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3일 항일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과 열병식이 열릴 중국 베이징 천안문(톈안먼) 망루에 걸린 마오쩌둥 초상화 앞에서 30일 공안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 근육자랑…착잡한 미국
첫선 신형무기들 아태전역 포괄
미, 불만…관계훼손 않으려 조심
첫선 신형무기들 아태전역 포괄
미, 불만…관계훼손 않으려 조심
중국의 항일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바라보는 미·중의 시각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대국 굴기’의 장을 열려는 중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이해가 어긋나는 탓이다.
중국은 이번 열병식에 1만2000여명의 병력과 사정거리가 미국 본토까지 다다르는 둥펑-31B, 41 등 대륙간탄도미사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역을 작전 범위에 둘 수 있는 훙-6K 전략 폭격기 등도 공개할 예정이다. 사실상 미국을 향해 중국의 군사적 ‘근육’을 자랑하며 함부로 동·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중국 주변의 일에 개입하지 말라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는 셈이다. 동시에 굴기한 중국과 함께 서로의 이익을 존중하자는 ‘신형대국관계’를 압박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전체적으로 보면 열병식은 미-중 관계에 다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중국이 열병식을 통해 급성장한 군사력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미국으로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은 군사적 측면에서만 보면 중국의 태평양으로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는 것인데, 이번에 선보이는 신무기들이 미국의 이런 전략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엔엔>(CNN)방송은 지난 31일 “중국의 국방산업은 혁신이나 규모, 효율성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미국에 뒤쳐져 있지만, 항공기 엔진 등 몇몇 분야에선 상당한 정도로 격차를 좁혀 왔다”며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미국과 일본, 대만 등이 미래의 군사 및 지정학적 위협들을 대처하기 위해 집중적인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가 본국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급 정도의 대표단을 보내지 않은 것도 중국의 군사적 패권주의를 과시하려는 행태에 대한 불만이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나라는 9월 중~하순으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관계를 훼손시키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8일 시진핑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은 전쟁 중 중국 인민들의 거대한 공헌과 양국 사이 맺어진 깊은 우정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30일 칼럼을 통해 “중국이 열병식을 계기로 군국주의로 향하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지만, 이는 지난 40년 동안 중국의 발전 번영을 가능하게 해온 국제질서를 스스로 깨는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라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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