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해 지금의 행복을 유예해도 되는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요. 모든 사람은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러고 싶고요."
수능이 코앞이지만 2015 대학입시거부선언에 나선 윤쓰리(19·활동명)양은 대학 입시를 거부하는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윤양은 중학교 2학년이던 지난 2011년 청소년 인권단체인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윤양은 당시 한창이던 반값등록금 집회를 보면서 값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다녀야만 '사람 취급'을 해주는 사회,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들을 '패배자'로 낙인찍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대학입시거부 투명가방끈' 트위터 |
하지만 윤양이 처음부터 대학입시를 거부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난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마음을 굳혔을 뿐이다.
윤양은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 방학을 이용해 하루 12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을 만났다"며 "그렇지만 그렇게 일하고도 등록금 전액을 충당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윤양은 학교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느라 수업 때 졸기 일쑤인 대학생도 봤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되지 않아 아르바이트로 먹고 사는 20대도 만났다.
윤양은 "그 사람들은 모두 똑같이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며 "이런 모습을 보면서 대학에 가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더욱 커졌다"고 고백했다.
현재 윤양은 콜센터에서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5일 일한다. "놀고 싶을 때 마음껏 놀러 다니거나 배우고 싶은 기타를 배우거나 하기엔 빠듯하지만, 대충 입에 풀칠하면서 조금씩 저축할 정도"로 벌고 있다고 말했다.
윤양은 친구들이 수능을 치는 올해 11월 12일, 오전에는 '대학거부선언'에 오후 5시부터는 서울 덕수궁에서 '멈춰라 입시경쟁, 풀려라 다크서클 공동행동' 집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돈을 벌고, 청소년인권활동을 하며 살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앞서 2011년 대학거부선언에 참여한 김서린(28·여)씨는 "대학이 기업화되는 문제라든지 진리의 상아탑으로서 역할을 못한다는 문제의식보다는 무한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회의 모습에 대해 반기를 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힘없는 사람 중 하나였지만 '동의할 수 없다'는 마음만큼은 사라지지 않았다"며 “선언 이후 가족에게 밝혔을 때 '누군가 이야기해야하는 것이었다면 그걸 네가 한 건 잘 한 일'이라고 해주셨다"고 말했다.
선언과 함께 대학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학교를 그만둔 김씨는 현재 투명가방끈과 환경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이하 투명가방끈)'은 지난 2011년 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들의 대학입시거부와 대학생들의 혹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들의 집단적 대학거부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가방끈'의 길이로 사람을 평가하고 차별하는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적이고 다른 배움과 삶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투명가방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들은 지난 3월 1일 "지금 한국 사회와 한국의 교육이 사람들을 불안하고 불행한 삶으로 내몰고 있다"며 "부당한 사회구조의 문제는 외면한 채 생존을 개개인의 탓으로 돌리며 비인간적인 노동과 굴종을 강요하는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 우리의 문제의식"이라며 운동 선언을 했다.
또 지난 6월에는 대학과 입시를 거부한 23명의 이야기를 모아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잘못된 교육과 사회에 대한 불복종 선언'을 출간했다.
공동주거 '러브하우스' 마련도 준비 중이다. 김씨는 "청소년과 청년이 부모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입시를 보지 않겠다고 했을 때 당장 집을 나가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 긴급하게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일에는 성명을 내 "국정교과서 강행 논란의 배경에는 기존의 수직적이고 획일적인 교육방식의 문제가 있다"며 "설령 교과서가 여러 종류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 중심의 역사 교육의 틀과 입시 역사 속에서는 획일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역사교육의 다양성과 학생들의 주체성을 생각한다면, 역사교육이 '입시 역사'를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대학입시를 목표로 삼는 중등교육의 현실, 획일적 기준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줄 세우는 교육, 교과서를 경전으로 삼고 교사를 그 전달자로만 세우는 수업을 개혁한 이후에야 살아있는 역사교육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학능력시험일인 다음달 12일 대학거부선언과 함께 대학거부 선언자와 지지자가 함께 모이는 '혼자가 아니야' 행사를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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