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의 무소속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여야 정치권에 ‘핵폭풍’으로 등장한 가운데 대중적 진보정당 논의에서 의미있는 의견을 꾸준히 내온 EBS ‘지식채널e’ 프로그램의 김진혁 PD와 서영석 전 <데일리서프라이즈>가 3일 야권에 “안 원장의 고민을 좀 지켜보자”며 과도한 비난을 삼갈 것을 충고했다. 특히 김PD는 “야권에 꼭 불리한 것은 아니라”면서 “안철수 지지층까지 흡수하는 통합진보정당 출연이 시급한 때”라는 의견을 내놨다.
김PD는 이날 트위터에 “1. 윤여준과 무슨 관계냐? 2. 촛불한 번 들어봤냐? 3. 정치인으로서 전투력이 있느냐? 역사인식과 철학은? 대충 이 정도가 안 교수께서 출마 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볼 부분인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이 모든 질문보다 사람들이 정말 궁금해 하는 건 그의 등장이 여야 어느쪽에 유리할까가 아닌가 싶다”고 정치 상황을 분석했다.
“그게 현실이기에 진영논리라 해도 어쩔 수 없다”면서 김PD는 “대세는 야권이 불리할 거란 건데 개인적으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을 거란 생각이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그렇기에 향후 여론조사가 대단히 중요하고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면서 “선거가 얼마 안 남아서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이어 통합진보정당 문제와 관련 김PD는 “어느 글처럼 진보는 이론의 영향력은 있지만 세력으로서의 존재와 국민들의 지지라는 점에서는 역사상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존재감을 가져본 적이 없다”면서 “그러나 이는 반사이익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혁명이 일어나도 진보가 정권을 잡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PD는 “그래서 다른 것들보다 이젠 존재감 형성을 가장 우위에 놓고 생각해 볼 때라고 본다”면서 “자유주의세력과의 차이와 다른 신념을 포기하란 것이 아니다”고 냉철한 충고를 이어갔다.
“문제는 안철수 같은 인물이 자꾸 나오면 이러한 상대적 우위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면서 그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과의 경쟁보다 매우 힘들다”고 경고했다.
김PD는 “그렇다고 안철수를 까는 방식을 쓰면 치졸한 이미지 얻는다”면서 “유일한 답은 안철수 지지층까지 흡수하는 통합진보정당을 만들고 자유주의세력과의 내부경쟁을 통해 당당히 진보적 가치를 구현하는 것뿐이다”고 충고했다.
또 김PD는 “(참여당과) 통합하면 진보가 홀로 있을 때 생각했던 정책의 숫자보다 더 적은 수밖에 못하지만 수는 적더라도 힘이 세져서 파급력은 훨씬 강해진다”면서 “즉 백가지 진보정책을 제시하고 간신히 한두개 공론화시키는 수준에서 열 가지 제시하고 여덟개를 정책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PD는 “그러면 바로 그 진보정책을 시행한 진보인사들이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게 되고 자연스레 차기 선거에서 명망가들과 꿀림 없이 경쟁할 수 있다”면서 “제2 제3의 김상곤이 나온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토록 자주 진보세력에서 말하는 진짜 준비된 분들은 진보통합정당을 통해 제 위치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PD는 “안철수만이 아니라 제정신이 있는 명망가들은 모두 다 반MB적 성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 “진보세력은 그들 입장에서 소위 ‘죽 쒀서 개 주지’ 않으려면 참여당 문제 가지고 찌질하게 다투지 말고 어서 존재감을 형성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소외되면 박근혜까지 가세하는 그 다음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서영석 전 <데일리서프라이즈>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과도한 안철수 비난은 삼가자”란 제목의 글에서 “윤여준이 청춘콘서트 기획자라 하더라도 윤여준의 생각으로 안철수를 재단하는 건 성급한 일”이라며 “윤여준은 안철수의 무소속 출마, 야권연대 거부, 당선되면 신당창당..이런 얘기로 안철수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안철수를 돕겠다는 건지, 안철수를 죽이겠다는 건지”라고 의구심을 보였다.
서 전 대표는 “안철수 같은 사회적 삶을 살아온 사람이 정치하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될 리는 없다”면서 “합리와 이성으로 젊은이의 사표역할을 해온 사람이 정치까지 잘한다면 금상첨화이다. 가능성에는 이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의 입으로 추석 이후 9월말 이전 고민의 결과를 밝힌다고 했으니, 비난보다는 지켜 보는 게 맞는 태도”라며 서 전 대표는 “윤여준 구상대로 간다면 그때 비난해도 늦지 않을 듯하다”고 야권에 신중한 태도를 주문했다.
이어 안 원장의 성향과 관련해 서 전 대표는 “안철수의 포지션은 사실 ‘합리적 보수’, ‘괜찮은 보수’, ‘우리 사회에 있어야할 진정한 보수’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라며 “그의 사회적 발언은 좌파적이라기보단 건강한 우파에 가까울 터이다”고 분석했다.
서 전 대표는 “윤여준 발언도 안철수의 ‘건강한 보수’ 성향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면서 “한나라당이 건강한 보수를 수용 못하다 보니까, 새 정당을 창당한단 얘기까지 나온 것이다. 다만 우리 사회의 건강한 보수는 좌파로 몰린다는 게 문제”라고 ‘윤여준-안철수 논란’을 지적했다.
서 전 대표는 “괜찮은 우파정당이 있다면 안철수에게 딱 맞지만 문제는 그런 정당이 부재하고, 그런 지지자들이 야권성향을 보인다는 우리 정치의 현실 때문에 안철수의 무소속 포지션이 비난을 맞고 있는 상태”라면서 “안철수의 고민도 아마 그런 지점일 듯하다”고 말했다.
“자신은 건강한 우파인데, 건강한 우파는 한나라당이 아니라 야권(꼭 민주당은 아니겠지만)에 존재한다는 점이다”면서 서 전 대표는 “건강한 우파가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서울시정을 운영한다는 명분으로 무소속 출마를 하면 한나라당의 합리적 지지층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야권의 건강한 보수층을 흡수해 역적노릇하기 십상이란 점이 안철수를 고민스럽게 만드는 지점”이라고 안 원장이 처한 포지션을 분석했다.
서 전 대표는 “사실 한나라당은 안철수를 품는 게 마땅한데, 그럴 자격도 의지도 없는 실정”이라면서 “결국 3자 구도로 가면 끈끈한 강남표와 할배깡패표 등 작지만 탄탄한 지지층을 가진 한나라당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 한나라당에서는 안철수 등장을 반기는 편”이라고 흐름을 짚었다.
그는 “안철수도 이런 상황 모르지 않기 때문에 고민이다. 오늘 회견은 야권연대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고민한다니 고민의 결과를 보고 비난할 점이 있으면 비난하자는 게 내 취지”라고 밝혔다.
서 전 대표는 “한발짝 앞서나가며 펌프질하고 있는 윤여준 구상대로 나갈지, 아니면 야권연대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지, 사실 나도 그게 궁금하다”면서 “안철수 고민의 진폭이 매우 클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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