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역주행은 안 된다. 정치는 절대적으로 대세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 문제는 그 대세가 눈앞의 작은 대세가 아니라, 역사의 큰 대세여야 한다는 거다. 중국의 급부상, 러시아의 재부상, 중동의 민주화, 오바마의 당선, 이런 세계사 전체의 흐름을 꿰뚫어야 한다.
전체적인 판도를 읽는 눈을 얻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고생한 것도 빌어먹을 부시와 김정일 때문이다. 부시 전쟁책동에 김정일 핵개발 이런 외풍을 타서 곤경에 빠진 거다. 삼성, 현대의 급성장, 글로벌 경제의 변덕스러움 이런 것도 영향을 미친다.
시야가 넓어져야 하며 그 너른 시야 안에서 대세의 흐름을 읽는 자가 킹이 될 수 있다. 오세훈이 지금 ‘노무현 대통령 따라하기’ 짓을 하고 있지만 사실 이 바닥의 원조는 독불 박찬종이다. 오세훈 저 인간도 조금 있으면 나홀로 독도지킴이 이런거 할 거 같다. 하는 방식이 딱 박찬종스타일이다.
잊혀졌지만 박찬종 한때 대단했다. 1995년 서울시장선거에 무소속으로 나서서 선거초반 2위조순 후보에 20% 이상 앞서가다 막판에 낙마했다. 정치는 절대로 당을 끼고 해야지 혼자서는 답이 안 나오는 거다. 왜? 대세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박근혜를 지지하면서도 막상 투표장에 가면 문재인을 찍는 이유는 박근혜 주변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주변사람을 보고 찍는 거다. 박찬종이 무소속으로 나오니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막판에 자빠진 것이다. 절대적으로 사람을 끼고 가야 한다. 당이 있어야 한다.
박찬종은 1996년 총선에서 신한국당에 입당하여 전국구 2번을 배정 받았으나 자진반납하고 당선권 밖의 번호를 자원하여 떨어졌다. 이것도 오세훈식 생쇼인데 아마 둘이 유전자가 비슷한 거다.
박찬종은 1997년 대선에서 부동의 여론조사 1위였으나 막판에 이회창에게 씹혔다. 박찬종이 얌전하게 전국구 2번을 받고 동료의원들과 신뢰를 쌓았으면 무리없는 대통령후보 차지였다. 그러나 똘끼 발휘로 셀프탄핵 되었다.
더 한심한 것은 이회창이 돈선거 한다며 막판에 신한국당을 탈당하고 이인제를 밀었는데 이인제가 민주당으로 튀는 바람에 낙동강 오리알을 넘어 독도 물새알이 되었다는 거다. 돌았군. 돌았어.
정치를 하려면 절대적으로 대세를 읽고 동료와 협력해야 한다. 이건 절대적이다. 박근혜는 역사의 역주행을 하고 있다. 카다피부터 오바마에 푸틴까지 누구도 그를 돕지 않고 있다. 역사의 역주행을 하면 협력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하다. 동료와 손 발이 안 맞는 거다.
지금 오세훈도 그렇다. 한나라당은 복지 한다는데 혼자 반대다. 역주행 하면 손발을 맞추려 해도 그게 안 되게 되어 있다. 대세가 안 된다. 박근혜가 안 돕는게 아니고 나홀로 역주행을 하니 어쩔 수 없는 거다.
카다피가 몰락하는 장면은 박정희의 말로를 연상시킬 것이다. 역사의 역주행은 절대 안 된다. 박근혜도 한나라당 안에서 독불장군이다. 박근혜계 중에 제대로 된 인간 없다. 무엇보다 조중동을 비롯하여 보수꼴통 핵심라인이 박근혜를 좋게 보지 않는다. 왜? 말을 안 듣기 때문이다. 고분고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문제는 라인이 없다는 거다. 이미 이명박에게 물 먹어서 ‘어찌 이럴 수가! 내한테 장관 한 자리도 안 주다니 김동길’을 비롯해서 다들 격앙되어 있는 판인데 지금 박근혜계와 연결할 라인이 없다.
이명박은 그래도 심부름 하는 꼬붕들이 쫙 깔려서 전화질이라도 했지만 박근혜는 아주 깜깜무소식이다. 박홍, 김동길, 조갑제, 지만원 등 재미 못 봤고, 앞으로 재미볼 가능성도 없다. 너절한 유인촌이 녀석한테도 돌아가는 장관자리가 내한테는 왜 안오나 하고 돌아버릴 지경인데 박근혜는 더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사이가 가깝지 않았던 고건, 김근태, 한명숙, 정동영, 이창동, 김명곤 등에게도 한 자리씩 돌려서 크게 대세를 형성했다. 이명박은 소망교회 사람 데불고 소세를 이루었는데, 박근혜는 그나마 안 된다. 오세훈은? 그 이하도 안 된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모든 결정이 어린애 떼쓰기.
정치는 세다. 크게 세를 이루어야 하며 대세를 형성해야 한다. 그 세를 형성하는 과정이 겉으로 노출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 대중이 참여해야 한다. 밀실에서 돈거래로 형성한 세는 안 쳐주는 거다. 지금 손학규가 혼자 구석에서 작은 세를 형성하고 있지만 역사의 대세가 아니다. 손학규 역시 협소하다. 밀실에서 끼리끼리 붙어먹는 수작이다. 유유상종 된다.
역사의 대세를 형성하려면 자기와 색깔이 다른 사람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종필과 손을 잡았고 노무현 대통령은 정몽준과 러브샷을 했다. 좋아서 했겠나? 세를 형성하려고 억지로 한 거다. 박근혜, 오세훈은 이거 안 된다.
사실 이게 원래 쉽지 않은 거다. 공적 라인을 가지고 공적 시스템을 돌린다는 건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는 거다. 잘 모르는 사람과 손잡으면 상대방이 오해전략을 쓰기 때문에 사소한 것도 하나하나 다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거 골때리는 거다. 그냥 아는 사람 데불고 밀실에서 사바사바 하는게 편하다.
오해전략이 문제다. 손발을 맞춰도 일이 될까말까인데 일부러 손발 안 맞추고 비트는 거다. 왜? 그게 더 이익이거든. 상대방 말을 알아듣지만 못 들은 척 하는게 유리한 지점이 있다. 전여옥 수법인데 상대방이 선의로 말해도 악의로 듣는 거다. 오래전략 때문에 색깔이 다른 사람과 일을 하려면 반드시 공적시스템 돌리고 절차 다 밟고, 혹시나 모르니 근거자료 다 남겨야 한다. 골치 아프다.
그래서 이명박이 장관은 바지로 앉혀놓고 교회사람 데불고 차관정치 하는거다. 왜? 공적 시스템을 돌리려니 도무지 의사결정이 안 되거든. 답이 안나와 주는 거다. 그냥 인촌이 재오 하고 셋이서 쑥덕쑥덕 해서 결정하는게 낫다. 어쨌든 결정은 된다. 나중에 망해서 탈이지.
대세를 형성하는 사람이 킹이 된다. 대세를 형성하려면 색깔이 다른 사람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공적 라인을 형성하고 공적 시스템을 돌려야 한다. 그런데 이거 무지 스트레스 받는 거다. 오세훈은 못한다. 박근혜도 못한다. 이명박도 못했다. 인내심 강하고 훈련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정치를 정치인에게 맡겨야 하는 이유는 정치인이 그나마 이 분야에 약간 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국현이나 안철수 같은 사람 대통령 시켜놓으면 잘 할 거 같지? 천만에. 공적 시스템 못 돌린다. 훈련된 베테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와 원초적으로 뜻이 다른 사람과 한시간 이상 대화 못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생각이 180도로 다른 김근태와도 무려 대화를 했는데 어찌나 말이 안 통하는지 거의 고문받는 정도였다고 들었다. 참은 거다. 훈련된 정치인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
어떤 회의석상에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뭔가 결론을 내려면 최소 반은 자기사람 심어놓고 이야기 시작해야 한다. 원래 세상 이치가 그런 거다. 오세훈은 회의도 안 하고 혼자 결정한다.
박근혜는 참모 한 명 앉혀놓고 결정하고, 이명박은 재오 인촌이 하고 셋이서 쑥덕쑥덕 해서 결정한다. 인내심있게 회의를 진행했는데 뒤로는 쑥덕쑥덕 하면서 회의석상에서는 꿀먹은 벙어리 되는 김근태류 앉혀놓고 그래도 회의를 한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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