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지난 15일자 칼럼 “속옷까지 들추는 저속한 대한민국”을 통해 언론과 대중들의 ‘대통령 모욕주기’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과 비선측근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핵심이지 청와대가 매입한 비아그라, 대통령이 받았다는 미용 시술, 비선들의 청와대 검문 프리패스 등은 “잡스러운 공격”이자 “모욕주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주름 줄이는 시술을 했건 말건 그것이 국정이나 최순실 사태와 무슨 상관인가. 그 시술이 국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가 없는 한 문제가 될 수 없는 개인적 일일 뿐이다.”, “사람의 개인적 치부를 들춰내 손가락질하고 매도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은 감정 배설은 될 수 있을지언정 나라를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는 못한다.”(양상훈 칼럼)
▲ 조선일보 15일자 양상훈 칼럼. |
조선일보의 ‘이중잣대’도 지적하고 싶다. 불과 3년 전 이 신문은 “속옷까지 들추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던 언론이다. 조선일보의 2013년 9월6일 1면 기사 “채동욱 검찰총장 婚外(혼외)아들 숨겼다”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적 영역을 깊숙이 파헤쳤다. 그는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책임자였다. ‘혼외자 스캔들’을 겪은 뒤 스스로 물러났다.
보도 경위를 놓고도 각종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혼외자 의혹에 대한 뒷조사가 국가정보원 대선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법원의 판단도 있었다. 그럼에도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으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
‘최순실 게이트’의 밑바탕은 40년여간 지속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의 사적 관계다. 공사가 쉽게 구분되지 않는 까닭이다.
최순실 일가를 집중 조명했던 이규연 JTBC 탐사기획국장은 “한국은 공인의 사생활을 이야기할 때 이것이 공직에는 영향을 안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생활’이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그렇게 된다. 하지만 이번 게이트를 공직자의 사생활이 얼마나 공직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제와 언론들이 대통령 개인 치부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면 과오를 잊은 탓이다. 박 대통령은 검증 사각지대에 있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불거졌던 이 문제는 이후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검증을 소홀히 한 채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 등의 말장난으로 띄우기에 여념 없던 언론들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부패 권력을 향한 “잡스러운 공격”은 계속되어야 한다.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4005#csidx6eae55333dad861a325678ad956cb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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