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극성 2형'으로 명명한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는 규탄 받아 마땅하다. 대화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할 시기에 도발적 행동에 나섬으로써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 미사일은 기술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특성을 갖고 있다. 우선 고체 연료 및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해 은폐 및 신속 발사가 용이해졌다. 또한 냉발사(cold launching) 체계를 이용해 안정성을 높인 것과 미사일 비행 경로가 포물선이 아니라 여러 차례 직각에 가깝게 꺾이도록 유도함으로써 요격 회피 능력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작년에 집중적으로 시험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을 지대지 미사일로 개량한 것이다. 북한이 기존 미사일에 '화성'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과 달리 '북극성'으로 명명한 것도 새로운 미사일 개발·보유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공언했던 "다종화된" 핵 투발 수단에 그만큼 다가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드밖엔 난 몰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보수언론은 일제히 조속히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앙일보>는 13일자 사설에서 마하10 안팎으로 떨어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패트리엇 미사일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 경북 성주 지역에 배치될 사드 체계로써만 방어할 수 있다"며, "정치권은 사드에 대한 논란을 중단하고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역시 13일 자 기사에서 "고각 발사 후 마하 10 이상으로 고속 낙하하는 북한 미사일을 지상에서 요격할 수 있는 시스템은 현재로선 사드가 유일하다"고 보도했다. 14일 자 사설에선 "北 신형 미사일 사드만 요격 가능, 대선 주자들 입장 뭔가"라는 제목을 달고는 사드 배치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야권의 대선 후보를 겨냥했다.
<동아일보> 역시 14일 자 사설에서 사드만이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주장하면서 "그런데도 일부 대선주자들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면서 KAMD의 조기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국민의 안보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북한이 유사시 수도권을 겨냥해 고각으로 중거리 미사일을 쏘면, 낙하 속도가 너무 빨라 패트리엇으로 잡을 수 없다. 이건 위 매체들도 공히 인정하는 바이다. 그런데 성주 사드는 최대 사거리가 200킬로미터(km)여서 수도권에 아예 도달하지도 못한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직면하자 국방부는 "북한이 제정신이라면 수도권으로 향해 고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는다.
그렇다면 유사시 북한이 성주 사드 기지 '후방'에 중거리 미사일을 고각 발사하면 어떻게 될까? 북한이 시험 발사한 '북극성 2형'의 경우 비행고도가 550킬로미터에 달해 사드의 최대 요격 고도인 150킬로미터를 훨씬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사드는 이 미사일을 잡을 수 없다.
군 당국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해명도 황당하다. 1월 24일 자 <중앙일보>는 군 관계자가 "미사일을 비정상적인 높은 각도로 발사할 경우 탄두가 대기권에 진입하다 폭발할 가능성도 있고, 오차가 커 탄착점을 가늠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할 때 북한이 고각으로 사드 후방으로 미사일을 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의 고각 발사에도, 부산·경남권을 겨냥한 북한의 고각 발사에도 사드는 무용지물이라는 점을 군당국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수도권 피격은 북한의 정신 상태를 볼 때, 사드 후방 기지의 피격은 고각 발사의 리스크를 고려할 때,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오로지 북한이 사드의 요격 범위로 비행하도록 미사일을 쏠 때에만 사드의 요격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북한은 사드의 최저 요격 고도인 40킬로미터 미만으로 침투할 수 있는 스커드와 KN-02 등 다양한 미사일을 갖고 있다. 사드의 최대 요격 고도인 150킬로미터를 넘길 수 있는 노동, 무수단, 북극성 등 중거리 미사일의 비행 제어 기술도 상당 부분 입증했다. 사드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넘쳐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보수언론은 사드가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한다.
상식적으로 볼 때, 북한이 유사시 중거리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해 남한을 공격할 이유는 거의 없다. 중거리 미사일보다 훨씬 저렴한 단거리 미사일을 이미 다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방부와 보수언론은 고각 발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조속한 사드 배치를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상기한 것처럼 고각 발사에도 허점투성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실패한 정책'의 성찰부터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은 작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강력히 시사하면서 본격화됐다. 그 이후 이 논란의 최대 수혜자는 북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동맹과 중국·러시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북한은 이 틈을 최대한 활용해왔다.
박근혜 정부는 선제적 조치로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면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이끌어 냈다고 자평하지만, 그 이후 1년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역사상 가장 빨리 성장했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책 재검토는 필수적이다. 대북 제재와 압박, 사드를 앞세운 군사적 대응이 무용지물로 판명 났다면, 10년 가까이 눈 감아왔던 대화와 협상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역사를 복기해보면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가령 다가오는 한미군사훈련의 판을 키우려고 할 것이 아니라 축소 내지 중단을 검토하면서 북한에게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과 같은 상응 조치를 유도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사드 배치를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이를 중단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6자회담의 합의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드에 눈이 멀면 시력이 약해지게 된다. 사드를 바라보는 관련국들 사이의 관점이 충돌하면 북한의 전략적 입지는 커지기 마련이다. 이제 사드를 내려놓고 북핵의 뿌리, 즉 한반도 정전체제를 깨는데 집중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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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사일은 기술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특성을 갖고 있다. 우선 고체 연료 및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해 은폐 및 신속 발사가 용이해졌다. 또한 냉발사(cold launching) 체계를 이용해 안정성을 높인 것과 미사일 비행 경로가 포물선이 아니라 여러 차례 직각에 가깝게 꺾이도록 유도함으로써 요격 회피 능력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작년에 집중적으로 시험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을 지대지 미사일로 개량한 것이다. 북한이 기존 미사일에 '화성'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과 달리 '북극성'으로 명명한 것도 새로운 미사일 개발·보유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공언했던 "다종화된" 핵 투발 수단에 그만큼 다가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드밖엔 난 몰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보수언론은 일제히 조속히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앙일보>는 13일자 사설에서 마하10 안팎으로 떨어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패트리엇 미사일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 경북 성주 지역에 배치될 사드 체계로써만 방어할 수 있다"며, "정치권은 사드에 대한 논란을 중단하고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역시 13일 자 기사에서 "고각 발사 후 마하 10 이상으로 고속 낙하하는 북한 미사일을 지상에서 요격할 수 있는 시스템은 현재로선 사드가 유일하다"고 보도했다. 14일 자 사설에선 "北 신형 미사일 사드만 요격 가능, 대선 주자들 입장 뭔가"라는 제목을 달고는 사드 배치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야권의 대선 후보를 겨냥했다.
<동아일보> 역시 14일 자 사설에서 사드만이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주장하면서 "그런데도 일부 대선주자들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면서 KAMD의 조기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국민의 안보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북한이 유사시 수도권을 겨냥해 고각으로 중거리 미사일을 쏘면, 낙하 속도가 너무 빨라 패트리엇으로 잡을 수 없다. 이건 위 매체들도 공히 인정하는 바이다. 그런데 성주 사드는 최대 사거리가 200킬로미터(km)여서 수도권에 아예 도달하지도 못한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직면하자 국방부는 "북한이 제정신이라면 수도권으로 향해 고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는다.
그렇다면 유사시 북한이 성주 사드 기지 '후방'에 중거리 미사일을 고각 발사하면 어떻게 될까? 북한이 시험 발사한 '북극성 2형'의 경우 비행고도가 550킬로미터에 달해 사드의 최대 요격 고도인 150킬로미터를 훨씬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사드는 이 미사일을 잡을 수 없다.
군 당국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해명도 황당하다. 1월 24일 자 <중앙일보>는 군 관계자가 "미사일을 비정상적인 높은 각도로 발사할 경우 탄두가 대기권에 진입하다 폭발할 가능성도 있고, 오차가 커 탄착점을 가늠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할 때 북한이 고각으로 사드 후방으로 미사일을 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의 고각 발사에도, 부산·경남권을 겨냥한 북한의 고각 발사에도 사드는 무용지물이라는 점을 군당국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수도권 피격은 북한의 정신 상태를 볼 때, 사드 후방 기지의 피격은 고각 발사의 리스크를 고려할 때,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오로지 북한이 사드의 요격 범위로 비행하도록 미사일을 쏠 때에만 사드의 요격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북한은 사드의 최저 요격 고도인 40킬로미터 미만으로 침투할 수 있는 스커드와 KN-02 등 다양한 미사일을 갖고 있다. 사드의 최대 요격 고도인 150킬로미터를 넘길 수 있는 노동, 무수단, 북극성 등 중거리 미사일의 비행 제어 기술도 상당 부분 입증했다. 사드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넘쳐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보수언론은 사드가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한다.
상식적으로 볼 때, 북한이 유사시 중거리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해 남한을 공격할 이유는 거의 없다. 중거리 미사일보다 훨씬 저렴한 단거리 미사일을 이미 다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방부와 보수언론은 고각 발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조속한 사드 배치를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상기한 것처럼 고각 발사에도 허점투성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실패한 정책'의 성찰부터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은 작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강력히 시사하면서 본격화됐다. 그 이후 이 논란의 최대 수혜자는 북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동맹과 중국·러시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북한은 이 틈을 최대한 활용해왔다.
박근혜 정부는 선제적 조치로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면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이끌어 냈다고 자평하지만, 그 이후 1년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역사상 가장 빨리 성장했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책 재검토는 필수적이다. 대북 제재와 압박, 사드를 앞세운 군사적 대응이 무용지물로 판명 났다면, 10년 가까이 눈 감아왔던 대화와 협상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역사를 복기해보면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가령 다가오는 한미군사훈련의 판을 키우려고 할 것이 아니라 축소 내지 중단을 검토하면서 북한에게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과 같은 상응 조치를 유도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사드 배치를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이를 중단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6자회담의 합의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드에 눈이 멀면 시력이 약해지게 된다. 사드를 바라보는 관련국들 사이의 관점이 충돌하면 북한의 전략적 입지는 커지기 마련이다. 이제 사드를 내려놓고 북핵의 뿌리, 즉 한반도 정전체제를 깨는데 집중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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