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건 1987년의 일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2015년 다시 신문사 등록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말이 등록요건 강화지 사실상 허가제 전환이다. 3일 국무회의는 문체부가 내놓은 상시고용 5인 이상 언론사만 언론으로 인정하겠다는 신문법 개정안 시행령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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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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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같은 날 오전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강행했으며 같은 날 비슷한 시간, 문체부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고 국무회의는 이 개정안을 의결한 것이다. 각기 다른 사건 같지만 목표는 같다. 역사왜곡에 대한 표현의 자유 침해와 여론통제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문체부가 내놓은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등록 요건 강화다. 취재 및 편집 인력이 5인 이상인 인터넷 언론사만 인터넷언론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등록 당시 상시고용을 증명할 수 있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에 대한 가입내역 확인서 등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현행 법안은 3인 이상이면 등록 가능했다. 이 시행령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므로 국무총리와 대통령 재가만 남았다.
한편 문체부는 기존 인터넷 언론사는 1년 유예기간을 두고 소급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즉 기존 인터넷 언론사도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등록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 약 6,000여 개로 추정되는 언론사의 거의 80%가 취소 대상이란 얘기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4년 1776개 인터넷 언론을 조사한 결과 1~4인을 고용한 인터넷신문사는 38.6%이 불과했다. 당시 조사 대상도 되지 않은 언론사는 거의 1~3인 고용사였다.
이에 인터넷 언론계는 극렬 반발하고 있다. 도형래 인터넷기자협회 사무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작은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겠다고 했지만 5인 미만 인터넷언론사를 모두 등록 취소하는 퇴출 절차를 밟았다. 모든 인터넷언론사와 기자들은 정부의 인터넷 언론 퇴출 시도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는 성명서를 냈다.
언론재단 자료에도 나오지만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최대 인터넷 언론의 85%가 사라질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다. 도형래 인터넷기자협회 사무총장은 지난 9월 한 토론회에서 “연 매출 1억 미만 사업자가 5명의 상시 인력을 두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결국 시행령은 전체 인터넷매체의 85% 이상을 정리하는 법안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누가 봐도 이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은 언론통제 수단이다. 정부가 인터넷 언론도 통제의 범위 안에 두겠다는 발상이다. 때문에 지난달 민주언론시민연합‧언론개혁시민연대‧전국언론노동조합‧인터넷기자협회 등은 성명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문체부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강행, 의결했다.
이 시행령 개정안이 왜 문제인가? 일단 이 시행령에 따라 등록이 최소되어 미등록 언론이 되면 유사언론이다. 소속사 기자는 기자를 사칭한 것이 된다. 정부 등과 관계기관에서 취재를 거부할 수 있다. 결국 직장을 그만둬야 하고 그리되면 실업자가 된다. 정부는 1인기업 자영업자의 지원 등을 주장하면서 새로운 실업자를 최소한 수만 명 만들게 된다.
특히 21세기에 기자가 4명이면 사이비고, 5명이면 언론으로 인정하겠다는 발상의 근거가 황당하다. 기업이 급여 지급 능력에 따라 기자를 3명 고용할 수도 있는데 자본주의 국가에서 5명을 고용하지 않으면 언론이 아니다 라고 한다는 것은 웃을 수 없는 희극이다.
미디어 오늘에 따르면 인터넷 미디어 운동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박근혜정부가) 온라인을 주요한 통제목표로 하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신문고 뉴스와 통화한 한 변호사는 “위헌소지가 다분하다. 즉 헌법상 규정인 언론출판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정부시행령으로 규제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리적‧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문체부의 시행령 개정안에 주류언론은 찬성하는 기류가 더 문제다. 지금 주류언론은 이들 인터넷 언론사와 광고경쟁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여기에 인터넷 매체의 광고요구에 시달리고 싶지 않은 기업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 따라서 인터넷신문 구조조정’으로 온라인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이들 주류언론은 이 사안을 애써 모른 체 한다.
특히 자신들이 훨씬 기계적이고 계획적으로 하고 있는 ‘어뷰징’의 폐해를 소규모 인터넷 언론 책임으로 돌려온 이들 주류 언론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보여진다. 즉 온라인저널리즘 황폐화에 대한 책임을 인터넷신문으로 돌리며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고 기존 언론권력을 독점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말이다.
신문사가 많은 것과 유사 사이비 언론은 궤가 다르다. 사이비 언론은 기자의 수와 무관하다. 차라리 억지로 기자 수를 늘려 제대로 된 대우를 하지 못하면 생계를 위한 사이비 기자가 양산될 개연성은 법으로 신문사 인력규모를 규정했을 때 더 많다. 또 수십수백 명의 기자를 거느린 신문사들이 언론의 정도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더 많으며 규모와 네임벨류로 취재원과 광고주에게 갑질을 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즉 신문이 너무 많다는 것은 언론의 감시가 불편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지 보통 사람들에게 신문은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헌법에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국가의 정부는 언론을 허가하고 말고 할 권한이 없다.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은 5년의 임기 동안 국가를 운영할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지 국가와 역사를 마음대로 재단하고 바꾸도록 무한 권력을 쟁취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헌법을 넘어설 수 없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임기는 이제 2년 남짓… 결국, 2년 뒤엔 선거로 심판 받게 된다. 그러기 전에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 언론시민단체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의 재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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