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 6070 용팔이? 은발의 표범?(노컷뉴스 / 변상욱 / 2011-08-01)
부산으로 향한 ‘3차 희망버스’ 대열을 막아선 ‘대한민국 어버이연합’(Korea Parent Federation) 노인회원들이 주말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최고의 화제가 됐던 희망버스 현장 에피소드 3건을 소개한다.
1) 할아버지 선글라스는 왜 꼭 쓰시는 거예요? “손자가 알아보면 어쩌라구, 창피하잖아”
2) 희망버스를 막기 위해 도로를 점거하는 바람에 차량 정체가 발생, 경찰이 인도로 가시라 떠밀자 “왜 이래, 우리는 같은 편이잖아”
3) 80대 후반의 노인 회원 한 분이 새벽까지 자리를 지키시다 탈진,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부축해 쉴 곳을 마련하고, 물도 넘기시게 도와드린 뒤 겨우 정신을 차렸다. “나 서울로 돌아가고 싶어” 결국 그 노인 회원은 희망버스를 타고 귀경하셨다.
▣ 어버이 연합의 내력과 실체는?
어버이연합은 2006년 5월에 결성되어 현재 회원은 천여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유대한민국의 안정과 선진화를 바라고 사회통합을 바라는 애국심 투철한 어르신들이 결성한 단체’라고 밝히고 있다.
회장은 심인섭 씨라고 하는데 누구인지 파악은 어렵고 실세는 고문과 사무총장인 것으로 보인다. 실세 중 한 사람으로 법률고문인 서석구 변호사 - 가톨릭계의 대표적인 우익 인사로 반김운동(반DJ)을 꾸준히 펼쳐왔다. 5.18항쟁자료 유네스코 역사기록물 등재 때 5.18은 북한군 소행이라며 유네스코에 찾아가 반대했던 그 인물. 한미우호증진협의회 한국지부장으로 되어 있다.
어버이연합의 특징 중 하나가 회원으로 가입할 때 경력과 이념적 성향을 검증한 뒤 태극기와 성조기가 새겨진 배지를 회원 증표로 내준다. 이점을 고려할 때 한미우호증진협의회를 맡고 있는 서석구 씨가 정치이념적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을 뒤를 받치고 있다고 추측된다.
또 한 사람은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추선희 씨 - 박정희 대통령 바로 알기 운동, 자유네티즌구국연합에서 활동한 인사.
이쯤에서 어버이연합의 정파적 성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듯싶다. 어버이연합도 촛불집회에 참가한 경력이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국민이 반대하면 쇠고기 수입 재협상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 단체도 ‘검역주권 되찾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집회에 참여했다가 피디 수첩에 모두 속았다며 촛불규탄으로 원대 복귀했다.
종합해 보면 정치적으로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성향이되 특히 박근혜 의원 지지 쪽이 주류 세력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박, 친이로 나뉘어 대립하다 조직이 둘로 분열되기도 했다고 알려져 있다.
▣ 행동하는 보수? 6070 용팔이?
어버이연합의 사무실은 종로구 인의동이고, 목적 사업은 ‘정의실현 사업’, ‘반핵반김 평화운동’, ‘회원안보교육’, ‘회원상조사업’ 등으로 되어 있고 그 밖에 노인 급식지원 등의 활동도 벌인다.
진보단체를 규탄하는 집회에서 걸핏하면 ‘죽여 버려!’나 ‘때려 부숴!’ 등 과격한 구호가 남발돼 과거 정치깡패 용팔이 집단에 비교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버이연합 측은 “관점의 차이 일 뿐이다, 통쾌하다고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깡패가 아니라 그저 시끄러운 노인들 정도로 생각해 달라”는 입장이다. 본인들은 ‘행동하는 보수’로 불리길 원하지만 정치사회적 집회 현장에서 판을 뒤엎는 활동이 주가 되다 보니 실제로 통용되는 별칭은 <6070 용팔이>.
민주노동당, 전교조, 민주노총, 참여연대, KBS, MBC, 국가인권위원회, 국제 엠네스티 등이 이 단체의 공격과 규탄을 받았고,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정연주 전 KBS 사장, 이용훈 전 대법원장, 서울대 시국선언 교수들도 이 단체로부터 규탄받았다.
재정에 대해서는 철저히 회원 회비에 의해 움직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산 희망버스 저지 집회 때 장경순 전 한나라당 의원이 300만 원을 내놓았다고 알려진 걸 보면 외부의 후원금 정도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은발의 고수들’이 활약하는 중원무림, 서울 종로
현재 서울 종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정치적 색깔이 짙은 노인단체는 어버이연합을 비롯해 어버이연합에 참여하지 못한 노인들이 결성한 ‘나라사랑 노인회’와 이곳 내부에서 이념과 사상이 달라 갈라져 나온 ‘21세기 노인연합회’ 등이 있다. 또 진보성향의 ‘홍익인간노인회’(반정부 사진전시회를 열고 촛불집회에도 참여했음)가 있고 여기서 갈라져 나온 ‘아사달 노인회’가 있다.
노인 단체들이 이념 투쟁의 선봉에 나서는 것을 어찌 보아야 할까? 이것은 우리 사회가 시대적 상처와 제약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덜 민주화, 덜 선진화되어 빈부계층 격차, 노인 세대의 빈곤이 심하고 전쟁의 후유증인 이념 갈등을 극복 못 한 것이다.
노인의 여가는 평생학습과 자원봉사활동 등을 통해 남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투입되는 것이 선진국의 모습이다. 평생학습의 경우 북유럽 노인들의 참여율은 55%, 미국 51%이나 한국은 17.2%(2010 평생교육통계)에 불과하다. 자원봉사 참여율도 미국 65세 이상 40%, 호주 20%이나 한국은 5.3%에 그치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의 노인들이 은퇴 후에도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동원해 국가의 정책 개발에 제 목소리를 내고 직접 정치에 뛰어드는 것도 풍요로운 노년층이 축적된 때문이다. 흔히 그런 노인파워를 ‘은발의 폭풍’이라 부르기도 하고, 독일에서는 ‘은발의 표범’이라는 노인 정당이 출범해 지금도 총선 때마다 후보를 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노인들에게 그런 기회와 활동의 장을 열어주지 못했다. 정치적 세력들이 노인들을 표로만 인식하고 조직해 동원했으며 시혜적으로 몇 가지 편의를 보장해 주는 선에서 이용만 해 왔다. 오늘날 노인 단체들의 과격한 집회시위 활동은 그 유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시대적 유산을 더 움켜쥐고 버티어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후로도 노인들이 은퇴 후 자기계발, 사회봉사, 합리적 토론을 통한 정책 참여에 참여하지 못하고 이념대립, 조직적 동원, 집단시위에 함몰된다면 결국은 사회적으로 더 고립되고 외면당하는 결과를 가져 온다. 그리될 경우 우리 사회는 새롭고 당당한 노인 정치세력의 탄생을 오랫동안 꿈꾸지 못할 것이다.
변상욱 / CBS 대기자
출처 :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187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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