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에서 만난 ‘김정남 절친’ 이동섭 한인회장 인터뷰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현지시간 13일 오전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고 정부 소식통이 14일 밝혔다. 사진은 2010년 마카오 시내 알티라 호텔 10층 식당 앞에서 나타난 김정남. 중앙선데이 제공=연합뉴스
16일 본보가 마카오에서 만난 이동섭(62) 마카오 한인회장은, 김정남과 10년 넘게 술자리를 가지는 등 오랜 시간 친분을 쌓아온 인물이다.
마카오에서 30년 넘게 거주한 이씨는 27년 간 한인회장을 맡았으며 현재 태권도 사범으로 일하고 있다. 다음은 이씨와의 일문일답.
-김정남 가족의 현재 상황은?
“그들은 마카오에 안전하게 잘 있다. 가족들은 이곳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로, 마카오 정부에서 보호한다. 정부가 이곳 언론을 통해 최선을 다해 신변보호 하겠다고 했다.”
-김정남과 어느 정도 교류했나?
“상당히 친하다. 100번은 더 같이 술 마셨을 거다. 술자리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친구다. 엄청나게 순진한 친구다. 사람 말 잘 믿고 드라마 보면 눈물 흘리는 등 한국 드라마 좋아한다. 특히 사극을 좋아해서 해를 품은 달을 상당히 좋아했다. 가장 최근에 본 건 ‘푸른 바다의 전설’이라고 하더라.
-만나는 데 거부감 없었나?
“전혀 없다. 이웃집 아저씨 같다. 나한텐 동네 꼬마. 천진난만한 애다. 때가 안 묻은 애. 드라마 보면서 눈물 뚝뚝 흘리고 ‘아저씨 저 결말 좀 바꾸라고 해요 너무 잔인해요’ 이런 말 한다. 안 좋은 결말 싫어하고. 현실이랑 드라마를 착각하는 거지 순진하게도. 나쁜 역할 나오면 ‘죽여야 된다’고 하고. 주로 얘기하는 게 드라마 얘기다. 걔가 나를 알려준다.‘아저씨 이거 보시라’고.”
-처음 교류한 계기는?
“한식당에서 우연히 만났다. 김정남이 먼저 아는 척 했다. ‘저 누군지 아시죠? 술 한잔 하시죠’ 라면서. 함께 소주 마셨다. (알아봤나?) 당연하지. 낯 가리는 성격은 아니다. 자기 혼자는 괜찮은데 가족이 위험하니까…. 호칭은 ‘존’이라고 했다. 김정남은 나한테 아저씨라고 하고. 정말 친하게 잘 지내고 재미있게 잘 지냈다.
-마지막으로 본 건?
“지난해 12월. 그때 잘 지내고 있었다. 늘 행복하다고 말하는 친구였다. 자유롭고.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도 소주 마셨다. 일본 식당에서 주로 마신다. 일식을 좋아하는 건 아니고 한식 좋아한다. 육개장, 순두부, 김치찌개, 김치전, 파전, 족발 이런 걸 좋아한다. 그런데 한국식당 가면 말이 많아지니까 안 가는 것뿐이다. (안주는?) 생선, 튀김, 장어 등 골고루 먹는다. 단골집은 없다. 돈은 (김)정남이가 항상 낸다. 주량은 한 병 반 정도. 술을 즐기는 사람이다. 술이 있어야 대화가 길어지지 않나 6시간 동안 대화만 한 적도 있다.
마카오에서 최근까지 김정남 일가가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구 도심의 한 아파트. 마카오=신은별 기자
-김정남은 어떤 사람이었나?
“머리가 굉장히 똑똑하다. 5, 6개 국어 한다. 한국 러시아 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영어. 유창한 수준이다.”
-여자를 좋아한다던데?
“한국 언론에 나온 건 과장된 거다. 여자 안 좋아하는 사람 어디 있나. 그저 자신감이 넘칠 뿐.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부인은 어떤 사람이었나?
“수려한 외모고, 성격은 상냥하고 나긋나긋한 스타일이다. (몇 번 봤나?) 집에도 가봤다. 집도 수수하고 평범하다. 이웃과 교류는 없었다. 바꿔놓고 생각해봐라. 하겠나? 내가 밖에 나가서 뭘 하면 남편에게 누가 되고 내 자식에게 누가 되는데. 그걸 못하는 심정은 또 어떻겠나 쉬운 게 아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지옥을 사는 거다. 가장 불행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건드리면 안 되는 거다. 사람을 쉽게 만나는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누구라고 밝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비운의 왕자다. 러시아 가라 해서 살다가 어머니도 못 보고 죽었고.”
-장성택 죽은 후 불안함 토로했나?
“정치 종교 얘기는 일절 안 한다. 가볍고 재미있는 얘기 좋아했는데 너무 허무맹랑하게 죽었다. 김정은한테 위험한 인물이 전혀 아닌데 너무 허무하게 죽었다. 꽃다운 나이인데, 절대 신세한탄 안 하는 애다. 약점 보여주는 성격이 아니다. (신세한탄 기사들 많던데?) 절대적으로 약한 모습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다. 재미있는 얘기만 한다. 슬픈 얘기도 재미있게 한다.”
-거주지는?
“마카오에서 대여섯 번 정도 이사 다녔다. 거주지 소문나면 바로 이사했다. 걸리면 사용 안 한다. 서영란이라는 여자 경호원이랑 같이 산다. 되게 예쁘다. 술도 잘 먹고. 경호원이라고 보기는 뭐하고, 개인 비서 정도다. 싸움을 잘하긴 한다. 술자리에도 가끔 끼곤 했다. (김정남 일가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제일 안전하다.”
-경호원도 같이 있나?
“경호원도 같이 있을 거다. 마카오에 갈 데가 딱히 없으니. 가족들이랑 같이 사는 건 아니고 늘 같이 다녔다 (가족들이) 슈퍼가면 따라가고.”
-오션 빌리지에서 일주일 전 봤다는 주민 있는데?
“그건 사실 아니다. 그 집 떠난 지 오래됐다. (김)한솔이가 여기 떠나기 전에 살았던 집이다. (콜로안 집은?) 거긴 6개월 밖에 안 살았다. 연도는 기억 안 나는데 초창기였다. 2007년도였나. (지금도 비었던데?) 비어있다. 그땐 집값이 별로 안 비쌌는데 10년 동안 10배 가까이 올랐다. 지금 한 100억원쯤 하려나? (옆에는 다 살고 있던데?) 원래 옆집이 경호실이었다. (최근 전기 쓴 흔적 있던데?) 복덕방에서 관리하니까 있겠지. 5년 전에 노바시티에도 살았고, 여기가 마카오에서 두 번째로 좋은 아파트다.”
-자식에게 어떤 아빠?
“한솔이 장래를 아마 상의하러 오려다가 죽은 게 아닌가 싶다. (장래 문제?) 자세한 건 모르겠고 아들 보러 왔을 거 아닌가. 중요한 것은 마카오 오려다가 죽었다는 거다. 한솔이가 졸업했거든. 모든 아빠들처럼 평범하게 아들보다 딸을 아끼고 사랑했다. 아들은 걱정하는 거지. 해외 보내 놓고도 걱정하고. 딸은 아들과 달리 수줍음 많이 타는 성격이다. 베이징에 첫째 부인과 딸이 있다는 보도는 오보다. 아들이다”
-다른 언론 보면 ‘고모부 죽고 괴로웠다’는 얘기 나오는데?
“그런 말 (나한테) 한 적 없다. 그런 말은 한적이 없고 그거에 대해서 반응은 전혀 없었다. 우리가 나서서 물어볼 수도 없고.”
-사업얘기는 안 하나? 누가 돈 대주나?
“원체 돈이 많다. 아버지 죽기 전에 준 재산 있지 않나 천년 만년 써도 줄지 않을 액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여기 사는 아들한테 안 주겠나. 그 연결고리까지 가려면 죽은 정주영 회장까지 끌고 와야 된다. (무역업 얘기도 나오던데?) 돈도 많은 데다가 실제로 무역을 크게 한다니까. 장사꾼이다. 훌륭한 딜러다. 머리가 굉장히 샤프한 친구다. 우리가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게 뭐가 있냐 증권, 금 시장. 이런 것도 하는 거고. 진짜 무역도 하고.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땐 여기 무역창고도 많았다. 일하는 애들도 많았고, 한 280명 가까이 됐다. 지금은 북한 무역 제재 많지만 뭐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겠지. 물론 지금은 280명 되는 사람 중에 북한 끌려가서 죽은 사람 많다. 아무튼 돈은 자손대대로 물려줄 정도로 있다.
-취미는 따로 없나?
“취미는 여자 꼬시는 거. (다른 취미는?) 골프는 안 친다. 골프 치자고 몇 번 했는데 싫다더라. 수영은 잘하더라. (문신 진짜 있나?) 가슴, 배에 용 문신 있는데, 뒤에도 하려고 했다. (카지노는 과거에 간 건가?) 카지노 갔지. 최근까지도 갔다. 싱가포르에서도 많이 가고 말레이시아에서도 갔겠지. 도박 목적보다는 오락 목적이다. 포커 게임을 주로 했다. (어디 카지노?) MGM 카지노.
-한국 망명설도 나오는데?
“그건 잘못된 사실이다. 그런 얘기 한 적 없다.”
-가장 기억 남는 모습은?
“잘 웃고 천진난만 한 거다.”
마카오=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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