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여성만 있고 남성은 빠진 ‘대한민국 출산지도’ 대표 이미지. 행정자치부 페이스북 갈무리
행정자치부가 ‘가임기 여성 수’를 표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에 비판이 거세게 쏟아지자, 지난 29일 오후 두 차례 ‘수정 공지문’을 올리고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수정 대신 사과를 하고, 출산지도를 없애라”며 반발하고 있다.
행자부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수정 공지문에서 “대한민국 출산지도는 국민에게 지역별 출산통계를 알리고 지역별로 출산 관련 지원 혜택이 무엇이 있는지 알리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여기에 언급된 용어나 주요 통계 내용은 통계청 자료를 활용한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여성들에게 더 많은 혜택과 지원을 드릴 수 있도록 제공한 정보의 일부로 인해 논란이 일어 마음이 아픕니다. (…)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밝혔다.
행정자치부가 낸 1·2차 수정 공지문.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그러나 통계청 자료를 가공했을 뿐이며 “마음이 아프다”는 둥 변명하는 투의 해명에 누리꾼들의 항의가 폭주했다. 그러자 행자부는 “특히 정부와 지자체가 여성들에게 더 많은 혜택과 지원을 드릴 수 있도록 제공한 정보의 일부로 인해 논란이 일어 마음이 아픕니다”라는 문장 전체를 들어냈을 뿐, 아무 내용이 바뀌지 않은 수정 공지문을 다시 올렸다.
누리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출산지도에 표시되어야 할 내용은 가임기 여성 수가 아니라 산부인과·소아과, 어린이집·유치원 정보와 분포도, 접근도입니다”(@can****) “출산율을 높이고 싶으면 지역별 국공립 보육시설 현황과 누리과정 예산, 출산장려금 총액과 지원 현황을 담은 지도를 만드십시오”(최**) “사과를 하세요. 국민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것으로밖에 읽히지 않습니다”(임**) “데이트폭력범 지도 만들어주세요. 전 소중한 가임기 여성이니까요”(@ddu*****)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행자부 공식 계정에는 여성을 도구화하는 정부의 인식을 비판하고 저출산 극복 대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의 댓글 수천개가 달리고 있다.
특히 행자부가 ‘출산지도 앱’까지 만들 계획이 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분노는 더 커지고 있다. 행자부는 지난 8월 ‘지자체 출산지도 만든다’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출산맵은 추후 모바일앱 형태로도 개발·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심귀가 서비스 앱은 종료한다면서 가임여성 지도는 앱으로 만들겠다니? 출산 지도가 아니라 성범죄 지도와 다름없다”(@s-du******) “가임여성 수에 따라 지역별로 색깔 구분된 걸 봤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이 가임여성이 많아 매우 붉게 색칠돼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소름 끼치고 무서웠습니다”(@ram*****) 등의 반응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에스엔에스에선 ‘#나는_가임여성이다’ 해시태그도 번지고 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대구 수성구갑)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행자부가 ‘가임기 여성 지도’를 작성하고 공개한 것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출산율 하락의 이유가 여성 때문입니까? 일제 식민통치 시대의 인구조사를 보는 듯합니다. 무능한 대통령에 한심한 장관입니다. 관련 공무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자신의 트위터에 “저출산 문제의 핵심은 행복한 엄마, 아빠가 될 수 없다는 현실입니다. 경력단절의 고통, 육아의 어려움, 성차별 극복 등의 문제입니다. 국가경제를 걱정하는 수준과 시각으로 저출산 대책을 세우는 것은 잘못된 시각입니다”라고 썼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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