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가 독일에서 귀국하기 고영태씨에게 위증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14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3차 청문회’에서 최씨가 독일에서 귀국하기 전에 지인과 나눈 녹음 파일을 공개했습니다.
최씨는 검찰 조사에 대비해서 고씨에게 ‘나랑 어떻게 알았냐고 그러면 가방 납품했다고 그러지 말고… 발레말론가 그걸 통해서 왔고, 지인이 알아서 연결해줘’라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났는지에 대한 말을 맞출 수 있도록 지시합니다.
‘고원기획은 얘기도 하지 말고’라며 고영태씨와 함께 세운 유령 회사를 숨길 것도 지시합니다. ‘게네들이 이게 완전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훔쳐 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것을 몰아야 되고’라며 JTBC가 보도한 내용을 조작으로 몰아가야 한다고 지침까지 내립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공개한 최순실씨 육성이 나오자, 방송을 보던 국민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의 말투가 박근혜씨의 화법과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 단 한 문장으로, 녹음해서 들어야 이해 가능한 ‘화법’
박근혜씨의 화법의 가장 큰 특징은 문장이 통으로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중간에 끊지 않고 계속 한 문장으로 말하는 화법입니다. 최순실씨의 화법도 이와 똑같았습니다.
“그리고 나랑 어떻게 알았냐고 그러면 가방관계 납품했다고 그러지 말고 옛날에 지인을 통해서 알았는데 그 가방은 발레밀론가(빌로밀로인가) 그걸 통해서 왔고 그냥 체육에 관심이 있어서 그 지인이 알아서 연결을 해줘서 내가 많은 도움을…. 사실 고원기획(최씨가 고씨와 함께 설립한 회사)이고 뭐고 이렇게… 저기 고원기획은 얘기하지 말고 다른 걸 좀 해가지고 하려다가 도움을 받으려고 했는데 도움을 못 받았다, 이렇게 나가야 될 것 같애.” (최순실씨 육성)
박근혜씨의 말은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문장을 별도로 쪼개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정호성 전 청와대비서관이 박근혜와의 통화를 녹음한 것도 박 씨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최순실씨도 박근혜씨처럼 긴 문장을 한 번에 말합니다. 그래서 최씨의 말도 ‘알게 된 동기’,’고원기획’.’언론 조작’ 이런 식으로 나눠서 해석해야 합니다.
◆”순순한 의도’ 29년 전 최순실 인터뷰, 박근혜 말투와 똑같아
JTBC의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가 나가고 10월 25일 박근혜씨는 대국민담화를 합니다. 박씨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 표현은 최순실씨가 1987년 월간지 ‘여성중앙’과 했던 인터뷰에 등장합니다.
박근혜씨가 주로 자주 쓰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순수한 의도였다”, “유언비어가 흘러나왔는데 중상모략”, “납득이 가지 않는 소문”, “변명할 가치도 없는 것들“, “터무니없는 소문들”, “조작된 것”, “좋은 일을 해보려다 괜한 소용돌이에 말려들었다”, “문제를 만들기 위한 문제 제기”
29년 전 최순실씨가 ‘여성중앙’과 했던 인터뷰의 표현들입니다.
“아버지가 구국봉사단 총재를 맡고 난 후부터 갖가지 유언비어가 흘러나왔는데 모두가 중상모략”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 소문들이다. 일일이 변명할 가치도 없는 것들” “터무니없는 소문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소문”, “여자들 입에서 조작된 것” “좋은 방향으로 해보려고 하는데”, “좋은 일을 해보려다가”.”문제를 만들기 위한 문제 제가”
29년전 최씨가 했던 말과 2016년 박씨가 했던 말은 놀랍도록 똑같습니다. 이렇게 두 사람이 동일한 표현을 쓰는 경우는, 자주 만나 말을 계속 들을 경우에 나옵니다. 무의식적 또는 반복해서 들었던 말이라, 아니면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결국, 박근혜씨와 최순실씨는 서로의 말투를 똑같이 사용할 정도로 오랜 시간 가깝게 지냈다고 봐야 합니다. 박씨는 최씨의 영향을 받고, 행동 하나, 말투 하나까지 동일하게 국정에 적용했던 것입니다.
최순실씨는 검찰에 출두하면서 눈물을 흘렸고, 기자들 사이에서 핍박받는 불쌍한 사람처럼 비쳤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계획됐다고 봐야 합니다. 이미 독일에서 귀국하기 전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철저한 시나리오를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씨는 대국민담화를 통해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듭니다.’라고 울먹이며’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누가 누구의 말투를 따라 했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두 사람이 진실한 마음으로 국민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과 위선으로 순간을 모면하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사람이 어떻게 말을 하고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지는 앞으로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지도 예측해줍니다. 29년 전 최씨가 했던 말을 2016년에 그대로 사용하는 박씨는 청와대에서 나와도 자신이 왜 잘못했는지 평생 모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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