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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August 25, 2011

오세훈, 동냥은커녕 쪽박까지 깨 먹었다

오세훈, 동냥은커녕 쪽박까지 깨 먹었다홍준표, 이제 쿨 하게 정치 좀 하자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1-08-26)

▲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자치구별 최종 투표율 현황

인간의 상식은 이렇다. 승자에게는 박수를, 패자에게는 위로를. 이런 인간의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 일이 있다. 패장에게 동정이 없다. 위로도 없다. 바로 이번 시행된 주민투표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유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패장인 서울시장 오세훈이고 여당의 대표라는 홍준표다. 참담하다.
주민투표가 끝나고 투표율이 개함요건인 33.3%를 충족시키지 못함으로써 이번 주민 투표는 182억을 날린 채 끝났다. 시민이 얻은 것은 정치 지도자란 인물들의 궤변으로 귀를 더럽힌 것뿐이다.
왜 주민투표를 하게 되었는지는 구차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결론은 났다. 오세훈과 한나라당은 국민들에게 더 이상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일 수 없게 됐다.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홍준표가 사실상 이겼다고 한다. 진 것이 사실인데 이겼다고 하는 검사출신 홍준표의 말을 믿으면 머리가 이상해진다. 정신 좀 차려라.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게 살면 사람대접 못 받는다. 추하다.
모든 것이 판가름나는 투표에서 패했다는 것은 무척 고통스러운 일임이 틀림없다. 그래도 거짓말로 고통을 벗어나려고 한다면 보통 잘못이 아니다. 국민의 투표로 졌는데 이겼다고 할 수 있는 경우는 딱 한 가지다. 국민이 부정투표를 한 경우다. 자유당 독재 때 같은 경우다.
국민이 불법 부정으로 투표를 했는가. 불법 부정이라면 대형 교회에서 목사라는 사람들이 신도들을 모아놓고 투표를 강요했다. 군대에서도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위법을 했다. 그래도 졌다. 어떻게 이겼다고 하는가. 제 정신인가.
홍준표는 머리가 복잡할 것이다. 그래도 그렇다. 고통스러운 것과 거짓말로 사실을 왜곡하려는 것은 다르다. 홍준표는 언론에 나오는 자신의 얼굴을 보라. 거기 자신의 얼굴 위에 쓰여 있는 거짓말을 보지 못하는가.
오세훈이나 홍준표나 야망이 있는 정치가라고 알고 있다. 거짓으로 야망을 달성할 생각이라면 정치 그만두어야 한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정직 이상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방법은 없다.
주민투표는 출발부터 잘못됐다. 무상급식이란 말부터 잘못됐다. 국가에서 보장해야 할 의무급식이다. 이걸 왜곡해서 편을 가르고 계층 간 위화감을 조장한 오세훈의 죄, 결코 가볍지가 않다.
속셈이야 뭐가 됐던 잘못은 잘못이다. 기가 막힌 얘기 하나 하자. 강남에 사는 여자가 한 말이다.
“왜 우리가 가난한 애들하고 똑같이 공짜로 밥을 먹여. 우린 당당하게 돈 내고 밥 먹일 거야.”
아니라고 펄펄 뛰겠지만 뻔하다. 되어 먹지 못한 인간의 허영심이라는 것은 대책이 없다. 가진 것이라고는 돈밖에 없는 인간들이 허영심을 채울 수 있는 것은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 멸시함으로써 얻는 허영의 충족이다.
한마디 짚고 가자. 심각한 얘기다. 이번 주민투표로 강남과 강북의 거리는 애들 말로 하늘만큼 땅만큼이다. 남북이 갈렸다. 영호남이 갈렸다. 강원도에 가면 영동과 영서가 갈린다. 이번에 강남과 강북이 갈렸다. 모조리 갈린다. 이 나라의 장래를 어쩐단 말인가.

이번 주민투표에서 참담하게 느낀 것이 또 있다. 거의가 같은 생각이다. 오세훈의 눈물이다. 모두가 제 설움에 우는 것이지만 우는 것도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오세훈이 왜 울었지. 표 달라고 운 것이 아닌가.
무릎 꿇고 절하며 울고 돌아서서 손수건 꺼내 눈물 닦고 도대체 왜 우는 거야. 누가 저더러 주민투표 하라고 강요했는가. 자신이 요청한 거 아닌가. 표가 잘 안 나올 것 같으니까 눈물작전. 철부지 어린애만도 못하다. 앵벌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다가 대선출마를 안 한다고 했다. 누가 대통령 출마하라고 했는가. 지 혼자서 출마 안 한다고 해놓고 울기는 왜 울어. 강제로 끌어 내렸는가.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시장직을 걸겠다고. 이게 무슨 돈 대고 돈 먹는 노름판인가. 대통령 출마 안 한다고 걸고 시장직 사퇴한다고 걸고, 이야말로 꼴불견의 결정판이다.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그냥 한 마디. 소신으로 주민투표에 임한다는 한 마디면 족하다. 무슨 말이 그렇게도 많은가. 국민들이 웃었다. 저건 아니라는 것이다. 사퇴회견 보고 투표 안 한 시민들이 많다고 한다.
사퇴한다면 약속 지키면 된다. 청와대와 홍준표가 반대하기 때문에 그들과 의논을 한다고 하면 그것은 정도가 아니다. 오세훈은 국민과 약속을 한 것이다. 이제 오세훈이 바라볼 곳은 국민이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마지막 예의다. 한 시간도 끌 필요 없이 즉시 사퇴해야 한다.
생각을 해 보자. 홍준표의 말에 타당한 것이 어디 있는가. 25.7% 득표를 했으니 이겼다는 것이다. 졌는데 이겼다면 이게 말인가. 한나라당 안에서도 돌았느냐고 한다. 이상 거론할 필요조차 없지만 한마디 하자. 봉하마을에 ‘노방궁’이 있다고 맹랑한 거짓말을 한 사람이다. 이게 모래시계 검사라는 홍준표식 유언비어다. 인간이 저렇게 뻔뻔해질 수도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 준 사람이다. 홍준표가 배워야 할 것은 정직이다.
주민투표 과정이나 개함조차 무산된 상황에서 청와대와 한나라당 그리고 오세훈과 홍준표가 보여준 행태는 한국의 정치가 이대로 지속하다가는 국민의 마음이 모두 황폐해진다는 것이다. 철면피들의 전시장을 보는 것 같은 절망감에서 우리 국민들이 해야 할 일은 이들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이다.
그들은 말한다. 어느 놈은 별놈이냐고. 맞다. 별로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두들겨서라도 고쳐 써야 한다. 애초에 정치하는 인간들을 그냥 방치해 둔 업보를 지금 국민들은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도저히 털어버릴 수 없는 분노는 이들 한나라당과 홍준표 오세훈이 국민을 하나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야말로 손안에 공기돌 가지고 놀듯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지들이 이겼다고 망언을 늘어놓는단 말인가. 내년에 희망이 보인다는 말도 했다. 희망을 모욕하지 말라. 희망이 뉘 집 강아진가.
오세훈이 언제 사퇴하느냐. 모두들 그게 궁금한 모양이다. 뭘 망설이는가. 빠를수록 좋다. 죽는데도 때가 있다. 때를 잘못 선택하면 묻힐 곳을 찾지 못한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말린다는데 이미 오세훈은 사석이다. 버린 자식이다.

억지 부리지 말라 국민이 우습냐

한나라당과 오세훈이 빨리해야 할 일이 있다. 승리를 했느니 내년 선거에 희망이 있느니 그야말로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 말고 진솔하게 국민들 앞에서 속죄를 해야 한다. 백번 죽을죄를 했으니 용서하라고 빌어야 한다. 어려운 애들 밥 먹이는 거 가지고 몹쓸 짓 한 거 천벌받을 짓이었다고 엎드려 빌어야 한다. 엎드려 비는 거야 오세훈이 한 가닥 하지 않는가.
부자가 망해도 3년 간다는 말이 있다. 맹수는 총을 맞아도 쉽게 숨이 끊어지지 않는다. 국민이나 야당은 한나라당이 주민투표로 중상을 입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에 말이다. 악당일수록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대적할 세력은 야당 세력이다. 거기에 시민이 합세했다. 이기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비관적이다. 왜일까.
어느 조직이건 문제아는 있다. 지가 왕이다. 순리를 모른다. 요즘 대표적인 인물이 홍준표다. 상식을 뛰어넘는 행보다.
문제아가 조직을 망가트린다. 신뢰가 생명인 정치에서 불신의 대명사가 당의 대표가 된다면 그 결과는 보나마나다. 믿음을 주는 정치인이 대표가 되어야 한다. 가게도 간판이 번듯해야 손님이 든다.
▲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렉싱턴 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 당협위원장 조찬 간담회에서 홍준표 대표와 오세훈 서울 시장이 물을 들이키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의 사퇴로 10월 26일 보궐선거가 시행되면 시장선거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하니까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하지만 그 속셈을 국민이 다 알고 있으니 효과는 0점이고 이미 지고 들어가는 게임이다. 그야말로 꼼수 쓰지 말고 지더라도 당당하게 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표직 물러나면 된다. 무슨 야망이 있는지는 몰라도 평생 해 먹을 대표직 아니지 않은가.
심각한 것은 또 있다. 야당이다. 야권이다. 10월 26일에 서울시장 보선이 있을 것 같다고 하자 너도 나도다. 심한 말로 쥐나 개나다. 이렇게 야당에 인물이 많은지 미처 몰랐다. 쥐나 개라고 했다고 열 내겠지만 사실이다.
이건 갈비에다 침 발라 놓는 격이다. 아니면 언론에 이름이나 한 줄 내고 싶다는 것이다. 원한다면 칼럼 쓸 때마다 못난이라고 써 줄 것이다.
지도자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 속에서 덕을 쌓아야 한다. 국민이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판판이 있어서 나라가 이 꼴이 됐지만 그건 국민이 고생하는 것으로 잘못한 값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쥐든 개든 시장하겠다며 기어 나오는 대야 도리가 없다. 대신 조건이 있다. 정정당당하게 겨루고 승복해야 한다. 오늘의 야당은 합심하지 않으면 다 함께 죽는다. 지들만이 아니고 국민도 개고생 한다.
정치하는 사람들. 모두 저 잘랐다고 하지만 철 좀 들어야 한다. 한국이 민주주의 몇 년인데 아직도 이 꼴인가.
오세훈과 한나라당이 큰일 했다. 이런 식으로라도 정권이 바뀌는데 공헌을 하다니 놀라운 결단이다. 그리고 한나라당도 문 닫지 않으려면 노력해야 한다. 사람은 열 번 된다고 하지 않던가. 한나라당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잘만 하면 어느 국민이 미워하랴.

2011년 08월 26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

# 이 칼럼은 저작권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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