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 되자 거액 건네 기독교 인사들 이용…강보영 목사 구속기소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신유철)는 “그라민은행을 모델로 한 기독교 사회복지은행을 만들겠다”며 목사와 신도 284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23억8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강보영(65) 목사를 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강 목사의 기독교은행 설립 추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7000여명이 모인 ‘발기인 대회’를 성대하게 치르면서 입길에 올랐다. 한국사회복지금융설립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행사를 주최한 강 목사는 “기존 은행을 인수하거나 새 은행을 설립하는 방법으로 자본금 1조5000억원 규모의 제1금융권 기독교은행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엄신형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명예회장과 장석구 성공21 서울협의회 대표회장 등 보수 기독교계 인사도 귀빈으로 참석해 기독교은행 설립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발기인대회에 앞서 “은행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거나 은행 설립을 명목으로 투자금을 모으는 건 위법”이라는 금융당국의 경고가 있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 결과, 강 목사는 보수 기독교계 인사들의 후광을 이용하기 위해 상금·헌금·교통비 명목으로 이들에게 100만~1억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신용불량자인 강 목사는 서울 잠실동에서 새소망교회를 운영하다가 임대료를 내지 못해 지난해 5월 쫓겨난 뒤 이런 사기 행각을 구상했다고 한다.
몇몇 목사들을 포섭해 주식판매에 나섰고 “전세자금과 교회건축 자금을 지원한다, 사전에 주식을 구입한 교회들에 우선 대출권을 주겠다”며 재정적으로 열악한 교회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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