 이유기가 막혔다. 외환위기 때 헤어지면서 못 만난 지 15년된 딸과 아들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때 헤어진 딸이 그간 시부모를 모시고 살다 독립했다는데, 남편의 소득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 얼굴도 가물가물한 딸인데 그 얼굴도 모르는 사위 소득 때문에 깎을 수 있나. 소명자료 내라고 해서 편지 석장 냈는데 이번달에도 삭감된 채로 나올 것 같다."
60대의 김학식 씨는 21일 서울 계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초법 개정 공동행동이 연 기자회견에서 "하루하루 근근히 사는 나에게 남은 선택은 한가지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42만 원 가량을 기초생활급여로 받아온 그는 보건복지부의 부양 의무자 조사 이후 9만 원 가량이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왜 정부는 없는 사람을 더 최악의 선택으로만 내모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디 6만 명 기초생활 수급자에서 탈락…자살도 속출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부터 사회복지통합관리망(사통망, 행복e음)을 통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 부양의무자의 소득 및 재산 자료를 정비하는 작업을 벌이고 기초생활 수급자 10만 명에게 급여 삭감 또는 수급 탈락을 통보했다.

기초생활 보장 제도가 시행된 이후 최대 규모의 인원이 탈락하는 셈.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0만 명 중 1만5000명이 소명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조치로 최대 6만 명이 수급에서 탈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례없는 대규모 탈락인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엔 탈락 통보를 받은 노인들의 자살이 연달아 일어났다. 지난 12일에는 청주에서 한 60대 노인이, 13일에는 남해의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70대 노인이 기초생활 수급자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외에도 이번 행정 조치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는 많다.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부모님과 함께 사는 윤국진 씨의 경우 기초생활비를 받아오다가 부모님이 실직하고나자 오히려 기초생활 급여가 줄어드는 상황에 처했다. 부모님이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부양의무자의 소득은 최저생계비의 130% 미만' 기준을 넘었기 때문이다.

또 중증 장애인 부부로 독립 가정을 꾸리고 있는 40대 중반의 박정혁 씨는 그간 기초생활급여로 생활해왔으나 70대의 부모님의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0%를 넘는다는 이유로 기존에 받아온 70만 원 가량의 기초생활비가 30만 원 대로 대폭 삭감됐다.

"복지 사각지대 주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해야"

시민사회에서는 이들 사례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부양의무자 규정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법은 대상자의 '1촌 이내의 혈족과 그 배우자'를 부양의무자로 규정하고 이들의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0% 미만일 경우에만 기초생활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최예륜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부양의무자 기준은 빈곤의 모든 책임을 가족에게 넘기고 그 가족의 장애 여부나 나이도 따지지 않고 부양 책임을 묻고 있다"며 "박정혁 씨의 경우 칠십 넘은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라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빈곤사회연대, 참여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으로 구성된 기초법개정 공동행동은 "기초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은 410만 명으로 기초생활 수급을 받는 인구의 2.5배"라며 "복지 사각지대를 만드는 가장 큰 주범은 부양의무자 기준"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기초보장 수급을 받지 못하는 규모가 103만여 명에 이른다"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 21일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이 서울 계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연 부양의무자 조항 폐지 촉구 기자회견. ⓒ프레시안(채은하)

"소명 기간 동안 급여 끊기면, 소명은 왜 하나?"

또 2명의 노인이 연달아 사망하는 등 10만 명에게 기초생활수급자 삭감, 또는 탈락을 통보하는 보건복지부의 행정 자체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10만 명에게 탈락 통보를 하고 이들에게 오는 9월까지 소명 기회를 주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소명기간 동안 기초생활 급여가 끊긴다는 것.

손대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소명기간 중에 급여를 중지할 거면 소명기회는 왜 주는 것이냐"며 "각 지자체에 보낸 업무지침에는 소명 내용을 확인하고 급여 내용을 결정하라고 하고는 현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 간사는 "현장에서는 소명 절차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밀어붙이기 식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보건복지부는 현재 1만 5000명이 소명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럼 8만 5000명은 소명 기회를 포기한 것인가, 아니면 박탈당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게다가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수급자에 관한 통계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예륜 사무국장은 "탈락자, 급여 삭감자의 규모와 절감된 예산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며 "언론에 내놓는 통계치조차 정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말로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 실제로는 "예산 삭감"

이명박 정부의 '표리부동'을 두고도 비판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월 초 TV로 보도된 공중화장실에서 생활하는 3남매에 관한 이야기를 보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국가가 보살펴 줘야 한다"며 실태파악을 긴급 지시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복지소외자들을 찾겠다"며 한달간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또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현행 최저생계비 130%에서 185%까지 높이겠다며 이로써 추가로 6만 1000명이 더 기초생활 보호의 혜택을 받게될 것이라고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보건복지부가 부양의무자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복지 사각지대는 더욱 넓어지고 있는 셈. 보건복지부는 "복지 소외자를 찾아내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혜택을 받게 하겠다"고 홍보하면서도 내년 예산 요구안에서 기초생활 수급자 규모를 현재 160만 5000명에서 3만 5000명 줄어든 157만 명으로 책정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는 "보건복지부는 빈곤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말하면서 기초생활보장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정부가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채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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