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외교적 측면만 볼 순 없어…범정부적 대책 필요"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중국이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한국 측 책임자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예상외의 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외교 당국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나아가 중국이 보복 가능성까지 내비침에 따라 관계당국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25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에서의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앞두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어느 정도 격한 반응을 보일 것을 예견, 이에 맞춰 양자회담을 준비했다.
그러나 왕이 부장의 발언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경했다는 평가다. 그는 윤병세 외교장관 면전에서 최근 한국 측의 행위가 상호 신뢰의 기초에 해를 끼쳤다며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의 책임자를 처음 만난 점 등에 비춰볼 때 예상했던 수준이었다는 평가도 없지는 않았지만 최근 양국 관계에 비춰볼 때 수위가 높은 것은 분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왕이 부장은 곧이어 그동안 발전시켜 온 양국 관계를 지키기 위해 실질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날 회담에서 윤 장관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동안 보류했던 각종 보복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는 뉘앙스도 풍겼다. 사드 배치에 대한 일종의 경고를 날린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중국 칭다오시가 오는 27일 대구에서 열리는 치맥페스티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칭다오국제맥주축제에 대구시 대표단의 참가를 불허하겠다고 통보한 사실도 전해졌다.
중국 지방정부인 칭다오시가 사드 문제를 연결지어 행사를 취소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칭다오 측에서 대구 치맥페스티벌 불참 사실을 통보하면서 불참 이유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국은 사드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왔다.
상황이 이렇자 외교 당국은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일종의 보복 조치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상황이 악화할 경우 중국이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한 비관세 장벽 보복, 포상관광 자제, 자국 지방정부와 한국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 중단 압력 등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교 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이 각종 형태의 조치를 통해 우리에게 타격을 줄 경우 외교적으로 마땅하게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사실상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 외교 당국자는 "오는 9월 초에 있을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정상이 마주한다면 관계 회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써는 불확실하다"며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 양국 관계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할 거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사드 문제는 단순한 외교적 문제가 아니라 안보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관계 부처들과의 협조하에 후속 조치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번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결과,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범정부적으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