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질문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년전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전직 기자의 증언이 나왔다. 해당 기자의 당시 직속상관은 “사건을 기억한다”며 “필요하면 증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의원은 관련 사실을 전면부인하고 있다.
30일 한 노동 전문지 전직 기자였던 ㄱ(45)씨와 직속 부장이었던 ㄴ(49)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1996년 5월께 ㄱ씨는 당시 노동부 서기관이었던 이 의원, 노동부 소속 사무관과 함께 정부과천청사 인근 단란주점에서 폭탄주를 마신 뒤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이 의원의 차 안이었다. ㄱ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만취한 상태로 조수석에서 잠들었다가 손등에 뭔가가 느껴져서 화들짝 놀라 깼더니 이 의원이 자신의 주요 부위를 갖다대고 있었고 내 셔츠를 올려 손으로 가슴 쪽을 더듬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당시 20대 중반이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집에 가겠다고 하고 택시를 잡아타고 왔다. 과천 인근에 있던 이 의원의 집 근처였던 걸로 기억한다”며 “다음날 연락했지만 이 의원은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지 않았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ㄱ씨는 “어떻게 이 의원의 차를 타게 됐는지도 기억나지 않아 함께 술을 마신 사무관에게 상황을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건 다음날 ㄱ씨는 언론사 직속 부장이었던 ㄴ씨에게 사건의 상세한 내용을 보고했다. 그러나 공식 문제제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ㄴ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시 ㄱ씨가 보고했던 걸 기억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대로 문제를 삼고 짚고 넘어갔어야 했는데 저도 ㄱ씨도 20대여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여전히 (ㄱ씨한테)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 사건 해결에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증언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20년이 지나 이같은 사실을 폭로한 이유에 대해 ㄱ씨는 “이 의원이 개인이 아닌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성폭력을 저지른 데다 국조특위에서 불거진 위증 교사 의혹 등을 볼 때 국회의원이 돼서는 절대 안 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이 의원이 처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문제제기를 하려고 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2012년 총선 때 ‘2008년 대구지방노동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노래방에서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하려 했다‘는 트위터 글 때문에 성추행 의혹에 시달렸다. ㄱ씨는 “성추행 피해자를 찾아 함께 문제제기를 하려 했지만 끝내 피해자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불거진 성추행 의혹은 당사자가 나타나지 않아 일단락 됐다.
2016년 총선 때도 ㄱ씨는 이 의원 낙선운동을 하려고 여러 변호사에게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 의원, 청와대 신문고, 여러 언론사, 여성단체 등에도 제보했다. 그러나 ㄱ씨는 “성폭력 사건의 특성상 물증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명예훼손에 걸려 이 의원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으며, 선거라는 큰 이슈 때문에 제 주장이 묻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언론사들도 그 점 때문에 보도에 신중했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그때는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스물다섯살이었다. 너무 어렸다. 당황스럽고 사회 경험도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많은 시간을 그냥 보냈다”며 “이런 사람에게 국민 대표자인 국회의원 타이틀을 더 이상 부여할 수 없다. 국민을 대표해 민주주의를 세우는 데 앞장서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완영 의원실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의원에게 물어보니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한다”며 “(이 의원은) ‘20년 전의 일을 지금 얘기한다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게 아닌가 싶다’고도 직접 말했다”고 전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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