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역선택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민주당이 채택한 완전국민경선은 당원이 아니라도 만 19세 이상 국민이면 누구나 선거인단에 참가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 경선 제도다. 역선택 문제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이 민주당 선거인단에 조직적으로 참가해 경선에 영향을 주려 한다는 것이 이번 ‘역선택’ 논란의 골자다. 지난 15일 박사모(대한민국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이 역선택 논란에 불을 당겼다. ‘민주당 경선에 동참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은 “민주당 경선에 모두가 참여하십시다. 문재인이 후보가 되는 것은 무조건 막아야 합니다”라는 내용이다. 글에는 민주당 선거인단 참여신청 전화번호도 안내돼 있다. 논란이 되자 글은 삭제됐다. 극우 성향 인터넷사이트인 일간베스트에도 비슷한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민주당은 발끈했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를 떨어뜨리기 위해 ‘반대 진영’이 벌이는 조직적·의도적인 방해 공작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추미애 대표는 17일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겠다는 말을 유포하며 다른 당의 선거를 훼방놓자고 하는 것은 선거의 자유를 방해하는 중차대한 범법행위”라며 법적 대응을 경고했다. 선관위 부위원장인 양승조 의원도 “비열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역선택을 위법성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개방, 역동성을 지향하는 국민경선제 취지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있다. 여기엔 열성 지지자가 많은 후보 측이 역선택을 역동원을 위한 기제로 활용하려 한다는 의구심도 깔려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 역선택에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 조직적으로 움직이면 결국 돈을 줘야 하기 때문에 다 드러나고 고발해버린다”며 “조직세가 강한 쪽에서 국민경선을 막기 위한 논리로 역선택 여지를 이야기해왔다”고 반박했다. “지난 10년간 역선택은 한번도 증명된 적이 없다”고도 했다. 민주당이 2002년(현장투표 국민경선), 2007년(현장투표+모바일+여론조사 국민경선), 2012년(모바일+현장투표 국민참여경선) 등 대선 경선 때마다 역선택 문제가 불거졌지만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된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역선택 가능성은 국민(참여)경선의 제도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박 대통령 지지자도, 자유한국당 당원도 선거인단에 참가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당원 프리미엄 자체가 없는 경선제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의 경우 당원이든 비당원이든 동등하게 1표씩 행사하도록 문턱을 없애버렸다. 다른 당 경선 투표에 참여한 사람은 민주당 선거인단이 될 수 없도록 했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검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은 “선거인단 규모가 100만 이상 넘어가면 역선택이 전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선에서 선거인단 2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규모라면 역선택 논란도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주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역선택 표적으로 지목된 문 전 대표 측은 경보음을 켜면서 지지층 결집의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 박광온 의원은 “100만명이 넘으면 일부 악의적 역선택은 자연스럽게 정제될 것”이라며 지지층의 참여를 촉구했다.
중도·보수층의 선거인단 참여를 독려 중인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역선택 논란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역선택을 따질 거였으면 국민경선제라 하지 말고 ‘제한적 국민경선제’라고 했어야 한다”며 “보수정당 지지자는 국민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는 “(보수·중도층이) 안희정이 좋아서 밀어주는 것은 역선택이 아니라 그냥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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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2171743001&code=940100&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top2#csidx44ad99a533ef508bfea747b8d8e35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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