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국민은 몰랐지만, 10․28 재․보궐선거가 어제 치러졌습니다. 선거인 총 106만 7,487명 중 3만 8,224명이 참여한 3.58%의 저조한 사전 투표율에서 보듯이 10.28 재보궐 선거투표율은 20.1%에 불과했습니다.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선거 등 총 24곳 중 새누리당은 기초단체장을 포함 총 15개 선거구에서 승리했습니다. 새정치연합은 인천 서구와 전남 함평 광역의원 선거구 2곳에서만 승리했습니다. 부산 등 기초의원 7개 선거구에서는 새누리당 후보 7명과 무소속 후보 7명이 당선됐습니다.
수도권에서 강세를 보였던 새정치연합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는 참패했습니다. 의정부 제2선거구는 새누리당 정진선 후보가 새정치연합 강은희 후보보다 241표 더 많아 당선됐고, 의정부 제3선거구는 새누리당 국은주 후보가 광명시 제1선거구는 새누리당 권태진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경기지역 광역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전승을 새정치연합은 전패했습니다.
‘재보선 3연패의 늪에 빠진 야당’
국회의원 선거도 없었고, 사람들 관심도 투표율도 저조한 재보궐선거가 그리 중요하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 참패로 야당은 3연패의 늪에 빠졌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014년 7.30재보선에서도 경기도 수원시정, 전남 담양, 전남 나주, 광주 광산구 등 4곳의 선거구에서만 승리했습니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11석의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양민숙 새누리당기초의원)
4.29 재보선에서도 새누리당은 서울 관악을 오신환, 인천 서구강화을 안상수, 경기 성남시중원구 신상진 등 3명의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광주 서구을 천정배 후보가 무소속으로 당선되면서 새정치연합은 참패했습니다.
7.30재보선, 4.29재보선, 10.28재보선까지 무려 세 번의 재보선을 연속해서 패배했다는 사실은 단순히 재보궐선거이기에 무시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볼 수 있듯이 연패의 늪에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힘듭니다. 특별한 계기가 없는 이상 야당의 재보선 패배 징크스는 오랫동안 갈 듯합니다.
‘정신 못 차리는 새정치민주연합’
재보궐선거에 세 번이나 연속해서 패배했지만, 새정치연합의 태도나 자세를 보면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 듯합니다. 오히려 대수롭지도 않은 일처럼 넘기고 있습니다.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새정치연합이 선거 다음 날 내보낸 선거 브리핑을 모두 찾아봤습니다. 7.30 재보선은 선거 규모가 커서인지 브리핑도 제법 깁니다. 그런데 4.29 재보선은 짧아지더니 어제 치러진 10.28재보선은 아예 서면 브리핑으로 대체했습니다.
브리핑 내용도 비슷합니다.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선거 결과가 박근혜 정부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이 세 가지 문장은 항상 반복됐습니다. 도대체 국민의 뜻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개선책도 없고, 어떤 변화와 혁신이 있었는지 보이지도 않습니다.
새정치연합 대변인실은 자신들의 말이 언론을 통해 단 한 줄 나갈 것을 알고 있기에 대충 형식적인 말로 반복해서 선거 결과를 말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당은 언론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뛰고 국민을 대상으로 일해야 하는 조직입니다. 참 무책임하고 성의가 없습니다.
패자는 유구무언( 입은 있어도 말은 없다)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지, 계속 말도 안 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유권자는 정당을 외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누리당의 위기대처 능력, 왜 새정치연합은 없는가?’
4.29 재보궐 선거가 있기 전에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벌어졌습니다. 새누리당에는 패배의 기운이 새정치연합은 승리가 보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새누리당의 압승이었습니다. 이유는 새누리당의 위기대처 능력이 발휘됐기 때문입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나오자 관련 새누리당 의원들은 불똥이 튈까 봐 전전긍긍했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곧바로 ‘성완종 특사 의혹’으로 맞대응을 했습니다. 정부와 검찰, 언론이 모두 동원돼, 마치 성완종 특사 의혹이 진실인양 여론을 움직였습니다.
새누리당이 성완종 리스트를 참여정부의 특사의혹으로 맞불을 놓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재보궐 선거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그다지 연관이 없다고 분석했기 때문입니다. 즉 투표와 성완종 리스트는 직접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고 판단, 아예 정치권의 흔한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었습니다.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의 저런 말도 안 되는 진흙탕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새누리당은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위험의 정도와 영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효율적인 대처를 했다는 점입니다. 리스크 관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늘 리스크 관리를 잘합니다.
이에 반해 새정치연합은 호재라고 생각만 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그냥 뛰어듭니다. 이슈가 과연 선거에 도움이 될지, 만약 우리의 주장을 상대방이 어떻게 치고 나올지는 전혀 고민하지 않습니다. 목소리만 크다고 싸움에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적 언어로 폼잡는 새정치, 대중의 언어로 선거에 이기는 새누리당’
새누리당을 공부하면 할수록 혀를 내두릅니다. 그들이 선거에 이기는 방식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마치 제갈공명의 묘수처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라고 할 정도로 톡톡 튑니다. 그들의 묘수가 무조건 옳은 것만은 아니지만, 승리를 위한 전략으로는 뛰어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입니다.
4.29재보선 선거 때 새누리당은 ‘새줌마(새누리 아줌마) 우리 동네를 부탁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지역일꾼론’을 내세웠습니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의 지갑을 지키겠습니다. 유능한 경제정당’을 내세우며 ‘경제 심판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결과는 새누리당의 승리였습니다.
새누리당의 특징 중의 하나는 선거 때는 가장 쉬운 대중적인 언어로 유권자를 공략한다는 점입니다. 새정치연합은 매번 ‘심판론’과 같은 정치적 언어로 유권자에게 다가갑니다. 젊은 유권자가 투표를 많이 하면 새정치연합의 정치적 언어는 효과를 보겠지만, 재보궐 선거에서는 힘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정치적 효과와 홍보 효과는 전혀 다릅니다. 정치적 영향력은 국회에서 상임위나 정부에 대응할 때나 영향력이 발휘될 수 있지, 일반 대중이나 유권자에게는 정치적 효과보다는 쉽고 간단한 홍보가 더 제격입니다.
정치적 언어로 폼을 잡는 새정치연합에 비해 가오(허세, 있는 척)는 떨어져도 대중적인 언어로 선거에 이기는 새누리당
누가 옳고 그른가 보다 새정치연합이 야당으로 왜 대중적인 언어와 유권자의 핵심을 파고드는 공약을 내세우지 못하면서 위기상황에서는 매번 새누리당에 끌려가는지 스스로 반성하고 생각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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