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 물음을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을 불허하면서다. 정 의장은 황 권한대행을 향해 “진실과 정의를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특검 연장’을 위해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정 의장은 한 차례 직권상정을 거부한 바 있다.
야권은 기존에 발의된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한 번 더 정 의장의 직권상정을 기대하고 있다. 정 의장은 이에 대해 “국회 구성원들은 여야를 떠나 정의의 가치를 지키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3월 임시국회를 전후해 현 정국과 관련해 추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이 직권상정 카드를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의장은 28일 오전 헤럴드경제와 만나 특검법 개정안의 직권상정 여부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입장 표명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어제 입장을 밝혔다. 오늘은 (입장을 발표할 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직권상정 ‘불가’ 방침에서 다소 유연해진 분위기다.
국회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직권상정은 무리수라는 게 정 의장의 생각”이라면서도 “국회 내에서도 정의는 지켜져야 하는데, 국민의 뜻도 따라야 한다.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가 스스로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대의(大義)’와 국민의 대의(代議)기관인 만큼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의무’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고위관계자는 ‘직권상정을 배제한 고민이냐’는 질문에 “직권상정은 국회법상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국민 대다수가 특검 연장을 원하고 있다. 그 부분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이 쉽게 직권상정 카드를 던지지 못하는 데는 국정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고위관계자는 “탄핵 심판이 기각되든 인용되든 국정이 혼란스러울 것”이라면서 “국정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정 의장 뿐인데, 특정 부분에 대한 입장에 섰을 때 그 역할에 대한 어려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국회의장이 특정 세력에 편파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은 이날 오전 당 대표-원내대표 회동을 열고 ‘박영수 특검팀 살리기’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야 4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3월2일 임시국회를 소집, 본회의에서 특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정중하고 강력하게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야 4당 원내대표는 정 의장과의 면담을 진행하고 직권상정을 설득하기로 했다.
ipen@heraldcorp.com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