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국민이 울었다. 위정자도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애도는 짧았다. 어느 순간부터 참사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차별과 폄훼만이 넘쳐났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원인이 정부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재 현재진행형인 '2차 참사'의 책임 소재는 확실하다. 정부다. 진상 규명을 하겠다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정부는 시행령으로, 돈으로 꽁꽁 묶고 있다. '특조위' 위상은 점점 추락하고, 어느새 진상 규명에 대한 기대마저 희미해지고 있다.
정부는 그저 덮기에 급급하다. 과거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4.16연대 진상규명 국민참여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병욱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계속된 은폐 작업이 '2차 재앙'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부터 메르스 사태까지, 정부는 언제나 '2차 참사'의 주역을 자처하고 있다.
안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날이 곧 오리라 경고했다. 진실은 언젠간 밝혀진다. 이는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그는 "뒤늦게 과오가 드러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선, 차제에 정부가 지원해서 진상 규명 작업을 와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와 특조위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를 논하기 위해, 안 위원장과 더불어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 황상규 4.16연대 진상규명 국민참여 특별위원회 정책실장이 만났다. 다음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4.16연대 사무실에서 진행된 대담 내용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원인이 정부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재 현재진행형인 '2차 참사'의 책임 소재는 확실하다. 정부다. 진상 규명을 하겠다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정부는 시행령으로, 돈으로 꽁꽁 묶고 있다. '특조위' 위상은 점점 추락하고, 어느새 진상 규명에 대한 기대마저 희미해지고 있다.
정부는 그저 덮기에 급급하다. 과거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4.16연대 진상규명 국민참여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병욱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계속된 은폐 작업이 '2차 재앙'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부터 메르스 사태까지, 정부는 언제나 '2차 참사'의 주역을 자처하고 있다.
안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날이 곧 오리라 경고했다. 진실은 언젠간 밝혀진다. 이는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그는 "뒤늦게 과오가 드러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선, 차제에 정부가 지원해서 진상 규명 작업을 와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와 특조위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를 논하기 위해, 안 위원장과 더불어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 황상규 4.16연대 진상규명 국민참여 특별위원회 정책실장이 만났다. 다음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4.16연대 사무실에서 진행된 대담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의 진실 은폐 수법, 지구 상 최고"
박인규 : 세월호 특조위가 본격 가동되고 있다지만 걱정부터 드는 게 사실이다.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자칫 유야무야 넘어가서 진실이 덮이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
안병욱 :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두 번 다시 우리 사회에 이런 참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는 데 거의 모든 사람이 공감했다. 대통령은 눈물까지 흘리면서 동조했다. 그런데 그 눈물은 마치 악어의 눈물 같았다. 눈물을 흘린 후로 1년 6개월여 동안 정부는 이 일을 어떻게 덮을 것인가에만 골몰하는 것 같았다.
특조위에 대한 태도가 대표적이다. 특별법을 만드는 동안 정부 집권 여당은 끊임없이 방해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누더기라 할지라도 특별법을 만들었지만, 이후 특별법보다 실질적인 영향력이 큰 시행령 카드를 꺼내놓고 공방을 벌였다. 그렇게 3개월 시간을 끈 다음, 이젠 예산을 안 주겠다고 한다. 특조위가 가진 게 권한과 예산인데, 권한은 특별법 본법과 시행령에서 다 빼버리고, 두 번째로 중요한 예산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8월에나 지급했다. 특별법 통과 10개월 만이었다. 그런데 그나마도 반 토막짜리였다.
어느 문명사회에서 이렇게 기가 막힌 정부 조사기구가 탄생할 수 있는가. 그 점에서 보면, 박근혜 정부의 진실 은폐 수법은 지구 상 최고라고 본다.
박인규 : 자칫 특조위가 '진상 은폐위원회'가 되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될 동안 야당은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안병욱 : 물론 야당도 나름대로 열심히 싸웠고, 노력했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는 다수결 원칙을 따르고 있다.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 쪽의 의견이 관철된다. 특히 정치권이 그렇다. 옛날 독재 체제에서는 힘을 쥐고 있는 권력자가 다수를 억압했다면, 형식적으로 민주주의 체제가 갖춰진 지금은 다수가 권력을 갖고 그 수를 내세워 밀어붙인다. 세월호 참사 이후 보인 정부 여당 행태가 그러하다.
야당으로서는 문자 그대로 '중과부적(衆寡不敵)', 적은 쪽은 많은 쪽을 이기지 못한다. 독재 시대에는 아무리 독재자가 다수를 억압해도 학생들과 같은 소수 저항세력이 송곳 같은 날카로움으로 다수의 벽을 뚫고 들어갔는데, 지금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불가능한 구조가 된 것은 <프레시안> 같은 소수 몇몇 언론을 제외한 다수 수구 언론이 송곳이 뚫고 들어갈 수 없도록 스펀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담론의 무력화는 근래 우리가 목격하는 한국 사회의 현상이다.
"특조위,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에게 면죄부 주게 될 수도"
박인규 : 황상규 실장은 특조위 준비단에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안에서 본 특조위는 어땠나.
황상규 : 특조위는 위원 17명의 결의로 돌아가는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위원들이 회의에서 결의를 하면 그대로 시행이 되어야 하는데, 그 체계가 무너진 게 뼈아팠다.
그 원인은 정부에 있다. 돈을 가진 기재부가 특조위를 좌지우지한다. 기재부에서 사인을 늦게 해주면 직원들이 월급도 못 받는다. 회의도 준비해야 하고 출장도 가야 하는데 예산을 지급하지 않아서 처음엔 위원장 개인 카드로 먼저 썼다. 특조위 본래 위상 자체는 강한데, 정부 태도 때문에 조직이 형해화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담당 공무원들도 결국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여당 의원의 '세금 도둑' 발언은 일종의 지침이었다. 협조하지 말고 계속 업무를 지연시키라는 거다. 그때부터 해수부 공무원들도 시간을 끌었다. 원래 현판식 예정 일자가 1월 중순이었지만, 결국 8월에서야 출범했다.
그리고, 조사 인력도 충분치 않다. 제가 특조위를 나오게 된 계기이기도 한데, 직원 수가 예상보다 줄었다. 특별법 모법에서는 원래 특조위 직원이 120명으로 잡아놨는데, 시행령에서는 90명만 우선 뽑고 나중에 다시 120명으로 증원하도록 했다.
박인규 : 특조위가 조사 활동을 하려면 정부에 협조 요청할 일이 많을 텐데, 앞으로도 난항이 예상된다.
황상규 : 인력이 부족해서 빨리 진척이 되고 있진 않지만, 현재 조사에 들어간 게 10개 정도 되는데, 그나마도 지원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 조사를 가려고 해도, 처음엔 선체 조사를 못 하게 했다. 그러다가 특조위가 몇 번 항의를 하니 시혜를 베풀 듯 바지선에 한 번 올라갈 수 있게 한다든지 그런 식이다. 나중엔 해수부가 선체 조사 가능 여부를 중국 업체한테 떠넘겼다.
선체 조사야말로 핵심 조사다. 그리고 사실 해수부 동의도 필요치 않다. 해수부가 사고 책임자에 해당하지 않나. 그런데도 그들한테 허락을 맡아야 하는 게 아이러니하다.
박인규 : 특조위가 정부 상대하는 일도 버거운데, 조직 내부에서도 갈등이 크다. 합의제 기구 성격 자체에서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안병욱 : 가장 큰 우려는 특조위가 자칫 사고 책임자나 정부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기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진상 규명을 위해 특조위에 몸담은 이들은 그런 이들에 맞서느라 갈등이 클 거라고 본다.
위원회가 여야나 대법원 등에서 사람을 파견하는 합의제로 운영되는 경우, 파견된 사람들은 자신이 원래 소속된 집단의 주장을 대변하는 일만 하게 돼 있다. 결코 토론 과정에서 좋은 결론을 끌어낼 수 없다. 차라리 지금 국무회의 시스템처럼, 집권 여당이든 누군가가 맡아서 위원회를 구성하고 그에 따른 결과물 등에 대해서도 확실히 책임지는 편이 낫다고 본다. 권한과 함께 책임을 함께 주는 것이다.
뭔가를 해야 하는 입장은 힘들다. 못 하게 반대하고 막는 건 쉽다. 반대하는 사람이 두 명만 되어도 일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 특조위는 뭔가 성과를 내야하는 집단이다. 그런데 여당 추천이 5명이다. 그렇게 반대파가 많으면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위원회를 이끌지 못한다.
"특조위 활동 기한, 총선 결과에 달렸다"
박인규 : 특조위가 조사 신청을 받고 있다. 유가족과 4.16연대가 생각하는 핵심 조사 항목이 무엇인가.
안병욱 : 4.16연대가 9월에 세월호 인양 대안 마련 82개 과제를 발표했다. 그런데 그걸 몽땅 갖다 주면 특조위에서는 막연히 처리할 가능성이 있어서 시간을 두고 하나씩 제안을 하고 있다.
박인규 : 활동 기한이 아직 정리가 안 된 걸로 안다.
황상규 : 정부는 일단 내년 6월까지로 보고 있다. 최근 예산도 내년 6월까지만 산정해서 짰다.
박인규 : 선체 인양이 내년 9월 이후라고 들었다. 선체 조사 없이 끝날 수 있나.
황상규 : 해수부나 여당에서는 법에 따라서 내년 6월까지 하겠다고 한다.
안병욱 :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특조위 활동 기한이 내년 6월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충분치 않다. 애초 처음부터 활동 기간을 길게 잡고 일하는 것과, 나중에 기한이 늘어나서 땜질하듯 하는 건 다르다. 아쉬운 부분이다.
"박근혜의 시행령 정치, 박정희 계엄령 정치와 다를 바 없다"
박인규 : '시행령 정치'라는 말이 나온다.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 계기도 세월호 시행령 관련 청와대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시행령으로 법을 무력화하는, 행정부가 입법부를 압도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지고 있다. 성남시 이재명 시장이 '청년배당' 정책을 도입하려는데, 정부가 이를 막고 있다. 지자체가 새로운 복지제도를 하려면 보건복지부와 협의하게 돼 있고, 만일 중앙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그 정책에 드는 액수만큼의 교부금을 뺀다는 것이다. 그것도 시행령 정치다. 이는 여야나 진보 보수를 떠나서 민주주의 근본을 흔드는 문제라고 본다.
박근혜 정부는 법치 근간을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세월호 이슈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진상을 막으려다 보니까, 민주 정치의 기본까지도 전복시켜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안병욱 : 진실, 정의와 같은, 상식에 입각한 판단 기준이 전체적으로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 성남시 사례도 언론 통해서 얘기가 나왔다가 엄청난 반향이 없으니 정부가 억지 논리를 내세워서 무마시켜 버리는 것 같다.
상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 사회가 옛날 유신 때나 5공 때보다도 더 형편없어진 게 아닌가 싶다. 그때는 정부가 강압적인 정책을 펴더라도, 그게 잘못돼있다는 건 모두가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자체가 전복돼버리는 상황이다. 민주주의 원칙과 제도 아래서 이뤄지는 일들이니까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행령은 박근혜 대통령 말마따나 행정부의 일인데, 행정부가 시행령 만드는 권한으로 국회 입법 기능을 무력화시키면서 사실상 삼권 분립 원칙도 작동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이라는 원칙을 부정하는 것은 계엄령으로 국회 해산시킨 것과 본질적인 내용에서 차이가 없다. 계엄령은 언젠가 해제된다는 기대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정당한 권한 행사로 비치니 심각한 문제다.
박인규 : 이런 상황이 국민한테 잘 알려지지 않은 건 언론의 책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안병욱 : 어느 사회나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있다. 그러나 그런 얘기가 나오더라도 사회 논의 구조 속에서 정제되고,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교훈을 얻고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게 문명사회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5.18 때 북한 특수부대가 내려왔다든지 하는 몰상식한 이야기들이 사회 논의 구조 속에서 걸러지는 게 아니라 지배적인 이야기가 되어가는 형국이다.
최근 국정 교과서를 위한 비밀 아지트가 들통 났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부가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고 인정해야 한다. 유신시대나 5공화국 시절에도 그런 정도의 상식은 있었다. 그런데 김무성 서청원, 새누리당 국회의원 발언을 보면 이 사람들이 과연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인지 너무 놀랍다. 예전 같으면 국회의원 사퇴를 해야 할 정도의 발언인데, 신문에 버젓이 그게 정상적인 것처럼 나온다. 이런 소통 구조가 앞으로 우리 사회를 어디까지 망칠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덮고, 또 덮고… 제2의 재앙 부르는 박근혜 정부"
박인규 : 특조위 활동에 대한 유가족의 반응은 어떤가.
황상규 : 세월호 희생자 가족인 장훈 4.16 가족대책협의회 진상규명 분과장의 인터뷰 내용 그대로다. 굉장히 실망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도 대안이 없으니 지켜보자는 입장이다.(☞관련기사 : "세월호 유가족, 반 발짝만 떨어져 봐 달라")
안병욱 : 특조위가 가진 것은 수사권, 기소권을 요구했지만 결국 얻어낸 것은 조사권이다. 회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한적인 권한을 가지고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 이상을 밝혀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본다. 내부 고발자가 나타나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얘기한다면 의외의 성과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쉽지 않다.
과거 경험을 토대로 보건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진실 규명이다. 모든 사람이 바둑판 보듯이 진실을 다 꿰뚫어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뭐가 진실인지는 대충은 안다. 과거사위원회에 있을 때도 그랬는데,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진실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게 하는 것이 진상 규명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걸 정부가 공적으로 확인해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특조위보고서가 중요하다. 자손들이 반면교사를 삼을 수 있는, 대대로 활용할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박인규 : 앞으로도 정부는 비협조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안병욱 : 어차피 진상 규명될 것은 언제든 밝혀지게 돼 있다. 정부가 세월호 사고에 책임이 있든 없든, 그와는 별개로 지금 진상을 묻으려는 공작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될 것이다. 세월호 사건 자체가 박근혜 정부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을 거다. 그러나 그 후속 과정은 과거 조선시대에 일어난 수많은 사화에 비견될 수 있는 수준이다.
세월호 선주는 0.01%의 최악의 상황을 배제하고 무리하게 증축하고 기상 악화에도 출항했는데, 그런데 그걸 봐준 게 해수부였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조사를 막는 게 정부다. 한 번 한 잘못을 덮고, 또 덮으려다보니까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다. 그렇게 은폐만 하다가 처참한 결과를 맞은 게 메르스 사태 아닌가. 박근혜 정부는 지금 2차 재앙을 부르고 있다.
뒤늦게 과오가 드러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선, 차제에 정부가 지원해서 진상 규명 작업을 도와야 한다. 지금 밝혀질 일이 나중에 밝혀지는 것은 두 번 일하는 꼴이다. 국민적 요구를 유야무야시킨다면, '세금 낭비한다'는 이야기는 집권 여당한테 해당하는 꼴이 될 것이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
박인규 : 베트남 전쟁도 공론화된 게 1990년대 말이다. 진실 규명에는 시효가 없는 것 같다.
안병욱 : 영국 총리를 지낸 토니 블레어가 10년도 넘은 이라크전 참전에 대해 사과했다. 역사는 결국 모든 위장막을 걷어낸다. 당시에는 TV 화면을 통해서 엉뚱한 홍보로 여론을 조작할 수 있더라도, 뒷날에는 진실들이 밝혀지기 마련이다. 당장은 후퇴한 것 같아도 그런 역사의 힘이 있기에 인류 문명이 성장해왔다.
아쉬운 건, 서양 문명과 우리 문명에 차이가 있다는 거다. 서양에서는 내부 고발자가 종종 나온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을 밝히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1945년 해방 이후로 4.3 투쟁. 한국 전쟁에서 무자비한 학살들이 수없이 일어났는데 누구도 진실을 털어놓지 않는다. 5.16 관계자들도 입을 다물고, 5.18 광주에 투입된 특전사들도 말이 없다. 수많은 간첩 조작 사건도 마찬가지다. 안타까운 일이다.
박인규 :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가져다준 준엄한 메시지가 잊히고 있다. 특히나 정치권에서도 제대로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읽지 못하고 있다.
안병욱 : 세월호 사건 났을 때 나라 전체가 비통함에 잠겼다. 위정자들이 참사로 인한 희생을 숭고하게 받아들이고 자기 성찰을 할 줄 알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교훈은 사라지고, 정부 여당은 못된 것만 더 배웠다. 아무리 뜨거운 이슈라도 시간이 지나면 뒤집어엎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정부는 뭐든 은폐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 메르스 사태도 그랬다. 정부가 사태에 대해 함구하고 있을 때 서울시장이 도저히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메르스 상황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칭찬하기는커녕 공개 행위 자체에 대해서만 터무니없는 비난을 일삼았다. 위정자들은 세월호의 교훈을 잊었다. 오히려 국민을 속이고 위장하는 그 기술만 늘어났다.
그렇게 정부 여당은 새로운 자신감을 얻고, 반대로 국민들은 일종의 체념을 하게 됐다. 국가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 공동체 일원으로서 역할을 놓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우리 사회 공동체가 와해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특조위에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새로운 의무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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