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수석 일가가 살고 있는 서울 강남 압구정동 한 아파트에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가 서 있다. 포털 거리뷰 갈무리
가족회사 ‘정강’ 명의 마세라티
사적 용도 썼다면 ‘배임’ 해당
“고위층 악용하는 탈루 수법”
사적 용도 썼다면 ‘배임’ 해당
“고위층 악용하는 탈루 수법”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신과 가족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 명의로 리스한 고급 외제차를 거주지에 입주민 사용 차량으로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주가 법인 명의로 리스한 차량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면 배임으로 형사처벌될 수 있어 우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에 관심이 모인다.
<한겨레>가 최근 우 수석 가족이 살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ㅎ아파트와 ㈜정강 사무실이 위치한 서초구 ㅊ빌딩 주변을 탐문하며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우 수석의 부인 이아무개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강은 마세라티에서 출시된 시가 2억원대의 최고급 세단 모델인 콰트로포르테를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해 관리하고 있다. 400억원대의 재산을 신고해 고위공직자 가운데 가장 재산이 많은 우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발탁된 2014년부터 올해까지 줄곧 차량을 한 대도 갖고 있지 않다고 신고했다. 이 때문에 우 수석 일가의 ‘가족회사’인 정강의 업무용 차량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강은 임직원이 이씨 단 한 명뿐인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인데, 이 회사의 감사보고서에는 매해 차량 관련 비용을 수천만원씩 지출한 것으로 나와 있다.
지난 27일 <한겨레>가 우 수석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찾아가보니, 당시 아파트 주차장에 마세라티 차량은 보이지 않았지만 우 수석이 사는 동을 관리하는 경비초소의 벽에는 해당 차량의 열쇠가 걸려 있었다. 지상주차장밖에 없는 이 아파트는 원활한 주차를 위해 입주민으로부터 여분의 자동차 열쇠를 받아 보관해둔다. 이날 만난 복수의 아파트 주민들은 ‘우 수석 가족이 외제차를 몰고 다녔다’고 말했다.
정강의 감사보고서엔 차량 임대비용 등을 나타내는 ‘지급임차료’로 지난해 5040만원, 2014년 2948만원 등을 지출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이 회사는 또 ‘차량유지비’로 지난해 782만원, 2014년 702만원을 썼다. 사업자가 업무용으로 차량을 구입하거나 임대하면 구입(임대) 비용부터 유류비, 수리비 등 유지 비용까지 모두 경비 처리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차량은 2013년 11월 정강의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됐다.
권태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는 “법인을 통해 고급차의 유지비, 관리비를 보전받는 것은 일부 고위층이 악용하는 대표적인 탈루 수법이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책임지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업무용 차량이라고 보기 어려운 고급 외제차를 업무 외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더욱 비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차량을 업무 외 용도로 이용했을 경우 ‘배임’ 혐의가 적용돼 법적 책임도 불가피하다. <한겨레>는 우 수석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엄지원 허재현 박수지 기자 umkija@hani.co.kr
우병우 수석 일가가 살고 있는 서울 강남 압구정동 한 아파트의 경비초소에 걸려 있는 마세라티 열쇠. ㈜정강 법인 리스 차량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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