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배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약속대로 시장직을 사퇴함에 따라 오는 10월 26일로 예정된 하반기 재,보선의 판이 커졌다.
당초 광역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큰 관심을 얻지 못했던 10.26 재보선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인해 단숨에 대선, 혹은 총선 전초전으로 그 지위가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4.27 재보선보다 큰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장이라는 지위가 갖는 상징성과 중요성이 그만큼 큰 까닭이다. 여기에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치러진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선거일까지 불과 두 달 남짓밖에 남지 않은 만큼, 여야는 재보선 체제로 급속히 전환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다음 달 추석 연휴와 국정감사 기간이 끼어있는 만큼 시간은 더욱 촉박한 상황이다.
‘홍준표 체제’ 명운 건 한나라…‘석패의 상처’ 못잊는 민주
한나라당은 주민투표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도 ‘총력전’을 다짐하고 있다. 당초 오 전 시장의 사퇴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6일 열렸던 서울시당 조찬간담회는 오 전 시장이 ‘즉각 사퇴’ 결심을 굳힘에 따라 ‘보선 승리 결의대회’가 돼 버렸다.
오 전 시장의 조기사퇴에 격노한 홍준표 대표지만 뒤를 돌아볼 여유는 없다. 모든 힘을 다해야 할 처지다. “사실상 승리”라는 무리한 해석까지 내놓으며 자위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난 주민투표에 이어 서울시장 보선마저 패배한다면 대표 자리가 위태롭다. 게다가 이번 재보선은 향후 총선과 대선을 대비한 ‘홍준표 체제’의 첫 모의고사나 다름없다.
그러나 단순한 모의고사라고 하기에는 그 의미가 작지않다. 야당이 서울시의회와 기초단체장을 대부분 장악한 상황에서 서울시장 자리까지 야권에 내준다면 내년 총, 대선 역시 전망이 암울해진다. 서울은 내년 선거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지역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황마저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주민투표 패배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주민투표 결과로 인해 침울해진 당 내 분위기와 내홍까지 수습하면서 선거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오 전 시장이 얻은 득표수를 상회하는 투표율이 이번 주민투표에서 나왔다지만 투표에 참여한 이들이 모두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보장도 없다. 다만, 오 시장 사퇴로 인한 동정론과 이로 인한 보수대결집은 한나라당과 홍 대표가 기댈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강남 3구’에서의 영향력과 결집을 확인했다는 점도 ‘희망’이 될 만하다.
‘주민투표 보이콧 운동’을 성공리에 이끈 민주당 등 야당은 ‘파죽지세’의 분위기다. 10년간 한나라당에 내줬던 서울시장 자리를 찾아올 수 있는 적기를 맞았다. 여세를 몰아 승리하겠다는 각오다. 이번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유권자들을 모두 야당지지자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오 전 시장과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만은 확인한 셈이다.
야권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만은 분명해 보이지만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 문제다. 야당간의 후보단일화 협상을 벌이기에 촉박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안 그래도 넘쳐나는 후보군들로 당 내 정리부터 나서야 한다. 후보 단일화는 다른 야당들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겠지만 민주당에 순순히 양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 있어 ‘후보단일화’는 이번 재보선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서울시의회와 구청장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도 시장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한나라당에 0.6%차 ‘통한의 패배’를 당한 기억이 오롯이 살아있다. 만약 이번에도 후보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보수대결집 현상이 벌어진다면 ‘서울시장 탈환’은 물 건너 갈 가능성이 크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여야 대표선수 후보는?
오 전 시장이 퇴임식을 치른 지 불과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본선에 오를 여야 후보를 예상하기는 아직 일러보인다. 하지만 대강의 윤곽은 나온 상황이다. 특히, 서울시장은 차차기 대선출마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한나라당 후보군 중에는 나경원 최고위원의 이름이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다. 나 최고위원은 지난해 서울시장 경선과정에서 오 전 시장과 맞붙으며 만만치 않은 힘을 보인데다가 연이어 당 지도부에 선출되는 저력을 과시했다. 4.27 재보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중구청장을 탈환하기도 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는 것도 나 최고위원의 장점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차기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보궐선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희룡 최고위원이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여옥, 정두언, 권영세, 박진 등 서울지역 의원들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임태희 대통령실장 혹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의 차출설, 정운찬 전 총리의 영입설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10여명의 후보군들이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천정배 최고위원과 김한길 전 의원은 25일 이미 출마의사를 나타낸 상태다. 여기에 박영선 정책위의장, 이인영 최고위원, 추미애 의원, 전병헌 의원, 이계안 전 의원 등도 거론되고 있다.
변수는 한명숙 전 총리의 재출격이다. 한 전 총리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오 전 시장에서 아깝게 진 만큼 한 전 총리가 다시 출마해 서울시장을 탈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의 영입설도 나돌고 있지만 후보군이 넘쳐나는 만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과 김종민 서울시당 위원장이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분위기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이정희 대표의 이름도 언급되고 있다. 진보신당에서는 노회찬 전 대표가 재출마에 나설지 주목된다.
한편, <조선일보>가 26일 발표한 차기 서울시장 재보선 잠재후보 여론조사 따르면 한명숙 전 총리가 12.4%의 지지율을 얻어 1위를 차지했으며 나경원 최고위원(10.6%)는 2위에 올랐다. 추미애 의원(3.9%)과 박영선 의장(3.1%)은 각각 3, 4위에 올라 여성후보들이 강세를 보이는 양상이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2.8%의 지지율로 5위, 맹형규 장관은 2.3%로 6위를 달렸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1.9%, 김한길 전 의원은 1.0%였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부 장관(1.0%), 박진 의원(0.6%), 이계안 전 의원(0.4%), 권영세 의원(0.2%)도 이름을 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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