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MB~박근혜정부 초기 국편위원장
“새누리, 2011~2012 임시 교과서를
현 교과서로 잘못 알고 비판한 듯”
“새누리, 2011~2012 임시 교과서를
현 교과서로 잘못 알고 비판한 듯”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쳐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가 현행 검정 역사 교과서를 ‘좌편향’ ‘종북’으로 몰고 있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 “현행 교과서는 모두 중도 또는 우파 성향이다. 국민들에게 잘못된 사실을 전하고 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9월 국편위원장에 취임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 9월까지 재임했으며, 2013년 현행 검정 교과서 내용을 심의·수정하는 검정 과정을 총괄한 총책임자로 보수적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 전 위원장은 3일 오전 국정화 확정 정부합동브리핑이 열릴 무렵, 서울 중구의 한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행 검인정 교과서에 대한 가혹한 비판과 그 이해에 오류가 너무 심하다”며 “2013년 1월에서 8월까지 검정 과정에서 종북 성향 서술은 배제하려고 노력했고, 비교적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검정 교과서의 이념 성향을 ‘좌편향’이라고 공격하는 것에 대해 “기준이 애매하다”고 전제한 뒤, “(굳이 따지면) 중도가 3종, 중도우파가 4종, 그리고 교학사가 우파 쪽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현행 8종 교과서는 모두 중도 내지는 우파 성향으로, ‘좌편향’ 교과서는 없다는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천재교육 교과서에) 김일성 사진은 3장,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은 1장이다”며 사진 게재 수를 ‘종북’의 근거로 활용한 것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6·25 남침을 위해 스탈린과의 비밀회담을 하는 사진이 어떻게 찬양이 될 수 있나. 나머지 사진도 (북한의)‘세습 체제’를 비판하는 사진으로 보지, 그걸 개수로 헤아리는 학생들이 과연 있겠나 싶다”고 했다.
이 전 위원장은 최근 새누리당이 문제 삼는 교과서가 2013년 국편의 검정을 거쳐 현재 쓰이고 있는 교과서가 아닌 2011년~2012년 한시적으로 쓰인 뒤 폐기된 ‘시한부 임시 교과서’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2009년에 한국근현대사 선택과목 자체를 없애고 한국사에 통합한뒤, 6개월 정도 시간을 주고 바로 교과서를 만들어 쓴 게 2011년~2012년도 2년만 쓰기로 했던 임시 교과서였다. 집필기간이 짧았고 그때는 국사편찬위원회 검정도 아니었기 때문에 오류가 3000건이나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얘기하는 것도 누군가 이 없어진 교과서를 현행 교과서 내용으로 잘못 제공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이 전 위원장은 정부가 유일하게 문제가 없는 교과서로 꼽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서도 그동안 알려져 있지 않았던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검정위원 8명이 각자 점수 평가를 해서 집계를 하는데, 점수가 좋지 않았다. 제가 그 교과서는 다 읽어 봤는데, 근현대에 와서는 정리가 덜 돼 있고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특히 교학사 교과서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온 ‘식민지근대화론(일제의 식민지배로 우리나라가 근대화됐다는 주장)’에 대해 “역사 전공자로서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한국사 개설서로 가장 많이 국민들에게 알려지고 판매된 이기백의 <한국사 신론>와 한영우의 <다시보는 한국사> 2권을 참고해 일제 식민지 하 사회경제적인 서술을 교학사 교과서의 서술 내용과 비교하는 표를 만들어서 교육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현 정부의 국정화 결정에 대해서는 “(검정제를 유지시킨 이명박 정부와) 같은 새누리당 정부에서 검정제의 문제점을 보완해 개선해나가는 방식으로 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2011년 국사편찬위원장으로 재임할 때 새 중학교 역사교과서 교육과정에 뉴라이트 세력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 진보 성향 학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다. 2011 교육과정 집필기준에서 기존 교육과정에 명시돼 있던 ‘이승만 독재’, ‘5·16 군사정변’, ‘5·18 민주화운동’ 등을 삭제했고, 교과서 속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표기하도록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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