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TV와 인터뷰하는 박 대통령 (사진=정규재TV 유튜브 영상 캡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직접 출석하는 대신 '대독 최후진술'을 내놨지만 어불성설에 가깝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순실씨와 인연, 연설문 표현 수정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탄핵소추 사유는 전면 부인한 대목이 탄핵심판정에서 나온 증언과 적지 않게 배치되면서다.
박 대통령은 최씨를 "옷가지 등 소소한 것들을 도와주던 사람"이라고 했지만, 국회 측은 "옷가지나 챙기던 사람이 이 많은 일을 저질렀기 때문에 국정농단이 된다는 걸 박 대통령은 모르는지 되묻고 싶다"고 맞섰다.
◇ 靑비밀문건 유출‧국정농단 부인했지만…녹음파일, 정호성 증언과 달라
이동흡 변호사가 27일 최종변론에서 대독한 최후진술에서 박 대통령은 "최순실에게 국가의 정책사항이나 인사, 외교와 관련된 수많은 문건들을 전달해주고, 국정에 개입해 농단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에 대한 선긋기였지만, 정호성 전 비서관은 이미 탄핵심판정에 나와 "대통령의 뜻에 따라서 최순실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정 전 비서관은 장차관급 인선 자료 등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문건만 47건을 최씨에게 유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 236개가 핵심증거로 법정에 제출됐고, 최씨가 쓴 것으로 지목된 태블릿PC에서는 청와대 문건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한 진술 정도가 박 대통령이 기댈 부분이다.
정 전 비서관은 인사자료를 최씨에게 넘긴 것에 대해 "그냥 미리 알고 있으라는 취지였다"고 했는데, 헌재재판관마저 "인사자료를 단순히 참고하라고 먼저 보낸 건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되묻기도 했다.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을 노리고, 대사 임명에도 최씨가 관여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난 특검 수사와도 박 대통령의 마지막 변명은 180도 배치된다.
◇ "최순실의 공직자 추천, 임명 없어"…'차은택 사단' 설명 불가
박 대통령이 최씨의 인사 개입을 전면 부인한 것도 설득력을 얻긴 어려워 보인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로부터 공직자를 추천받아 임명한 사실이 없다"고 최후진술했다.
그러나 이른바 '차은택 사단'에 대해 차은택씨 본인이 심판정에서 이미 증언했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상률 전 교문수석,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 등을 최씨에게 추천했고, 이들이 임명됐다는 것이다.
차씨의 외삼촌인 김 전 수석도 차씨로부터 수석직을 제안받았다고 시인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해 아무런 잘못이 없는 공무원들을 면직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지만, 모철민 전 교문수석은 박 대통령이 문체부 국‧과장을 직접 '나쁜 사람'으로 지목했다고 진술했다.
2013년 8월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과 박 대통령을 대면보고 할 때 '나쁜 사람이라 그러더라'며 노태강 전 국장과 진재수 전 과장을 콕 집어 말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사기업 인사 관여도 박 대통령은 "추천했다는 사람 중 일부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차은택씨 인맥들은 KT 임원으로 낙하산이 됐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뇌물수수 의혹받고도 "이재용 구속 가슴 아프다" 유체이탈박 대통령은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 어떤 기업인들로부터도 국민연금이든 뭐든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이를 들어준 적이 없다"며 "글로벌 기업의 부회장이 뇌물공여죄 등으로 구속까지 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의 말처럼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그런데 뇌물을 받은 쪽으로 지목된 건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다.
법원이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는데, 여전히 '유체이탈 화법'을 쓴 것이다.
최씨 지인 업체인 KD코퍼레이션의 현대차 납품 특혜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도우려 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최씨는 해당 업체로부터 샤넬백 등을 받은 혐의가 있다. '명절 선물'이라며 대가성을 무조건 부인할 뿐이다.
박 대통령은 "20대 초반에 어머님을 여의고 아버님을 모시면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며…"라고 가족사까지 끌어와 '선의'를 내세웠다.
◇ 세월호 7시간 여전히 오리무중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구조 지시를 했다고 반박했지만, 헌재가 직접 해명을 요구한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며 "이 사유 하나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파면돼야 한다"고 최종변론에서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약속과 달리 검찰과 특검조사에 결국 응하지 않았고, 헌재에도 직접 출석하는 대신 대리인을 내세워 최후진술을 대독하게 했다.
국민의 의문을 해소해줄 공식 절차를 밟지 않고 장외전이나 대리변론만 했다는 지적을 끝내 외면한 것으로 보인다.
의혹만으로 탄핵은 안된다는 게 박 대통령 측 방어논리이고, 증거는 차고 넘친다는 게 국회 측이 탄핵을 강조하는 구호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상식이 통하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 것이 소명"이라던 박 대통령의 말에 헌재가 수긍했을지는 선고 결과로 드러나게 될 전망이다.
원문보기:
http://www.nocutnews.co.kr/news/4741072#csidx685ebab087b76418209eb96eeb37e9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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