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사태와 관련해 민주당이 사실상 자진사퇴를 요구한 가운데 무상급식 주민투표 효과가 빠질까봐 재빨리 발을 빼는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29일 역풍이 불고 있다.
민주당은 투표결과가 발표되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즉각 사퇴하면서 10여명의 후보자가 자천타천 거론되는 등 분위기가 희희낙락했다. 천정배 최고위원의 경우 지역구를 옮긴 데 이어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직 사퇴, 최고위원 등 모든 당직 사퇴까지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이틀 만에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를 긴급 체포하면서 8월초부터 은밀하게 내사를 진행했던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하자,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급히 발빼기에 나섰다.
박지원 의원은 28일 트위터에 가장 먼저 “진실로 유감이다. 곽 교육감은 책임을 통감하고 거취를 빨리 밝혀야 한다”며 자신사퇴를 촉구한 데 이어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 정치인들은 과거의 관행도 있었지만 시대의 변화를 알아야 되고, 제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거듭 요구했다.
손학규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곽 교육감 사건은 대단히 충격적이며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곽 교육감은 이런 상황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인지 깊이 있고 심각하게 성찰하고 책임있게 처신해 주기 바란다”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박주선, 정세균, 조배숙 최고위원도 사퇴 촉구에 목소리를 보탰다.
민주당의 이같은 모습에 트위터에서는 비난이 쏟아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 패러디봇인 ‘김빙삼’은 “검찰이 “곽노현 버리면 박태규 리스트에서 빼준다” 카자마자, “저요,저요!!!” 손들고 나불대는 민주당 인사는 누구??”라며 7조원대 부산저축은행 비리 의혹 핵심 인물인 박태규씨가 자진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은 사건과 연결해 힐난했다. 민주당이 곽노현 교육감 건은 앞다투어 자진사퇴 의견을 냈지만 박태규씨 건에 대해서는 소극적 모습을 보인 것을 꼬집은 것이다.
트위터에는 “박태규의 등장과 민주당 무관한가? 민주당의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비난 완급 조절이 전혀 정상적이지 못하군”, “소망 만에 새벽기도 작전 박태규씨 자진입국 검찰 조사 중 곽노현 교육감 사퇴하라. 외치는 민주당 의원님들은 어찌 그리 조용한지요”, “서울시장 재선거도 있고 부산저축은행 비리의 핵심인물 박태규가 귀국한다니 떡검이 곽교육감으로 물타기? 아무튼 한나라당 보다 소위 이쪽진영이 더 신났어. 오마이, 한겨레, 민주당, 진보신당, 한소리 하는 것들 전부 입에 개거품 물고. 그러니 앞으로 정권 잡을 생각마라. 계속 탄압 받아야 희열에 가득 찰 마조히스트들아” 등의 비난 의견이 이어졌다.
민주당이 곽 교육감 사건에 대해 정치적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비판하는 의견도 쏟아졌다. 한 트위터러는 “법원의 판결이 있지 전까지 곽노현 교육감은 무죄입니다. 진실규명에 앞서 선거의 유불리만을 따지고, 곽노현 교육감의 사퇴를 압박하는 민주당과 일부 진보언론들은 반성해야 합니다”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시민도 “민주당은 아마 곽노현 교육감을 모른척 하겠지. 원래 그런 당이니까. 그리고 나중에 곽노현이 인기 생기면 친한 척하고 원래 우리쪽 사람이네 뭐네 하겠지. 원래 그런 당이니까. ‘야당’이란 걸 제외하면 존재 이유가 없어”라고 비판했다.
네티즌들은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에 반대합니다. 민주당을 포함한 일부 야당과 진보언론들은 사실규명과 함께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엄중한 항의를 해야 합니다”, “민주당 손학규와 박지원은 곽노현님에 대해 함부로 지껄이지 말고, 이번 주민투표에서 자행된 한나라당과 MB정권 합작품인 부정선거나 파헤쳐라! 정작 해야 될 일을 제껴주고 왜 섹검의 장단에 춤을 추나?”,
“이번 곽노현 사건에서 가장 웃기는 건 민주당이다. 그들이 몸을 사리는 이유? 서울 시장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냥개처럼 달려들어서 검찰을 공격해도 모자를 판에... 그들의 정권 교체 의지는 국민들 보다 약하다”, “민주당, 얼마 전까지도 곽노현 지원하고 난리 떨더니 곽노현이 불리해지니까 바로 돌아서나? 정치가 이런 것인가?”, “박태규에 비해 곽노현의 문제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무상급식으로 대변되는 보편적 복지의 추진이 자칫 흔들릴 수 있습니다. 민주당과 진보신당은 피의사실 공표 등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에 제동을 걸어야지, 성급하게 곽노현의 손을 놔서는 안됩니다”,
“끝내 곽노현 교육감의 숨통을 조여야 하는가! 민주당 손학규 대표님 아무리 당에서 공천한 게 아니라 하여도 그래도 민주당 사람인데 가지를 쳐내야 합니까. 오세훈 11조 밝혀서 목아지 비틀고 이명박 도곡동 파헤쳐서 모가지 비틀어야지 하지 않습니까”,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총대 메고. 곽노현 교육감 사퇴압박을 말하자 손학규 대표가 동조성 멘트 날려주고 박주선 최고까지 거들고 나서는 작금의 민주당 모습에서 정통민주당 정체성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등 비난 의견을 쏟아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 당시 민주당의 태도를 되짚으며 질책하는 의견도 이어졌다. 트위터러들은 “민주당 지도부가 조현오 경찰청장의 노 전 대통령 명예훼손 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거나 제대로 대처한 적이 있나? 곽노현을 죽이려 드는 검찰 편에 서서 개나발은 열심히 불면서...이런 민주당이 제1야당이라니. 기가 막힌다”, “내가 민주당을 절대로 죽도록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똑같이 증거도 없는 단돈 몆 억에 당했습니다) MB 일당의 언론플레이 야권 죽이기 생방송 곽노현 표적수사, 박지원은 왜 검찰의 표적수사를 옹호하는가?” 등의 멘션을 남겼다.
김어준 “민주‧진보매체, 다칠까봐 차단막부터…盧 그렇게 보내”
이와 관련해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이날 참여방송국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에서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와 가진 대담에서 “곽 교육감은 지금 사퇴하면 안된다”며 “노 전 대통령 때도 생각났는데 사퇴 얘기하기 전에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 얘기를 좀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이번 사건을 단순화한다면 어떤 동기에 의한 것이든 법적 시비가 걸릴 수 있는 오류를 어떤 시민, 공직자가 지금 저질렀다”며 “돈이 오간 증거가 통장으로 다 있으니까 박민기 교수도 구속할 필요도 없다. 불구속 하고 재판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 “곽노현 교육감의 경우에도 본인이 사실 관계를 밝히고 대가성이 없다고 본인의 주장이 나와 있다”며 유 대표는 “검찰은 이 주장에 맞설 것이고 법원이 판정해 주면 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이 오류가 어떤 성격의 오류인지를 누구도 예단하기 어려우니까 법적으로 벌을 받아야 되는 지시였는지, 현명치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되는 일인지가 좀 확정될 때까지는 헌법이 규정하는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우리가 좀 여유를 가지고 봐주자는 것이다”며 “곽 교육감은 지금 사퇴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어준 총수는 진보언론과 민주당이 먼저 보호막을 치면서 보수진영이 툭 던져놓은 프레임에 딱 갇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김 총수는 “지금 진보미디어와 민주당이 해야 할 것은 곽노현은 곽노현대로 엄정 수사하고 사실 관계가 나오고 대가성이 입증되면 거취를 정하라고 하고 이번 선거는 어디까지나 오세훈에 대한 심판이다고 명확하게 프레임을 갈라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 총수는 진보진영이 비판부터 하는 것은 “자기들끼리 먼저 쪼그라드는 것이다. 혹시 뭔가 나오면 어떻게 하나, 내가 조금이라도 편들다가 나까지 다치잖아. 그러니까 가장 맵시있게 나가는 방법은 ‘사퇴하라’고 하는 것이다”라며 “도망가는 거다. 비겁한 모습이다”고 일침을 날렸다.
더 나아가 김 총수는 “그 주장을 아주 깊숙이 들어가 보면 ‘나는 우리편이라고 해서 편들지 않는다’라는 것, 혹시 ‘내가 그 사람 편들었다가 나도 망가지지 않을까’라는 두려움, 자기는 합리적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 ‘그것이 우리 쪽에 피해올까 빨리 끊고 싶은 마음’이다”며 “다 비겁한 마음이다. 쪼잔한 마음이다”고 성토했다.
“그래서 보수진영이 던져주면 결론도 안 났는데 서로 물어뜯는다, 자기들이 프레임에 딱 갇히는 거다”면서 김 총수는 “보수가 진보를 죽이는 프레임이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우리 편 편들어주다 자기가 좀 타칠 수도 있지, 그 사람이 우리 가만히 있을 때, 집에 혼자 있을 때 대신 싸워 줬잖아”라며 “그럼 좀 위험 부담 같이 지면 안돼? 자기만 혼자 도망가지 말고”라고 진보언론과 민주당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김 총수는 “검찰이 주장한다고 혹하고 넘어가면 안되는데 민주당이 가장 먼저 튀어나왔다”며 “오세훈이 시장직 걸었을 때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총선때 덤으로 죽을까봐 빨리 사퇴하라고 했는데 민주당이 지금 하고 있는 것도 똑같은 이유다”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아울러 진보언론에 대해서도 김 총수는 “피해를 끼칠까봐 똑같이 차단막부터 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렇게 해서 보냈다”며 “진보매체들이 제일 먼저 관두라고 한다. 먼저 졸아서 혼자 도망간다. 그렇게 하면 언제나 자기들은 우리 편임에도 불구하고 정의의 편에 섰던 걸로 된다”고 질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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