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확정 고시한 지난 3일 새정치민주연합이 KBS·MBC·SBS 지상파 3사에 ‘반론권’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부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영식 새정치연합 언론홍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4일 지상파 3사의 국정교과서 반론권 거부 관련 브리핑을 통해 “KBS·MBC·SBS 지상파 3사가 오늘 문재인 대표의 대국민담화를 생방송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청와대 눈치 보기에 급급해 공영방송 운운하며 정당한 반론권 요구마저 거부한다면 앞으로 3사는 정권의 나팔수이지 방송이길 포기한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일 박근혜 정부가 강행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문재인 대표의 대국민 담화 발표를 앞두고 지상파 등 방송사에 생방송 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지상파 3사 모두가 이를 거절했다. 3사 모두 생중계 불가 이유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3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오 위원장은 “방송법 제6조 9항엔 ‘방송은 정부 또는 특정 집단의 정책 등을 공표함에 있어 의견이 다른 집단에게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도록 노력해 하고, 또한 각 정치적 이해 당사자에 관한 프로그램을 편성함에 있어서도 균형성이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정부·여당의 입장만을 방송하는 행위가 부당함을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 대해서 당시 박근혜 후보가 반론권을 요청해 똑같은 시간에 반론의 기회를 줬고,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도 반론권 차원에서 나경원 후보 단독방송이 1시간 확보됐다”면서 문재인 대표에게도 정부 발표에 상응하는 분량의 방송시간과 방송횟수를 보장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하지만 이날 일부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을 제외하곤 지상파 3사에선 문 대표의 담화를 생중계하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 3일 지상파 3사 모두 메인뉴스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에 대한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문을 보도하면서도 리포트 분량 대부분을 정부 일방의 발표를 전달하는 데에만 그쳤다. 
그나마 SBS는 정부 담화와 함께, KBS는 별도 꼭지를 통해 국정화에 반대하는 시도 교육감 등의 입장을 전하긴 했지만 MBC는 야당의 국회 보이콧 소식을 전하면서도 “민생 발목 잡기로 비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지적했다. 3사 모두 황 총리 담화 내용에 대한 분석과 검증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오 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부의 국정화 확정 고시 담화를 내보낸 뒤에 해설이나 논평을 통해 이 사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정하게 다뤄야 하는데 지상파 3사는 대부분 정부 일방의 입장만을 내보냈다”며 “국정화 반대 여론이 국민 과반수인 상황에서 공영방송으로서 균형 있는 방송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