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박근혜 씨가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4년 7월 <한겨레 21>과의 인터뷰 (바로가기) 에서 오간 문답 내용 증 하나입니다.
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시대 만주군 중위를 지낸 대목은 어떻게 생각하나?”
답: “그때 나라가 있었냐. 나라를 빼앗긴 게 원죄다. 다들 식민지 국가에서 그 백성으로 살지 않았나. 그때 학교에서 가르쳐도 일본 식민지 국가에서 교사를 한 것이다. 또 (우리) 군대도 없지 않았나. 그 정신이 문제다… 그러면 나라를 빼앗긴 상태에서 이런저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다 친일을 한 거냐. 그런 식으로 다 헤집어놓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박근혜 씨! ‘나라를 빼앗긴 게 원죄’라고 했군요. 하지만 나라를 누가 빼앗았나요? 일본이 빼앗았잖아요. 그런데 하필 일본군 군인이 되다니요? 그건 나라를 빼앗은 놈들한테 뒤늦게라도 빌붙은 것 아닌가요? 오히려 이것은 박정희 씨가 만약 더 일찍 태어났더라면 일본놈들이 우리나라 빼앗을 때부터 적극 협조했을 거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군요.
다음으로 박근혜 씨! ‘다들 식민지 국가에서 그 백성으로 살았다’고요? 일본군 장교였던 귀하의 부친은 ‘그 백성’이 아니었잖아요? 여기서 ‘그 백성’이란 일본의 지배를 받던 평범한 조선 사람입니다. 일본군 장교라면 ‘지배를 받은 사람’이 아니라 ‘지배를 했던 사람’ 축에 드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박근혜 씨! 당시 ‘우리 군대도 없었다’고요? 광복군은 뭐고 조선의용군은 또 뭐지요? 광복군은 중경에 있었고 조선의용군은 연안과 태항산에 있었기 때문에 귀하 부친께서 가고 싶었어도 못 갔다고 칩시다. 그런데 귀하 부친이 근무했던 바로 그 만주 땅에 동북항일연군이 있었잖아요. 여기서 동북이란 중국의 동북지방 즉 만주를 말합니다. 동북항일연군 내 조선인 군대를 따로 조선인민혁명군이라고 했고요. 마음만 먹으면 걸어서 한 시간 내에 갈 수 있는 근접 거리였어요.
마지막으로 박근혜 씨! ‘이런저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다 친일을 한 거냐’고 항의했군요. 물론 아니지요. 누가 당시 모든 직업인이 친일이라고 했나요? 당시 친일 직업은 불과 몇 개밖에 안 됩니다. 밀정, 관리, 군인 딱 셋이네요. 이 중에서 최악은 밀정, 다음은 군인이겠지요. 그런데 귀하 부친은 군인 중에서 장교인 데다가 혈서공양까지 해서 점령군 장교가 됐어요. 아마 이건 세계 역사상 유일무이한 경우일 거예요. 따라서 밀정보다 낫다고 할 수가 없네요.
안타깝네요. 아버지야 자기 선택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칩시다. 그러나 그런 아버지를 지금도 날을 세우며 두둔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선택입니다. 귀하가 만약 그 시절에 살았더라면 아버지와 비슷한 선택을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마 관동군에 여군은 없었을 테지만 그래도 이름을 붙인다면 ‘대일본제국 관동군 여성 중위 다까끼 그네오’ 정도가 되겠군요. 정신 차리세요!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