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안호균 기자 = 진용수(38·서울 대림동)씨는 지난해 6월 다니던 음향장비 대여업체가 폐업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됐다.
실직 후 재취업이 여의치 않자 진씨는 호프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한 달 120만원 남짓의 수입으로는 정상적인 생계 유지가 어려웠다.
월세를 내고 대출금을 상환하고 나면 남는 돈은 한달에 40만~50만원 정도였다. 교통비와 통신비 등을 빼면 손에 남는 돈은 거의 없었다.
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 외에는 생계 유지 방법이 없었다. 술·담배를 끊은 것은 물론이고 외식도 하지 않기로 했다. 보일러도 하루 두 시간 이상 틀지 않았다. 심지어는 올해 설에는 차례도 지내지 않았다.
진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비정규직 일자리도 얻기 쉽지 않고 아르바이트로는 생활 유지가 어려워 카드빚만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취업을 하게된다는 보장도 없어 쓰는 돈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불경기와 고용 한파로 서민들의 소비 심리는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5일 한국은행의 '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 94.1, 올해 1월 93.3, 2월 94.4 등 3개월 연속 95를 밑돌았다.
소비자심리지수가 3개월 연속 95를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권이었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최근에는 저소득층의 소비 심리 위축이 급격히 나타나고 있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와 소비지출전망CSI(소비자동향지수)는 지난해 2월 92에서 올해 2월 88로 떨어졌다. '100만~200만원' 가구도 지난해 2월 101에서 1년 만에 94까지 떨어졌다.
반면 월 소득 '500만원 이상' 가구의 소비지출전망CSI는 올해 2월 108로 지난해(110)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400만~500만원' 가구도 108로 1년 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저소득층의 경기 인식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는 생활형편전망(97→87), 취업기회전망(79→69) 등의 지수가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100만~200만원' 가구는 현재생활형편(85→76), 가계수입전망(95→87) 등이 급락했다.
실제로 지난해 소비지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에는 소득분배 악화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분위(하위 20% 이하)와 2분위(하위 20~40%) 가구의 소득은 전년 대비 5.6%와 0.8%씩 감소했다. 특히 1분위 가구는 지출에 비해 소득이 부족해 6만7000원의 적자를 냈다.
5분위(상위 20%)와 4분위(상위 20~40%) 가구의 소득이 각각 2.1%와 1.3%씩 늘면서 분배 구조도 더욱 악화됐다.
이에 따라 소비도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감소했다.
1분위 가구의 소비지출은 1.1%, 2분위 가구는 3.9%씩 줄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5분위(1.1%)와 4분위(0.5%) 가구의 소비지출이 크게 늘지 않으면서 전체 가구의 소비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0.5%)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분배 구조가 악화될수록 소비는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고소득층은 한계소비성향이 낮아 같은 돈을 더 벌어도 저소득층에 비해 소비가 늘어나는 폭이 크지 않다"며 "저소득층은 소득이 줄면 빚을 내지 않고는 여력이 없기 때문에 소비를 더 크게 줄인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분배 악화로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어 소비가 살아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커지고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점도 내수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ahk@newsis.com
실직 후 재취업이 여의치 않자 진씨는 호프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한 달 120만원 남짓의 수입으로는 정상적인 생계 유지가 어려웠다.
월세를 내고 대출금을 상환하고 나면 남는 돈은 한달에 40만~50만원 정도였다. 교통비와 통신비 등을 빼면 손에 남는 돈은 거의 없었다.
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 외에는 생계 유지 방법이 없었다. 술·담배를 끊은 것은 물론이고 외식도 하지 않기로 했다. 보일러도 하루 두 시간 이상 틀지 않았다. 심지어는 올해 설에는 차례도 지내지 않았다.
진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비정규직 일자리도 얻기 쉽지 않고 아르바이트로는 생활 유지가 어려워 카드빚만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취업을 하게된다는 보장도 없어 쓰는 돈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불경기와 고용 한파로 서민들의 소비 심리는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5일 한국은행의 '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 94.1, 올해 1월 93.3, 2월 94.4 등 3개월 연속 95를 밑돌았다.
소비자심리지수가 3개월 연속 95를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권이었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최근에는 저소득층의 소비 심리 위축이 급격히 나타나고 있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와 소비지출전망CSI(소비자동향지수)는 지난해 2월 92에서 올해 2월 88로 떨어졌다. '100만~200만원' 가구도 지난해 2월 101에서 1년 만에 94까지 떨어졌다.
반면 월 소득 '500만원 이상' 가구의 소비지출전망CSI는 올해 2월 108로 지난해(110)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400만~500만원' 가구도 108로 1년 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저소득층의 경기 인식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는 생활형편전망(97→87), 취업기회전망(79→69) 등의 지수가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100만~200만원' 가구는 현재생활형편(85→76), 가계수입전망(95→87) 등이 급락했다.
실제로 지난해 소비지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에는 소득분배 악화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분위(하위 20% 이하)와 2분위(하위 20~40%) 가구의 소득은 전년 대비 5.6%와 0.8%씩 감소했다. 특히 1분위 가구는 지출에 비해 소득이 부족해 6만7000원의 적자를 냈다.
5분위(상위 20%)와 4분위(상위 20~40%) 가구의 소득이 각각 2.1%와 1.3%씩 늘면서 분배 구조도 더욱 악화됐다.
이에 따라 소비도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감소했다.
1분위 가구의 소비지출은 1.1%, 2분위 가구는 3.9%씩 줄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5분위(1.1%)와 4분위(0.5%) 가구의 소비지출이 크게 늘지 않으면서 전체 가구의 소비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0.5%)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분배 구조가 악화될수록 소비는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고소득층은 한계소비성향이 낮아 같은 돈을 더 벌어도 저소득층에 비해 소비가 늘어나는 폭이 크지 않다"며 "저소득층은 소득이 줄면 빚을 내지 않고는 여력이 없기 때문에 소비를 더 크게 줄인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분배 악화로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어 소비가 살아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커지고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점도 내수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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