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 교육감 야권 단일화 중재에 참여했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2일 “곽노현, 박명기 두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금전거래나 금전거래 약속도 없었음을 확신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백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곽노현 교육감에 관한 생각”이란 제목의 글에서 “나아가 곽 교육감의 이후 처신이 평소 내가 알고 신뢰하던 곽노현 교수의 인격에 크게 어긋나는 바 없다고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선의로 2억원을 줬다’는 것에 대해 백 교수는 “일반인의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지만 후보를 사퇴한 박명기 교수의 경제적・정서적 어려움은 ‘일반인의 상식’으로 짐작하기 힘든 수준이었다”면서 “이로 인해 곽 교육감과의 사이에 역시 상식을 초월하는 많은 곡절이 야기되었던 걸로 안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그런 사정들을 좀더 곡진하게 파악하면서 저 자신은 곽노현 교육감이 말한 ‘선의의 지원’이 그의 입장에서 충분히 가능했던 일이라고 수긍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에 대한 법리적 판단은 별개 문제이다. 이는 당연히 사법부에 맡길 일”이라면서 백 교수는 “그런데 지금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법부의 최종판단 이전에 곽 교육감이 사퇴해야 하느냐 마느냐는 문제인 것 같다”고 ‘사퇴 여부’에 대한 견해를 피력해나갔다.
‘도덕성 차원’과 관련 백 교수는 “곽 교육감이 ‘부적절’한 처사를 한 정도가 아니라 ‘부도덕’하게 행동했다고 믿는 분들은 당연히 그의 즉각 사퇴를 요구해야겠지”라며 “다만 이 경우는 사퇴 여부를 일단 그에게 맡기는 게 순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를 패덕자로 몰아치는 사람들과 한 무리가 되어 사퇴를 압박할 일은 아니라”면서 “더구나 요즘 검찰과 거대신문들이 함께 그를 압박해가는 양상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공세를 연상케 하는 면이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또한 거대 법무법인이 변호를 맡은 박명기 교수 측의 행태도 걱정스러운 대목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도덕적으로 떳떳하다고 해도 서울교육청 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곽 교육감이 용퇴하는 게 도리가 아닌가 하는 차원”과 관련 백 교수는 “서울시민이 선거를 통해 맡긴 임무의 수행에 무엇이 더 유리할지는 일차적으로 곽 교육감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면서 “그 판단에 동의하지 않고 비판할 수는 있으나, 어느 한쪽이 ‘선’이고 다른 쪽은 ‘악’이라고 볼 일은 아닐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정치적 차원’과 관련 백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세력의 정치적 승리를 위해 조기사퇴와 사퇴거부 중 어느 것이 더 유리하냐는 것”이라며 “더구나 지금은 서울시장 보선이 예정된 민감한 시기이다. 편협한 당리당략이 아닌 한층 대국적인 ‘정무적’ 판단이 없을 수 없고, 곽 교육감 스스로 무관심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하지만 이 차원에서야말로 하나의 정답이 있기는 어렵다”며 “여러가지 정황을 점검하면서 이성적이고 허심탄회한 토론이 필요한 대목이다”고 신중한 자세를 촉구했다.
그는 “나하고 달리 생각하는 쪽은 부도덕하다거나 지나치게 정략적이라거나 지능이 모자란다는 식으로 임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백 교수는 “실은 단일화 시도가 진행되던 당시에 이미 돈 이야기가 나돌고 있었다”면서 “박 교수 쪽에서 돈을 요구하고 곽 교수는 이를 거부해서 단일화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솔직히 밝혔다.
그는 “김상근 목사, 청화 스님 등과 더불어 제가 단일화 과정에 뒤늦게 개입한 것도, 자칫하면 큰일 나겠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며 “만에 하나 금전거래가 성립한다면 두 사람 다 죽는 길이요, 박 교수가 사퇴할 용의가 있음이 분명해졌는데도 돈 때문에 단일화에 끝까지 응하지 않는다면 그로서는 두번 죽는 꼴이 될 테니까”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이런 이야기를 우리가 양쪽 진영에 강력히 전달했고 두 사람이 원한다면 원로들이 중재하는 모양새를 갖춰주겠다고 했던 것이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아무튼 박명기 교수가 재정문제에 대한 미련을 안은 채로나마 우리들의 중재에 응해주었고 곽노현 후보의 승리가 가능해졌다”며 “어쨌든 지난해 서울시 교육감선거가 이 나라의 교육을 바로잡는 데 획기적인 한 걸음이었음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게다가 부수적인 후과를 하나 든다면, 곽노현 후보의 승리가 오세훈 시장의 경거망동을 유발함으로써 서울 시민들이 더 나은 시장을 뽑을 기회를 앞당겨 갖게 되었다는 점”이라면서 백 교수는 “하긴 바로 이 참에 곽 교육감 사건이 야권에 큰 ‘악재’가 된 게 기구하다면 기구하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그러나 세상에 한나라당만 악재를 안고 선거를 치르라는 법이 어디 있냐”며 “여기저기서 온갖 악재들이 터져나오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마음을 다잡고 지혜를 모아 최선의 타개책을 찾는 길밖에 없을 것”이라고 원로다운 충고를 했다.
다음은 백낙청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
곽노현 교육감에 관한 생각
곽노현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2억원을 주었다는 사실을 밝힌 이래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저에게도 묻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 ‘페이지’와 별도로 제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프로필’에서도 직접 답을 요구하거나 독자적인 견해를 게시한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프로필’은 ‘친구’ 5천명 한도가 차버려서 새로운 친구요청은 어쩌다가 결원이 생길 때 한두 분씩 선착순으로 받고 있습니다). 세간의 관심사일뿐더러 제가 교육감선거 당시 ‘후보단일화’ 과정에 관여했으니 저도 당연히 한마디 해야 할 사안이지요.
아직은 사실관계조차 분명치 않은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어차피 제가 다 밝혀낼 처지도 아니어서 제가 할 수 있는 탐사도 다 한 것은 아닙니다만, 저보다 더 많이 아는 몇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고 현시점에서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옳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후보단일화 당시 곽노현, 박명기 두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금전거래나 금전거래 약속도 없었음을 확신합니다. 나아가 곽 교육감의 이후 처신이 평소 제가 알고 신뢰하던 곽노현 교수의 인격에 크게 어긋나는 바 없다고 믿습니다.
물론 박명기 교수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선의로 2억원을 주었다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그러나 후보를 사퇴한 박명기 교수의 경제적・정서적 어려움은 ‘일반인의 상식’으로 짐작하기 힘든 수준이었고, 이로 인해 곽 교육감과의 사이에 역시 상식을 초월하는 많은 곡절이 야기되었던 걸로 압니다. 그런 사정들을 좀더 곡진하게 파악하면서 저 자신은 곽노현 교육감이 말한 ‘선의의 지원’이 그의 입장에서 충분히 가능했던 일이라고 수긍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대한 법리적 판단은 별개 문제입니다. 이는 당연히 사법부에 맡길 일이지요. 그런데 지금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법부의 최종판단 이전에 곽 교육감이 사퇴해야 하느냐 마느냐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몇가지 차원을 구별해서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첫째 도덕성 차원입니다. 곽 교육감이 ‘부적절’한 처사를 한 정도가 아니라 ‘부도덕’하게 행동했다고 믿는 분들은 당연히 그의 즉각 사퇴를 요구해야겠지요. 저처럼 그의 기본적 도덕성을 여전히 신뢰하는 경우에도 엄청난 물의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는 사퇴 여부를 일단 그에게 맡기는 게 순서겠지요. 그를 패덕자로 몰아치는 사람들과 한 무리가 되어 사퇴를 압박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더구나 요즘 검찰과 거대신문들이 함께 그를 압박해가는 양상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공세를 연상케 하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또한 거대 법무법인이 변호를 맡은 박명기 교수 측의 행태도 걱정스러운 대목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둘째는 도덕적으로 떳떳하다고 해도 서울교육청 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곽 교육감이 용퇴하는 게 도리가 아닌가 하는 차원입니다. 이것 역시 얼마든지 가능한 주장이지요. 다만 서울시민이 선거를 통해 맡긴 임무의 수행에 무엇이 더 유리할지는 일차적으로 곽 교육감 스스로 판단할 문제입니다. 그 판단에 동의하지 않고 비판할 수는 있으나, 어느 한쪽이 ‘선’이고 다른 쪽은 ‘악’이라고 볼 일은 아닐 것입니다.
셋째는 정치적인 차원입니다. 우리 사회의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세력의 정치적 승리를 위해 조기사퇴와 사퇴거부 중 어느 것이 더 유리하냐는 것이지요. 더구나 지금은 서울시장 보선이 예정된 민감한 시기입니다. 편협한 당리당략이 아닌 한층 대국적인 ‘정무적’ 판단이 없을 수 없고, 곽 교육감 스스로 무관심할 수 없는 문제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차원에서야말로 하나의 정답이 있기는 어렵습니다. 여러가지 정황을 점검하면서 이성적이고 허심탄회한 토론이 필요한 대목이지요. 나하고 달리 생각하는 쪽은 부도덕하다거나 지나치게 정략적이라거나 지능이 모자란다는 식으로 임할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끝으로 저는 6.2지방선거에서 서울시 ‘진보진영’ 교육감후보의 단일화에 일조한 데 대해 지금도 긍지를 느낀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현 상황이 더없이 안타깝고 그것이 다분히 곽 교육감 자신의 부적절한 처사 때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만.
실은 단일화 시도가 진행되던 당시에 이미 돈 이야기가 나돌고 있었습니다. 박교수 쪽에서 돈을 요구하고 곽교수는 이를 거부해서 단일화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었지요. 김상근 목사, 청화 스님 등과 더불어 제가 단일화 과정에 뒤늦게 개입한 것도, 자칫하면 큰일 나겠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습니다. 만에 하나 금전거래가 성립한다면 두 사람 다 죽는 길이요, 박교수가 사퇴할 용의가 있음이 분명해졌는데도 돈 때문에 단일화에 끝까지 응하지 않는다면 그로서는 두번 죽는 꼴이 될 테니까요. 이런 이야기를 우리가 양쪽 진영에 강력히 전달했고 두 사람이 원한다면 원로들이 중재하는 모양새를 갖춰주겠다고 했던 것입니다. (당시의 정황에 대해서는 박교수를 몸소 접촉해서 설득한 김상근 목사께서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YTN 인터뷰에서 이미 밝히신 바 있습니다.)
아무튼 박명기 교수가 재정문제에 대한 미련을 안은 채로나마 우리들의 중재에 응해주었고 곽노현 후보의 승리가 가능해졌습니다. 곽후보의 승리를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한 건 아니겠지만, 또 승리를 기뻐했더라도 이후 곽 교육감의 교육행정에 전적으로 만족하지는 않았기 쉽지만, 어쨌든 지난해 서울시 교육감선거가 이나라의 교육을 바로잡는 데 획기적인 한 걸음이었음을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게다가 부수적인 후과를 하나 든다면, 곽노현 후보의 승리가 오세훈 시장의 경거망동을 유발함으로써 서울 시민들이 더 나은 시장을 뽑을 기회를 앞당겨 갖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하긴 바로 이 참에 곽 교육감 사건이 야권에 큰 ‘악재’가 된 게 기구하다면 기구합니다. 그러나 세상에 한나라당만 악재를 안고 선거를 치르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여기저기서 온갖 악재들이 터져나오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마음을 다잡고 지혜를 모아 최선의 타개책을 찾는 길밖에 없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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